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갑 한 쪽을 잃어버리는 사람. 어쩐 일인지 짝을 맞춰 장갑을 사도 어느 날 보면 한 쪽만 남아 있고 다른 쪽은 사라져 있었다. 온 집 안을 샅샅이 뒤지고 갔던 길을 되돌아 가봐도 없는 걸 봐선 마치 장갑 한 쪽이 부러 나를 두고 떠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다행인 건 한 번은 왼쪽 한 번은 오른쪽을 잃어버리는 식이라는 점이다. 왼쪽만 잃어버렸으면 왼쪽 손에 장갑을 낄 수 없었을 텐데. 각기 다른 무늬와 색깔을 가진 전혀 다른 장갑을 한 쪽씩 낄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잃어버린 장갑을 찾는 것보다 간편하고 손쉬웠다.
그래서인지 장갑을 낀 손을 바깥으로 잘 내놓지 않는 편이었다. 누군가 보면 의아하게 생각할 것 같았다. 패션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단정히 차려 입는 편인 내겐 그렇게 보이지 않을 걸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두 손을 다 주머니에 넣고 걸어다녔다간 빙판길에서 넘어질 우려가 있었기에 보통은 자주 쓰는 손인 오른손만 바깥에 내놓고 왼손은 넣어둔 채 다녔다.
부쩍 기온이 떨어져 온 거리가 꽁꽁 얼어붙은 날이었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바닥을 내려다보며 좁은 보폭으로 걸어가다가 경사진 빙판길에 누군가 엉덩방아를 찧은 걸 보게 되었다. 종종걸음으로 다가가 괜찮냐고 묻자 여자는 장갑 낀 손으로 넘어지기 전에 바닥을 짚은 게 다행이었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미끄러져 구멍이 크게 난 왼쪽 장갑을 보여주었다.
어, 이거.
나는 주머니에 넣었던 왼손을 꺼내 보여주었다. 여자의 장갑과 같은 장갑이었다. 여자는 내 왼쪽 장갑과 오른쪽 장갑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나는 왼쪽 장갑을 벗어 여자에게 건넸다.
이제 짝이 맞네요.
여자는 구멍난 장갑을 벗고 내 왼쪽 장갑을 왼손에 꼈다.
그러네요. 넘어지기 전으로 돌아갔네요.
여자에게 오른손을 건네 일으켜주었다. 여자는 왼손으로 엉덩이를 툴툴 털더니 악수를 건넸다. 여자는 왼손으로, 나는 오른손으로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어쩐지 한 사람의 체온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