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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이 활짝 피었네

선택과 결정

by 이은주


2022년 상담심리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논문 준비 과정에서 지도 교수님 개인 사정으로 학교를 그만두시게 되었고 순식간에 낙동강 오리 알 신세가 되어버렸다. 어? 앞으로 어쩌지? 당황스러움이 내 마음을 복잡하게 했고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첫 째가 초등학교에 입학, 둘째 5살 아이들에게 집중하고 논문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하면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시간은 흘렀고 가을 어느 날,

글쓰기 수업을 듣게 되었다. 난생처음 내 마음에 있는 응어리진 감정들을 글로 풀어낸 경험을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몇 자라도 쓰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글을 쓰며 정리가 되고 감정 정화되는 경험을 통해 ‘치유글쓰기로 논문을 쓰면 어떨까?’하는 물음이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이때는 2023년 6월.

지도 교수님 선택해야 하는 과정이 발생했고 끝내 허락을 받았다. 이후 논문 진행 계획을 세우고 세미나 하고 자료 수집 등

우와~~ 내 나이 마흔.. 이른 시기에 노안이 찾아와 안경을 쓰지 않고는 글자 보는 것도 쉽지 않았고 교수님의 막말에 뇌가 멈추고 온몸의 세포들이 으르렁 거리며 날을 세우고 있었다. 흰 머리카락이 하나, 둘 생기고 초췌한 얼굴 표정은 바로 병원이라도 가야 할 상황.. 그럼에도 내가 원하는 것이니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흐르는 눈물을 삼키며 해나가던 중

사건 하나가 터졌다.

세미나 시간. 교수님 질문에 정확한 답이 아닌 내가 알고 있는 답을 했다가 그만.. 정신병자에 미친 사람이 되었다.

모멸감을 느낀 난 그 속에서 빠져나오는 게 쉽지 않았다. 맴돌고 맴돌고.. 인정할 수 없으니 정리도 되지 않았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인간을 피폐하게 만든다.

일주일 뒤 교수님께 정리된 글로 메일을 보냈고 돌아온 답은 “내가 그렇게까지 말했어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정리된 마음으로 프로포절을 무사히 마쳤다. 이제 60%는 되었으니 나머지 부지런히 준비해서 졸업해야지. 했으나 이건 또 무슨 일?

지도 교수님 건강 이상으로 더 이상 논문을 봐줄 수 없게 되었고 다른 교수님에게 문을 두드려야 하는 상황이 다시 찾아온 것이다.

아! 지금 논문 쓰지 말라는 것 인가? 주위에서도 이제 그만해도 된다며 설득했다. 순간순간 찾아오는 선택과 결정에서 완벽은 없지만 참 어려운 일이다.


고민 끝에 그래! 결정했어! 하지 않기로!

프린트된 논문과 자료, 책들을 모두 정리하여 쓰레기 분리수거장으로 직행했다. 속이 후련했다. 그럼 됐지!!

말은 이랬지만, 마음은 아니었다. 이래서 인간은 미성숙이라 했던가..

노트북 파일 속에 담아 둔 논문을 보며 언젠가는… 미련이었던 걸까?

누가 이런 내 마음이 가 닿았는지 함께 논문 쓰던 분께서 연락이 왔다. “같이 졸업합시다!”

고민 고민 고민.. 2024년 4월 5일 프로포절 발표가 있는 날 학교를 가야겠어! 그리고 정말 마지막 결정을 내려야지!


2시부터 발표 시작인데 12시 학교 도착.

봄꽃이 활짝 피어 있는 길을 걸으며 이런저런 생각들로 가득했고, 밤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지금은 하지 않겠어!라는 결정을 내리고.

목련이 활짝 핀 4월을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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