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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조셉 Dec 14. 2020

돈 앞에 처절함이 생겼다

어느 날 갑자기 직장을 잃게 된다면

내년 3월 복귀를 앞두고, 회사 소식이 날아왔다.

우리 사업부가 해체 예정으로 프랑스에 있는 우리 지사가 앞으로 어떻게 운영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

미국에 있는 본사 직원 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라 팩트임은 분명하고 실로 중대한 사안이었다. 본사가 사업 축소를 추진하면 프랑스 노동법이 노동자 편에서는 탄탄하다 한들 자금 및 모든 비용 본사에서 받기 때문에 버티는 기간이 언제 까지냐 일뿐, 언젠가는 문을 닫는다가 결국은 결론이기 때문이다.


'날파리, 하루살이 생명이 나와 같군.'


아직 어떤 식으로 판가름이 날지에 대한 것은 명확하게 결론 난 것은 아니지만 실로 윗분들의 중대 결정에 목이 댕강 날아가느냐 아니냐 내가 실로 가벼운 목숨이라는 생각이 드니 비참하기 이를 데 없다.


당장에 지금 젖먹이도 있고 아이들 둘을 제 앞가림할 때까지 키워야 되는데,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주택도 마침 알아보려던 참인데.

맹꽁한 자존심은 이미 꾸낏꾸깃하게 버려둔 지 오래요, 내 꿈은 다음 생에나 이루는 게 가능할까. 지금은 내 안위보다 아이들이 크는 게 우선인데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나.


직원 언니의 갑작스러운 전화는 고요한 우물에 커다란 돌을 던지면 커지는 파장처럼  마음속에 한동안 일렁이는 파도를 만들어 울림을 만들었다.




이런 고민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난 20대 독일에서 취직을 했을 때도 늘 그런 부분에서 회의적이었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어디를 취직한다 하여도 60이 넘어 말년병장 달 때까지 눈치 보며 다녀야 되는 게 회사 생활이다. 회사 직무가 사장이라 한들 회장 아들이 아닌 이상 말단 직원이랑 다를게 무엇이냐. 다만 좀 더 번듯하고 대우를 더 해줄 뿐이지 성과 없는 결과 앞에서는  바람 앞에 촛불 신세이긴 마찬가지이다.


엄마 말 맞다나 기술이라도 좀 배워둘 걸 그랬나 마흔을 앞두고 고민이 많아졌다. 머리 자르는 기술이라도 하나 어디서 배워둘걸. 파리에서 머리 하나 기똥차게 자른다고 소문이라도 나면 돈방석 앉는 것은 시간문제일 텐데.  


니가 안 벌면 다시 니가 자리 잡을 때까지 긴축해서 살면 되지. 돈은 내가 버니까 걱정마.


둘째를 안고서 눈썹이 여덟 팔자로 걱정하는  앞에서 남편이 담담하게 얘기했다. 셋째 하나 더 낳자는 나의 끈질긴 물음에 남편은 현실적으로 애가 셋이면 한국 가면 비행기 값이 얼마이며 여행 비용으로 또박또박 얼마가 들어가는지 종종 내게 읊었다. 그때만 해도 '저리 남자가 포부가 없나. 돈 어디서든 벌면 되지.' 했는데 정작 상황이 이리되고 보니 셋째는 정말 나의 욕심인 것만 같았다. 그래, 둘이라도 번듯하게 키우려면 지금부터 정신 잘 차려야 되는데 갑자기 막막하다. 그래도 남편이 내 곁에 있어 참으로 다행이다.


돈이라는 것은

없으면 다만 불편한 것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키워야 되는 아이들이 생기니

내게는 돈만 준다면이야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기꺼이 팔 수 있는 사람이 됐다.

무소유여도 마음이 넉넉하면 된다고 믿던 젊은 날에 나도 나고, 지금 돈이면 불을 켜고 어디서든 삽질이라도 할거 같은 마흔을 앞둔 나도 나다.

참 치사하다. 돈 앞에서 그러니까.

멋지게 늙고 싶은데 에이씨, 인생에는 이렇게 늘 배신이 기다리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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