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도 사랑일까>를 보았습니다.
제목을 쓰면서 사랑일까 뒤에 자연스럽게 물음표를 붙였습니다. 확인해보니 제목에는 물음표가 없습니다. 그러니 제목은 '우리도 사랑일까'입니다. 누군가에게 묻는 질문이 아닌 거네요. 어쩌면 스스로에게 하는 혼잣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영화에서는 새 것-헌 것의 대비를 눈에 띄게 보여줍니다. 이를 테면 결혼한 지 5년이 된 남편 루와, 우연히 만나 알게 된 지 5주가 된 남자 대니얼이라든지, 수영장에서 주인공 또래의 30대 여성들과 노인 여성들처럼요. 노인들은 마고와 친구들에게 말합니다. 새 것도 헌 것이 된다고요. 그건 다른 사람들보다도, 마고에게 더 깊이 새겨졌을 겁니다. 영영 새 것인 것은 없다는 말이니까요. 이는 하나의 장면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마고가 침대에 눕자 천장의 창문으로부터 아주 밝은 빛이 내리쬡니다. 빛은 마고의 얼굴을 한 차례 훑고 지나가고, 그 뒤로 순식간에 어둠이 찾아옵니다.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새 것은 점점 헌 것이 되어가는 과정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마고의 남편 루는 마고와 함께 짓궂은 장난을 나누곤 합니다. 마고와 함께 산다고 다 안다는 말을 '감히' 꺼내기도 하고요. 오로지 닭 요리만 합니다. 반면 대니얼은 거친 말은 하지 않고 마고와 함께 어디든 가고자 합니다. 아직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은 사이이기도 합니다. 새 질문들을 주고받는 사이인 것이지요.
마고는 여행지에서 대니얼과 우연히 만난 뒤, 비행기에서 다시 조우하게 되는데요. 그곳에서 자신에게 '공항 공포증'이 있다고 말합니다. 비행기를 갈아타는 과정에서 놓칠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을 두려워하는 공포증인데, 대니얼은 이를 두고 사이에 껴서 붕 뜨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짚어줍니다. 자신 역시 마고와 루 사이에 끼고 싶지 않다고 하고요. 마고는 이 말을 듣고 대니얼에게 냉담히 대하지만, 정작 대니얼이 이사를 떠나자 루에게 대니얼과의 관계를 털어놓고 그를 따라 갑니다. 30년 뒤에 다시 만나기로 한 약속을 단 한순간에 거슬러버리는 겁니다.
대니얼과 함께 살게 된 후로 이어지는 장면에서 그들이 추구한 사랑의 방식이 이랬던가? 싶은 의구심이 들었어요. 밤의 수영장에서 함께 수영을 하며 서로의 몸을 비스듬히 지나가는 장면이라든가, 함께 놀이기구를 타면서 한 번은 대니얼 쪽으로, 한 번은 루 쪽으로 몸이 기울어지는 장면 같은 것들이 좋았는데, 모두 지나가버린, 헌 장면이 되었어요. 결말에 있어 이 전체적인 서사를 잘 받쳐주고 있는지는 물음표입니다. 그래서 제게 이 영화의 제목은 '우리도 사랑일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