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뿔소 [외젠 이오네스코] - 인간 찬가

책리뷰

by 이건우


이야기는 어느 카페의 한복판 코뿔소가 튀어나오며 시작된다. 두 친구인 베랑제와 장. 베랑제는 사회에 쉽게 적응하지 못해 알코올에 의존하며 살고 장은 그런 베랑제를 한심하게 여기며 문화생활과 건강한 몸과 정신으로 여자를 꼬시라고 조언한다. 그때 거리에서 코뿔소가 튀어나오며 사람들은 경악을 하고, 이 상황을 결론지으려 이런저런 논쟁을 하기 시작한다. 마치 논리만이 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는 것처럼.


점차 사람들은 코뿔소로 변신하고 장조차 변화하기 시작한다. 무자비한 폭력성과 짐승처럼 파괴적인 움직임으로 무장한 코뿔소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하고 어느새 혼자 남은 베랑제. 그는 기어코 인간성을 지키기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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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재밌는 점은 작 중 초반엔 회사 생활에 치여 무기력을 앓고 있는 베랑제가 작 후반으로 갈수록 인간의 고귀한 생명력을 역설하고, 다른 사람들이 전부 변하는 와중에도 자신만은 꼿꼿이 인간적인 삶을 지키려 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게 결말에 도달했다면, '도대체 베랑제는 삶을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어째서 인간성을 지키기로 한 것일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관통한다.



하루에 절반 이상, 일주일 중 5일을 '나'가 아닌 조직에 속하여 일을 하고 선택권을 통제받는 삶은 괴롭다. 구조는 수직적이라 권위에 순응해야만 하고 나의 시간과 에너지는 타인에 의해 제어당하는 삶이란 부자유스럽다. 그렇기에 베랑제는 삶의 온갖 불운들에 시달려 의지를 잃고 알코올에 의존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인류사 전체에서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도시생활이란 쉽지 않은 적응이다. 인류의 문명은 빛나도 나의 운명은 어두운 세상. 어딘가 부대낀 나는 이상함을 느끼지만 그것이 과연 세상일지, 나일지 혼란에 빠지며 살게 된다.


그런 하루의 반복 중 갑작스럽게 코뿔소가 나타난다면 어떨까. '과연 이게 맞나, 이곳의 적응한 사람들은 전부 미친 사람들이 아닐까' 하던 생각이 확신으로 눈앞에 나타난 순간. 사람들은 기꺼이 인간을 포기하고 코뿔소로 전향해 거리를 날뛴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과연 희열을 느끼지 않을까.


역시나 세상은 미쳐있었고 적응하지 못했던 내가 정상이구나.


그렇게 베랑제는 삶을 다시 사랑했던 것이다. 인간다움을 재건하기 위해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의 동행자 뒤다르와 베이지와 함께.



그러나 뒤다르는 이미 미쳐버린 세상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좀 더 신중히 생각하고자 한다. 동시대의 지식인들도 모두 코뿔소로 변했다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즉, 그는 자신의 판단을 하기보다 권위에게 판단을 맡기는 것이다. 그렇게 변절.



베이지도 비슷하다. 그녀는 베랑제와 마지막까지 남았고 미래를 약속하기도 했지만, 그녀는 사랑을 주지는 않았다. 그녀야말로 자신 스스로를 믿기보다 단지 더 거대한 힘을 갈구하는, 전통적인 여성이었기에.


결국, 베랑제는 혼자 남아 세상에 저항한다. 자신이 곧 인간임을 믿고 끝까지 지키고자 하는 그의 마지막 선언은 아름답다. 지금의 자신을 사랑하여 더 바랄 것 없이 강인한 믿음으로 살아가는 인간이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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