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시절의 나는 닥치는 대로 성격유형검사라거나 직업선호도검사를 많이 해보는 학생이었다. 그 시절엔 아마도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여러 테스트를 해보며 나를 알아가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던 듯싶다.
그리고 다시, MBTI 열풍이 불었다. 이 오래된 성격유형검사는 실은 1940년대 홈스쿨링을 하던 브릭스가 딸 마이어스에게 일종의 게임으로 만들어 딸에게 사회적 다양성을 알려주려고 만든 것이었다. 엄마가 딸에게 재미있게 사람들의 다양성을 파악할 수 있게끔 하는 놀이였던 것이다.
애초에 수많은 사람들이 즐기기 쉬운 게임처럼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니 이 열풍이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언제는 한 지인이 뜬금없이 연락해서 얘기를 나누다 MBTI 유형 얘기가 나온 적이 있다. 내가 ‘어떤’ 성격 유형이라고 말하자, “아, 역시…….”라고 한 적이 있다. 그 말줄임표에 들어 있는 함의가 무엇인지 꼬치꼬치 캐묻고 싶었지만 감정이 격앙될 뻔하다가도 쉽게 가라앉았기에 혼자 꿍하고 뒤에서 이렇게 곱씹는 중이다.
게다가 직장을 다니던 때에는 MBTI 말고도 다양한 검사를 수시로 한 적이 있다. 아니, 설마 이런 유형 검사를 척도로 내가 평가되는 건 아니겠지? 일말의 불안감을 느끼며, 테스트를 한 기억이 있다. 오래되지 않은 기억이다.
최근에는 빅 데이터가 내 MBTI에 맞는 향수 광고를 계속해서 내보내는 것을 보고 한 번 더 의아해졌다. 아니, 향수랑 MBTI가 대체 뭔 관계가 있어서?! 물론 나는 잘 혹하는 편이라 들어가서 보긴 했다.
모두들 재미로 하고 있겠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열여섯 개로 나누어진다고 생각하니 어딘가 이상했다. 열여섯 개만 남겨두고 싹 다 가지치기를 해버린 앙상한 나무가 떠오른다.
난 사람들이 상상력을 발휘해서 더 뻗어나갔으면 좋겠다. 그 사람의 가지가 여러 갈래로 나뉘는 그 갈림길을 한 번 더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나는 OOOO인데요.”
그럼 거기서부터 시작하자. 그 사람의 가지는 위로 쭉 자라나기 시작한다. 아니 심지어는 방향을 틀어 아래로 갈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 가지가 아닐지도 모르지.
나는 무한히 가지가 뻗어나가는 세계를 계속 그려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