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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조셉 Dec 13. 2020

내 쪼대로 쓴다.

글쓰기의 딜레마

신생아를 돌보랴 매일 밤 못 잔 잠을 할애해서 신나게 적던 글쓰기는 어느새 조금 시들해진 거 같다. 매일 머릿속에 글감을 찾아 삼매경이던 날이 하루 이틀 게으름으로, 발행일이 차일피일 미뤄지기 시작했다.

그렇다 해서 누가 뭐라지 않았고,

또는 부지런히 글을 올린다 해서 상을 받는 것도 아닌데

머릿속에 정리되지 않은 할 말이 이렇게나 많은데

뭔가 마음 긴장의 끈이 느슨해졌다.


사실, 말 많던 "샤넬 백" 글 이후에 한 줄을 완성하기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사실 내 쪼대로* 적는 게 가장 나 다운 표현이긴 하지만.. 글 적으면서도 혹여나 문장이 또는 표현이 누구에게 거슬리는 것이 아닐까. 또는 의미가 잘못 전달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먼저 앞섰다. 그 글은 내가 적은 글 중에 가장 유명했고 고맙게도 그 덕분에 구독자 수가 많이 늘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 질타나 비난 또한 적지 않았다.


모든 댓글을 다 맘에 담아두진 마.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 남기는 글일 뿐이야.


친구에게 온 메시지로 그 날만큼은 신경 쓰지 않으리라 했지만, 알람이 뜰 때마다 떨리는 손으로 그리고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댓글을 읽었다. 평소에 댓글에 대한 답글을 잘 다는 편이지만 그날만큼은 그 어떠한 답글조차 달지 못했다.


지금도 마음 한편에는 글 팔이가 되어 글로도 돈을 벌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지만 무차별 비난에는 아직 평정심 유지가 안되나 보다.

이게 참 딜레마다.

많은 사람이 내 글을 읽었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은 있지만 반대급부로 여러 사람이 자신들 각자의 생각을, 아니 쓰디쓴 악플이라는 형태로 적어서 돌아온다 생각하면 과연 내가 의연해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러나 난 오늘도 그저 쓸 뿐이다.

지웠다 썼다 컴퓨터 커서 자리만 왔다 갔다 할 뿐이지만 늘 구상한다. 어린 둘째를 태우고 유모차를 끌며 나서는 그 시간에 머릿속에 하나하나 글감을 모은다. 간혹 길가다가 유모차를 세워두고 메모도 한다.

정말 잘 쓰고 싶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글보다 구수하게 정감 가는 글을 한 번 써보고 싶다. 글 속에서 보글보글 된장국 냄새가 나는 글이면 참 좋겠다.

한국에 있는 엄마에게 책을 좀 부탁했다. 소스가 고갈된 채로 주저리주저리 하는 글쓰기 말고 이 책 저책 사람 사는 이야기가 들어있는 책을 좀 읽어보면 어떤 생각이 반짝하고 들까 해서다.


내가 어떤 글을 쓴다한들 글쓰기의 결론은 독자라는 데는 동감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서른 편의 글을 적었고 앞으로도 꾸준히 글을 올릴 것이며 언젠가 글팔이가 될 꿈을 꾸며, 오늘도 나는 내 쪼대로 쓴다.



*경상도 표현에 "쪼대로"라는 말이 있다. ='마음대로, 의지대로'에 가깝지만 <쪼대로>가 갖고 있는 어떤 무언가의 의미를 저 두 단어가 다 담아내지 못하는 것 같아, 사투리임에도 <쪼대로>로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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