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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조셉 Oct 01. 2020

둘째 이유식 만들기

둘째의 격변기 - 이앓이 그리고 초기 이유식

보글보글 촵촵촵 이유식 만들기가 시작되었다.

둘째의 이유식을 만드는 날을 이 얼마나 기다렀던가.

이유식을 주기 시작하면 보통 분유/모유 횟수가 줄게 된다. 아기에게는 자라는 단계에서의 큰 변화이자 단유를 앞둔 나에게는 자유로 가는 길목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간 틈나면 유축하고 고된 밤중 수유는 물론이요, 유난히 더운 올해 여름 땀범벅으로 아기를 안고 먹이느라 지치고 힘들었다. 하지만 가슴이 제 할 일은 다 했다 싶다. 정말 셋째를 낳아도 이리 또 할 수 있을까. 

올여름 남편이 내 앞에서 혼술을 홀짝일 때도 맥주 한 병 "캬" 들이키고 싶은 유혹을 간신히 참았다. 단유를 하면 매운 떡볶이와 맥주 한 병을 마실 생각이다. 생각만 해도 설레는 - 이 얼마나 소확행인가. 


그제부터 시작된 둘째의 이앓이는 밤마다 한 시간씩 깨는 신생아 패턴을 반복하면서 잠이 부족해진 나에게 자연스레 단유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계기가 되었다. 한창 자랄 시기라 (원더 윅스주) 수유를 십여분을 하고도 분유를 또 타야 하니 비루한 젖양은 이제 곧 마르겠지. 

바닥에 눕혀 두면 방실방실 혼자 뒤집기 하던 녀석이 삼 일 전부터 까탈스럽기를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낮잠도 어화둥둥 30분을 계속된 씨름을 해야 겨우 잘 뿐더러 이앓이로 자그마한 손을 입에 다 넣어보려고, 그마저도 잘 안되면 짜증 섞인 울음을 터트린다. 세상 서러운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나를 부른다. 아기 힙시트가 어젠가부터 나의 몸의 일부가 되었다. 부름을 받으면 곧장 안아서 힙시트에 앉혀야 하니, 몸에 계속 차고 대기조마냥 있어야 한다. 

이가 나와 버리면 차라리 괜찮을 텐데 잇몸이 붓기 시작한 지 색깔은 빨 알 간데 아직 이가 보이지는 않으니 앞으로 신생아 모드는 당분간 계속될 모양인가 보다. 하아.. 기나긴 밤을 또 잠 못 자고 새우겠구먼. 





한국은 이유식을 보통 쌀미음으로 시작하는데 반해 프랑스는 야채 퓌레를 시작으로 어느 정도 숟가락이 적응이 되면 그다음 과일 퓌레를 준다. 6개월이 될 때까지 먹는 횟수를 총 4편으로 줄여야 하는데 지금 잠잠이가 5회를 먹으니 밤중 수유를 조만간 끊어야 한다는 거다. 이앓이의 이 고통 속에서 과연 가능할지... 

(4개월 - 6개월 아기 이유식 + 분유 섭취 권장량 아래 참조) 

아침 : 모유수유 or 분유 210 ml (시리얼 가루 첨가)  

점심 : 야채 퓌레 + 분유 120 ml - 210 ml 

오후 4시 : 과일 퓌레 + 분유 120 - 210 ml 

저녁 :  모유수유 or 분유 210 ml (시리얼 가루 첨가)


첫째 때 썼던 믹서기 그리고 찜기 하나면 이유식 준비 끝이다. 

첫 야채 퓌레로는 당근을 골랐다. 그나마 당근이 야채 중에서 단맛이 어느 정도 느꼈지니 처음 먹는 야채 퓌레로 프랑스 엄마들아 가장 많이 고르는 야채가 당근이다. 그리고 애호박, 파, 늙은 호박, 시금치, 브로콜리 등등.


야채를 깨끗이 씻어 찜기에 20분 정도 찐 다음에 물을 넣고 믹서기에 곱게 갈면 (또는 채로 한번 더 걸러 내려서) 끝이다. 매일 또는 적어도 이틀에 한 번은 새로운 야채를 줘야 하기 때문에 장을 보러 가는 것 또한 일이다. 

다음 주부터는 과일 퓌레도 시작하려면 부엌일이 많아질 거 같다. 엄마가 눈에 안 보이면 "엥" 하고 울어대는 애착 기간인데 과연 매일 부엌에서 뚝딱뚝딱 퓌레를 만들 수 있을지, 아니면 또 힙시트로 아기를 안고 부엌일을 해야 하는 멀티 플레이어가가 될런지. 엄마의 멀티 능력이 한 단계로 업그레이드되는 순간이다. 


첫째는 이유식을 곧잘 받아먹고 해서 음식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없는데 (기억의 오류가 아니길..) 둘째는 지금 이앓이 때문인지 이유식을 받아먹는 정도가 고만고만이다. 한 숟갈 떠서 넣으면 반은 혀로 밀기 그중 또 반은 턱받이에 묻히기 - 목으로 넘어가는 게 있나? 

태어나고 6개월까지는 필수 예방접종에 성장 발달도 꾸준히 지켜봐야 하므로 소아과를 매달 가야 되는데 매번 키와 몸무게를 잴 때면 내가 심장이 벌렁거린다. 마치 선생님께 숙제를 검사 맡는 기분이다. 잘 자랐는지 몸에 별 이상은 없는지 등. 몸 어느 부위에 내가 모르는 곳에 뾰루지라도 나서 선생님이 물으면 마치 엄마 노릇 제대로 못한 느낌이다. 다음 달 검진 때도 몸무게가 무사통과여야 되는데. 둘째는 대강 키우겠다고 했는데 먹는 음식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깐깐한 엄마가 된다. 


잠잠이야. 너도 자란다고 고생이 많다. 

우리 한 숟갈만 더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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