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체크무늬

by 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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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2월이면 빨강과 초록이 들어간 체크무늬 셔츠를 입는 사람. 플란넬 재질이라 겨울에 입기 알맞았고 톤다운된 색깔도 마음에 들어서 한눈에 반한 셔츠였다. 배송이 오자마자 셔츠를 입고 외출했다. 만난 사람들 모두 셔츠가 예쁘다는 말을 한마디씩 해주어 더욱 애착이 갔다.

집에 돌아가는 길, 단추를 목까지 단정하게 잠근 셔츠를 괜스레 내려다보다가 가슴 앞주머니에 손을 넣어보았다. 안쪽까지 플란넬 재질이라 마음에 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손끝에 무언가 걸렸다. 꺼내보니 손가락 한 마디 정도 길이의 셔츠 원단이었다. 셔츠의 여기저기를 당겨 자세히 살펴보아도 일부가 잘려나간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 셔츠를 만드는 과정에서 떨어져나온 자투리 천인 것 같았다. 직사각형 모양으로 예쁘게 잘린 천을 보고 있자니 이야기 하나가 떠올랐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한 여인이 시장에 가서 빨강과 초록이 들어간 체크무늬 천을 사와 식탁보를 손수 제작한다. 분명 식탁 크기보다 여유 있게 천을 사왔는데 어쩐 일인지 완성한 식탁보는 식탁의 끄트머리와 길이가 완전히 맞아떨어진다. 오히려 맞춤하게 만든 것 같다는 인상이 들어 식탁보가 마음에 든 여인은 문득 한쪽 모서리의 천이 손가락 한마디 정도가 잘려 있는 게 눈에 띈다.

분명 천을 사왔을 때만 해도 이가 나간 것처럼 빠져 있지 않았었다. 아니 어쩌면 발견하지 못했을지도. 당장 몇 시간 뒤에 여인의 사랑하는 여인이 집에 와서 함께 저녁식사를 할 예정이었다. 여인은 마치 식탁보의 잘린 천이 자신의 옷에서 잘려나간 천인 것처럼 어떻게든 가려야 할 것 같다는 수치심을 느낀다. 저쪽에 그릇이나 컵을 둘까? 그러나 모서리 쪽이라 방심했다가는 모조리 깨져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손을 올려 놓거나 팔꿈치를 괴고 있을까? 혹시라도 움직이다가 천이 부족한 걸 사랑하는 여인이 보게 된다면? 준비가 미숙하다고 느낀다면? 며칠을 꼬박 연습해가며 만든 음식과 어제 종일 걸려 청소를 하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기 위해 트리와 리스를 설치했지만 손가락 한 마디만큼의 구멍으로 모든 노력이 빠져나간다면? 여인은 자신의 완벽한 크리스마스 계획이 손가락 한 마디만큼, 아니 거대한 식탁의 크기만큼 부족할 것이라는 예감에 휩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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