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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어라

by 이은주

내 마음을 힘들고 아프게 하는 나의 남편이라 생각하며 마음 한편에 미움이 자리했다.

내 마음이 불편하면 그의 마음도 그러했을 터인데 나의 생각은 미처 거기까지 닿지 못했다.

힘들게 하는 부분이 전부가 아니었고 일부분 이었을 텐데 그것이 전부인 듯 지내왔었다.

그러니 남편이 다가오는 것이 불편했고 그 마음을 때론 의심하며 지내왔던 시간이었다.


무엇이든 때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내게는 남편과 잘 지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때는 지금인 것 같다. 남편과 함께 학원에 있는 아이들을 데리러 가는 길에 그에게 말했다.

“ 여보, 우리 이제 사이좋게 잘 지내자.”

남편은 겉으로 많은 표현을 하지 않았지만 내심 좋았던 모양이다. 그는 웃으며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나는 남편 모습을 보며 소프트아이스크림이 떠올랐다. 차가우면서도 부드럽고 달콤한.


주말이 되었다.

몸살 기운이 있는 난 쉬고 싶었지만, 아이들 부츠를 사야 해서 잠깐 나갔다 와야 했다.

남편에게 말하였는데 남편이 여주 아울렛을 가잔다.

“거긴 왜가?”

“아이들 부츠 사야 한다며, 가자!”

부츠 사러 왜 그곳까지 가야 하는지 재차 물었고 남편은 안 되겠다 싶었는지 옷 방에 한 번 다녀오더니 지갑을 열었다. 언젠가 아내에게 해주고 싶었던 선물을 생각하며 돈을 모았다는 남편, 그에게는 신용카드 한 장이 없다. 한 달 용돈 십만 원으로 생활하는데 차곡차곡 모아 두었던 것이다. 나는 고마웠지만, 비싼 거 하고 다닌 들 무엇이 달라질까? 라는 생각에 그에게 말했다.

“그냥 돈으로 줘 저금할게” 통장에 돈이 쌓이는 게 좋은 나는 명품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남편은 지금껏 명품이라는 건 하나도 없는 내게 하나쯤은 해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안된다며 돈은 끝까지 주지 않았다. 결국 아이들과 함께 아울렛을 갔고 제일 첫 번째 코스로 명품관에 들어갔다. 마음에 드는 가방을 하나 계산하고 바로 가지고 나오는 줄 알았는데

직원분이 들고 문 앞까지 오신 다음 나에게 건네주었다.

와~ 신세계를 경험하는구나! 감탄했다.

같은 매장에서 어떤 기준으로 등급을 나누는지는 모르겠으나 종이 가방부터 고급스러웠다.검은 색, 하얀 색, 그린 색. 색깔도 서비스도 다른 것을 보고 놀라웠다.

어떻게 종이 가방 색을 다르게 하여 차등을 하지? 혼자 생각했다.

“아끼지 말고 사용해” 남편의 말에 함박웃음 지으며 화답했다.

“알겠어! 잘 사용할게. 고마워. 또 신세계를 경험하게 해줘서 고마워.”

말이라는 것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 하지만,

가족에게는 특히 조심하지 않고 그냥 다 표현하는 것이 문제다.

타인보다 가족에게 더 감정, 표정, 생각, 행동을 예민하게 살펴보고 배려해야 한다는 것을 왜 자주 잊어버리며 살아가는지 새삼 느낀다.

한 평생을 한 공간에서 지내야 하는 남편과 사이좋게 잘 지내는 것이야말로 가장 지혜롭고 현명한 삶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날

내 마음도 하얀 눈처럼 순하고 보드라운 마음으로 남편에게 다가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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