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24년 5월 9일
초1인 둘째 아이 하교하는 시간에 맞춰 정문에서 기다리는 중 뛰어오는 아이를 반갑게 만났다. 기쁨도 잠시 첫째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배 아파서 체스 못 갈 것 같아(울면서)." "그래? 많이 아프구나? 그럼 엄마 정문에 있으니 나와" 통화를 끊자마자 학교 교무실에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 학교인데요 혹시 지금 시간 되실까요?" "네, 안 그래도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전화가 왔어요" "어머니, 배 아픈 거 아니니 방과 후 가라고 하세요. 그리고 전 교실에 있으니 시간 되시면 교실로 오시면 좋겠습니다." "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둘째 학원가야 하기에 아이 혼자 보내고 첫째는 방과 후 교실로 난 3학년 교실로 향했다.
계단을 올라가는 동안 가슴은 두근두근 콩닥콩닥 심장이 뛰었다.
교실문을 열고 들어가자 선생님께서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의자를 내리시며 앉으라고 하신다. 좋지 않은 일로 오시라고 해서 죄송하다는 인사와 함께.
'아! 정말 무슨 일이 있구나'
"무슨 일인가요?" "음.. 친구 물건에 손을 댔습니다.." "부족함이 없어 보이고 무엇이든 다 잘하는 아이인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고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차분하게 상황을 다 전해 듣고 "일단 알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교실을 나오는데 손발이 떨렸다. 부모라고 해서 자식을 다 안다는 착각을 하면 안 되지만 내 아이는 안 그럴 거라 믿었었다. 애지중지 공들여 키운 자식인데 고작 10살 나이에 도덕적 행위에서 벗어난 행동을 했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 다가왔다.
상담심리 박사면 뭐 해? 자식 잘 키운다며 어떻게 교육하는지 알려달라는 얘기들, 부모강의 좀 해달라는 제안, 마음이 힘든 학생들을 위해 상담해 달라는 얘기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내가 무슨 자격으로 자녀교육에 대해 강의를 한단 말인가... 수치스러웠다.
집에 돌아와 첫째 오기를 기다렸다. 한 시간이 지났을 때쯤 아이와 마주하게 되었다.
서로 마주 보고 앉아서 먼저 물었다. " 오늘 무슨 일 있었는지 이야기해 줄래?" "........." 아이는 2시간 동안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책하기 시작했다. 내가 자식을 정말 잘 못 키우고 있다는 것을.. 그동안 해왔던 것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지?.. 자리를 피해 안방으로 들어가 대성통곡하며 울었다.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고 바닥으로 뚝뚝뚝 떨어졌다. 팔딱팔딱 뛰는 심장은 순식간에 조여오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담임 선생님께 메시지를 보냈다.
"자식을 잘 못 키운 것 같아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치욕스러웠다.
어느 누구를 비난할 자격도, 판단할 자격도, 조언할 자격도.. 어떠한 자격도 부여할 수 없게 되었다.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