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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조셉 Aug 27. 2021

둘째에게 쓰는 두 번째 편지

정말 시간이 약인지도 모른다

주안아,


사랑하는 내 아들 주안아

얼마 전 돌이 되어서 너에게 브런치 글을 빌어 적었던 첫 번째 편지가 기억난다. 1년 동안 무수히 많은 일들이 있었지.  그런데도 모니터 앞 커서가 깜빡깜빡하며 날 기다리고 있었지만 막상 무슨 말부터 적어야 할지 모르겠더구나. 너에게 들려줄 앞으로의 무궁무진한 얘기가 많으니 무슨 말부터 차근히 이야기해주면 좋을까 한참 고민하게 되더라.

 

사랑하는 주안아.

지난 7월, 잠을 재운 지 한 시간 되지 않아 네가 울어서 달려가 보니 목이 뻣뻣하게 굳은 채로 나를 바라보는 쾡한 눈에서 어두운 방 열성 경련으로 혼자 벌벌 떨었을 거란 생각에 마음이 미어지는 줄 알았다. 그리고 그 이틀 후 또 경련이 왔지. 사지를 떨며 입술이 파래져 가는 너를 보며 나는 엄마이지만 정작 너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두렵고 힘들었다. 손을 니 가슴팍에 대고 '괜찮다. 괜찮아..' 나직하게 너에게 말을 건네고 있지만 눈물은 너무 그렁그렁하니 주체할 수 없었지. 작은 몸통 안에서 심장이 콩닥콩닥 빠르게 뛰고 5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에 엄마는 정말인지 지옥을 경험했어.

40도 넘는 고열로 지쳐 잠든 너를 보며 아빠와 엄마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지. 언제쯤이나 아픈 너를 보는 내가 담담해질까.

'아이들은 다 아프면서 큰다.' 던 외할머니 말씀에 엄마는 그저 고개를 떨굴 뿐이었어.

엄마가 복직을 하고 네가 이런 일을 겪기 시작해서 온통 답답한 마음 한구석에 혼자 많은 날을 울고 그랬지.

한편으로 너의 커가는 모습 하나하나 눈에 담아두고 천천히 컸으면 하지만 이런 일이 있고 나니 얼른 제발 시간이 흘러 그때의 기억이 지우개로 말끔히 지워졌으면 좋겠다.


그 이후부터 엄마가 묵주기도를 시작했어.


엄마가 주안이 대신 아플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까 하느님한테 청해 보기로 했지.


또 환절기가 다가오는데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안 아프고 이대로 잘 클 수 있으면.

다시 그런 모습 안 보고 무럭무럭 자랄 수 있으면.

그러면 너무너무 좋겠다.


사랑한다 우리 아들.

오늘도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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