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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조셉 Dec 29. 2020

글이 저절로 쓰여지는 시간

물멍 때리기

프랑스의 시골은 아름답다.

그곳이 어디가 되었든 물이 있고 자연이 있는 곳이라면 조그만 벤치를 찾아 충분히 한 시간이고 넋을 놓고 앉아 있을 수 있는 편안함이 있다. 장작불에 불을 때고 멍하니 바라보는 '불멍'이 있다면 내게는 '물멍'이 되겠다.


내가 독일에 살았을 때도 이 흐르는 도시에 살았다.

바이에른 지방에 밤베르크도 그랬고 프랑크푸르트도 그랬다. 

내가 태어난 곳은 부산이니 물이 많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것이 바다이든 강물이든 작은 연못이든 물길이 일렁이는 움직임을 가만히 들여다보자면 마음이 고요해진다. 어느 날 여름, 독일에서 직장을 다닐 때에 5시 반 땡! 칼퇴를 하고 아직도 한낮인 해를 만끽하며 마인 강변에 두어 시간 동안 지나가는 비행기를 바라보았다. 프랑크푸르트는 허브 공항인 만큼 거의 5분에 한 대씩 비행기가 지나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해가 지는 저 너머로 빠알간 색의 구름이 깔리면 꿀렁꿀렁 흐르는 마인강과 멀리 지나가는 비행기를 눈으로 한참 쫓으면 그렇게 끝나가는 하루가 행복할 수 없었다. (물론 한 손에는 카레맛 소시지 빵을 하나 들고)


크리스마스가 되어 또 어김없이 시작된 시댁 투어

낯선 환경에, 이앓이로 둘째 낮잠 재우기에 실패를 하고 나서 - 졸린 눈으로 탈탈 털린 영혼을 부여잡고 둘째를 데리고 유모차를 밀고 나선다. 


비가 올 듯 말 듯 검은 구름이 한가득인데, 강변 근처라 바람이 차갑다. 

한 10분쯤 유모차를 밀고 가니 모자가 코까지 내려와 있는 둘째는 벌써 새록새록 잠이 들었다. 에효.. 가끔은 한 시간 반 죽노동하지 말고 그냥 아무 말 없이 유모차를 끌고 나오는 게 답이겠다. 멀리 일자로 서있는 앙상한 가지를 들어낸 나무들과 한없이 펼쳐진 풀밭을 지나니 멀리서 울리는 성당 종소리가 차가운 공기를 뚫고 귓가에 윙윙 머문다. 유모차를 중간에 어디쯤 세워두고 차가운 벤치 위에 앉아 흐르는 강물을 바라본다. 


'이런 곳에 한 1년을 살게 되면 글이 날개 달린 듯 저절로 써지겠군.' 


아이들이 다 크고 내손이 필요하지 않은 그런 날이 오면, 

한적한 프랑스 시골마을에 물멍이나 때리러 한 달 살아보는 것도 좋겠다. 

떠들썩한 여름보다 사각사각 낙엽이 지는 가을 그즈음이 좋겠다.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한 시간 산책을 하고 근처 꽃집에서 가을꽃 잔잔한 색깔로 골라 꽃다발을 사야지. 저녁거리로 시골 장터에서 통통한 통닭구이를 사서 남편과 함께 와인 한잔 곁들이면 좋겠다. 근처 작은 마을로 드라이브를 나가서 그곳에서만 파는 치즈를 사서 먹어봐야겠다. 

그렇게 한 달을 빈둥빈둥 살아보면 내게 글신이 내려와 밤새도록 달달음한 글을 마음껏 써볼 수 있을 것만 같다. 


생각만으로도 설렌다. 


보슬보슬 겨울비가 내리기 시작했으니 유모차를 다시 끌고 다시 걸음을 재촉해야겠다. 

아버님 댁까지는 족히 20분은 잔걸음으로 걸어가야 되는데, 

터덜터덜 시골길에 유모차가 덜컹거린다. 


글이 저절로 쓰여지는 시간 - 내 나이 한 60이면 가능할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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