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 지금까지 100여 일이 되어 간다. 백일 아기를 키워내듯 잠을 줄여가며 한 자 한 자 적고 고민하고 생각한 시간들이었다. 소솔 하게 육아 일기처럼 적어보자 시작했던 글쓰기는 비단 육아뿐 아니라 여럿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들과 함께 인터넷이라는 망망대해에 하나의 종이배처럼 항해를 하고 있는 중이다.
두 번째로 올렸던 "나 홀로 산후조리"가 그 날 조회수 8000을 찍는 기염을 토하면서 난 한동안 작가병이 걸렸었다. 어떻게 하면 위트 있게 아님 어떤 소재를 적어야 더 감각적으로 등등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고 결과는 그 이후로 아이러니하게도 그저 그런 정도로 남았다. 기깔라게 글을 적어보리라 하는 마음은 누구를 위한 건가.
참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많다.
브런치에서 건너 건너 한참을 돌아다니다 눈에 띄어 읽기 시작한 어느 작가의 글은 단숨에 모든 글을 다 읽을 만큼 흡입력이 있었다. 읽다 보면 구구절절하고 아린 글들이 많다. 같이 슬퍼하고 동감하면서 라이킷을 팍팍 눌러댔다. 나의 햇병아리 글들이 부끄러워진다. 가끔 나도 "글 내림"이 오면 단번에 잘 쓰이고 그런 날은 앞뒤 문장이 술술 풀릴 때가 많다. 그런 그들은 어김없이 반응이 좋았다.
내가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진득하게 해 오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독일어 공부와 운동.
작심삼일 기질이 있어서 난 양은냄비처럼 아주 열정적으로 타올랐다가 그 열기 또한 빨리 식는 편인데 독일어와 운동만큼은 아직까지 오래 붙들고 있다. 프랑스어는 서바이벌로 여기서 지금 살아내기 위해 해야 하는 언어라면 독일어는 수학에서 정답처럼 딱딱 맞아떨어지는 매력을 가진 언어이자 내가 가장 사랑하는 언어이다. 20대 머리가 팡팡 돌아갈 때 배웠기에 더더욱 기억에 잘 남아있는 모양이다. 가끔 독일 라디오를 들은면 죽은 뇌세포가 다시 활성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운동은 투자한 만큼의 결과가 정직하게 나타나는 활동이라 지금까지도 맨손체조라도 자주 하는 편이다. 그리고 이상하게 근육통이 있는 날은 묘한 희열이 있다. 그래서 계속 움직이게 되는가 보다.
내가 독일어를 사랑해서 그냥 했듯 글쓰기도 그냥 오래 적어보려 한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그저 궁둥이 딱 붙이고 오래오래 뭉게 볼 생각이다. 조회수에 흔들렸던 멘탈을 다시 잡고 "단지 글 쓰기가 좋아서" 만으로 글을 계속 적어 보고 싶다. 그 날 그날의 감정은 그리고 무수한 생각들은 시간의 찰나에 잠깐 머물다가 사라지는 연기 같은 것이라면 그런 것들을 글을 적고 나면 그때의 또렷한 잔상이 마침 사진처럼 기억날 때가 있다. 마치 내가 찾는 책을 책꽂이에서 정확하게 찾아내듯이.
독일어(또는 프랑스어), 운동 그리고 글쓰기
앞으로 내게 계속 그냥 꾸준히 할 것들이다. 아침에 잠이 덜 깬 채로 커피를 그냥 내리듯이. 자연스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