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기다려라

by 이은주







기다려라, 지금은.

모든 것을 불신해도 좋다, 꼭 그래야만 한다면.

하지만 시간을 믿으라. 지금까지 시간이 너를

모든 곳으로 데려다주지 않았는가.

너는 개인적인 일들에 다시 흥미를 갖게 될 것이니.

너의 머리카락에도.

고통에도 흥미를 갖게 될 것이니,

계절 지나 핀 꽃이 다시 사랑스러워질 것이다.

장갑으로 하여금 다른 손을 찾게 만드는 것은

그 장갑이 가진 기억들.

연인들의 외로움도 그것과 같다.

우리처럼 작은 존재가 빚어내는

거대한 공허감은

언제나 채워지기를 원하니,

새로운 사랑에 대한 갈망이

오히려 옛사랑에 충실한 것.


기다려라,

너무 일직 떠나려 하지 말라.

나는 지쳤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지쳤다.

하지만 누구도 완전히 지치진 않았다.

다만 잠시 기다리며 들어 보라.

머리카락에 깃든 음악을

고통 안에 숨 쉬는 음악을

우리의 모든 사랑을 실처럼 다시 잇는 음악을

거기 있으면서 들어 보라.

지금이 무엇보다도 너의 온 존재에서 울려 나오는

피리 소리를 들을 유일한 순간이니.

슬픔으로 연습하고, 완전히 탈진할 때까지

자신을 연주하는 음악을.



골웨이 키넬

대학에서 문학을 강의할 때 실연의 상처로 자살을 하겠다며 찾아온

제자에게 써서 준 시. 이 시를 읽고 난 여학생은 마음을 돌렸으며, 훗날

시인에게 감사 편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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