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멍 때리기
비가 올 듯 말 듯 검은 구름이 한가득인데, 강변 근처라 바람이 차갑다.
한 10분쯤 유모차를 밀고 가니 모자가 코까지 내려와 있는 둘째는 벌써 새록새록 잠이 들었다. 에효.. 가끔은 한 시간 반 죽노동하지 말고 그냥 아무 말 없이 유모차를 끌고 나오는 게 답이겠다. 멀리 일자로 서있는 앙상한 가지를 들어낸 나무들과 한없이 펼쳐진 풀밭을 지나니 멀리서 울리는 성당 종소리가 차가운 공기를 뚫고 귓가에 윙윙 머문다. 유모차를 중간에 어디쯤 세워두고 차가운 벤치 위에 앉아 흐르는 강물을 바라본다.
'이런 곳에 한 1년을 살게 되면 글이 날개 달린 듯 저절로 써지겠군.'
아이들이 다 크고 내손이 필요하지 않은 그런 날이 오면,
한적한 프랑스 시골마을에 물멍이나 때리러 한 달 살아보는 것도 좋겠다.
떠들썩한 여름보다 사각사각 낙엽이 지는 가을 그즈음이 좋겠다.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한 시간 산책을 하고 근처 꽃집에서 가을꽃 잔잔한 색깔로 골라 꽃다발을 사야지. 저녁거리로 시골 장터에서 통통한 통닭구이를 사서 남편과 함께 와인 한잔 곁들이면 좋겠다. 근처 작은 마을로 드라이브를 나가서 그곳에서만 파는 치즈를 사서 먹어봐야겠다.
그렇게 한 달을 빈둥빈둥 살아보면 내게 글신이 내려와 밤새도록 달달음한 글을 마음껏 써볼 수 있을 것만 같다.
생각만으로도 설렌다.
보슬보슬 겨울비가 내리기 시작했으니 유모차를 다시 끌고 다시 걸음을 재촉해야겠다.
아버님 댁까지는 족히 20분은 잔걸음으로 걸어가야 되는데,
터덜터덜 시골길에 유모차가 덜컹거린다.
글이 저절로 쓰여지는 시간 - 내 나이 한 60이면 가능할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