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고도를 기다려도 좋은 독서모임

[고도를 기다리며 - 사뮈엘 베케트]

by 이건우


각자의 방향이 달라도 좋은 독서모임



동네에서 독서모임을 시작하고 운영한지도 어느덧 6개월째.

반복되는 이 감정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어째서 독서모임만 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모든 지 다 잘 되고 있다는 감각에 휩싸이는 걸까.

뭐가 그리 좋은지 입이 귀에 걸리고 세상이 뚜렷해지며 넘쳐나는 자신감이 나를 채우는 걸까.

세상은 이제 아름답고 나와 너는 고귀해진다.



오늘의 도서 <고도를 기다리며>에서는 두 노인이 '고도'라는 것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담소들을 나눈다. 기다림의 약속이 쉽게 시행되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들은 좌절과 허무와 기대감, 희망과 신의를 오가며 같은 장소에 머문 채 밤낮없이 고도를 기다린다.



책을 읽고 나서 각자가 해석한 '고도'는 모두 달랐다. 왜냐하면 각 개인의 삶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관에 따라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미 살아왔던 과거의 과정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 끝에 만들어져 있다.



우리는 서로의 역사대로 살아왔으니, 너로 살아본 적이 없으니 자연스레 다른 방향을 추구하고 해석 또한 다르게 말한다.



이 좁혀질 수 없을 것 같은 거리감은 익숙하다. 거의 모든 일상에서 체험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독서모임에서만큼은 어떤 이유가 이 거리감을 무용지물로 만든다.

방향이 다른 것과는 관계없이 각자의 기다림을 존중하는 탓일까. 우리는 서로의 기다림에 대한 고충을 듣고, 공감한다. 그러니 공명할 수밖에.




비유하자면, 버스 정류장이다.

1번, 502번, 200번, 42번, 같은 장소에 있지만 각자의 목적지와 기다리는 버스가 다르다.

그러나 우리는 같은 인간이지 않은가.

기다림에서 오는 고통은 공유된다. 서로의 아픔과 희망이 이해된다.

그렇게 공명되어 서로 넒어진 세계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like 2025년 3월의 비지터 in 제주




치유를 믿고 다시 또 일어설 마음이 들게 하는 이 사람이란.

피로 없는 대화. 삶은 이런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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