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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풀 Aug 19. 2022

많은 자리 중 딱 한 자리

영화관에는 수많은 자리가 있습니다.

A부터 시작해 B,C,D,E 알파벳 순으로 가장 앞쪽부터 가장 뒷쪽까지 선택할 수 있지요.

영화관에서 어떤 자리에 앉는 걸 선호하시나요?


영화관을 막 다니던 무렵엔 가장 중앙열의 중앙 좌석에 앉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왠지 그곳에 앉으면 화면의 정중앙에 있으니 영화를 더 잘 볼 수 있으리라 믿었던 것 같아요. 중앙 좌석은 인기가 많았고, 그만큼 양옆에 누군가가 앉는 빈도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한 번은, 실수로 팝콘을 착각해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제 오른편에 꽂아 놓은 팝콘을 먹고 곧바로 사과하기도 했어요. 너무 부끄러운 나머지 영화를 보는 둥 마는 둥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로는 중앙에서도 가장 왼쪽이나, 가장 오른쪽 좌석에 앉곤 했습니다. 옆좌석이 없는 거치대에 팝콘이나 콜라를 두면 헷갈리지 않았고 무엇보다 그럴 일 없이 제 옆에 누군가가 앉는 일이 거의 없곤 했습니다. 한쪽에 치우쳐 앉아도 충분히 영화를 잘 볼 수 있었고요.

어느 순간부터인지 저는 이제 옆사람이 아닌, 뒷사람을 신경쓰기 시작했어요. 키가 큰 편인지라 좌석에 앉으면 뒤에서 잘 안 보이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고 때로는 자꾸만 좌석을 발로 차는 바람에 2D 영화를 4D처럼 감상하기도 했고요. 영화 관람에 더 이상 방해 받고 싶지 않아 선택한 최종 자리는 바로 맨 뒷자리입니다.

화면과 너무 멀어 잘 보일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그건 기우일 뿐이었습니다. 맨 뒤에서도 충분히 잘 보였어요. 더군다나 뒷자리에 아무도 없으니 방해를 받거나, 줄 일도 없었지요. 가끔씩 화면의 빛을 받은 사람들의 뒷통수를 보는 것도 영화의 일부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타인에게 가장 좋다고 들은 자리보다 제가 선택한 자리가 제 마음에 가장 편안하다고 느꼈습니다. 많고 많은 자리 중에서도 딱 한 자리에 앉을 수 있다면, 어디가 가장 좋으신가요? 그 자리에 앉아 편안한 시간을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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