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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Jul 07. 2021

기분, 정서, 그리고 감정

mood, affect, and emotion

사람들은 기분(mood), 정서(affect), 감정(emotion)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대부분의 경우 이 세 단어를 엄격히 구분하지 않는다.

그냥 대부분 그때그때 비슷한 뜻으로 사용한다.

심리학자들도 마찬가지다. 이 세 단어를 구분하지 않고 쓰는 심리학자들도 많다.


그러나 이 세 단어를 구분하지 않고 쓰다 보면,

행복에 대해 연구할 때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용어가 명확하지 않으면, 의미에 혼동을 가져오고,

연구 결과에도 혼동을 가져올 수 있다.


쉽게 말해, 기분, 정서, 감정은 다르다.

그런데 이걸 구분하지 않으면,

어떤 것이 기분에 미치는 영향을 정서와 감정에 미치는 영향으로 혼동하게 되고,

정서나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기분에 미치는 영향으로 혼동하게 되어서

행복에 대한 일관성 있는 견해를 가지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이 셋을 구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먼저 기분은 비교적 장시간 유지되는 마음 상태(mental state)를 의미한다.

오전 내내 기분이 좋다가, 오후에는 잠깐 처졌다가, 저녁에는 다시 기분이 좋을 수 있다.

기분은 활력-피로, 긴장-차분이라는 두 차원으로 결정된다.

비교적 장시간 활력이 높고, 차분한 상태를 활력-차분이라고 한다.

가장 이상적인 상태다. 이 상태에서 사람들이 하는 말이 기분이 좋다 이다.


활력과 긴장이 둘 다 높은 활력-긴장 상태도 기분이 좋긴 하지만,

이 상태가 끝날 때쯤에 피로-긴장이 되면서 기분이 나빠진다.


피로하고 차분한 상태는 그냥 쉬면 되기에 당장에는 기분이 나쁘더라도

그 후에 활력-차분 상태로 바뀔 수 있다.


이런 것이 기분이다.


다음으로 정서를 살펴보자.

정서는 외부에 있는 대상이나 사건, 사물의 영향을 받아서 마음의 상태가 변화했음을 나타낸다.


영어 단어에서 affect가 '뭔가에 영향을 주다'라는 뜻도 있는 것처럼

정서라는 것은 뭔가에 영향을 받아 순간적으로 불러일으켜진 마음 상태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면, 긍정 정서가 유발되고,

공포 영화를 보면, 부정 정서가 유발된다.

친한 친구를 보면, 긍정 정서가 유발되고,

인성 문제 있는 친구를 보면, 부정 정서가 유발된다.


이처럼 정서는 사람, 사물, 사건으로 인해 유발된 마음의 상태이다.


Photo by Naassom Azevedo on Unsplash


끝으로 감정은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드는 동기로서의 마음 상태를 의미한다.

영어 원어를 파자해보면, 이런 뜻이 더 분명해진다.

감정 이모션은 'e + motion'이 합쳐진 말인데,

'e'는 '-로, -에'라는 뜻이고, 'motion'은 여러분이 알다시피 움직임이다.

즉 어떤 것으로 움직임을 유발하는 것이 바로 감정인 것이다.


나는 어떤 일을 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할 때(혹은 그 반대일 때)가 바로 감정을 말한 것이다.

어떤 일이 감정적으로 끌린다(혹은 전혀 끌리지 않는다).

어떤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마음이 있다(혹은 그런 마음이 없다).


감정이 안정되어 있다, 안정되어 있지 않다는 표현도 자주 쓰는데,

안정된 감정 상태는 어떤 일을 침착하게 잘 수행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하고,

불안정한 감정 상태는 어떤 일을 하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이처럼 감정은 어떤 행동을 수행하는 것, 어떤 과업을 수행하는 것과 관련성을 가진다.


감정이 과업 수행과 관련이 있다는 측면에서 조금 더 생각해보면,

감정은 어떤 일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집중력이나

자기 절제력을 적절히 발휘할 수 있는지 없는지와도 관련이 있다.

어떤 일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집중력이나 절제력을 적절히 발휘할 수 있다면,

감정적으로 좋은 상태이고, 그렇지 않다면 감정적으로 나쁜 상태이다.


스포츠 선수들은 최고의 경기력을 가지기 위해 감정적으로 안정되어야 하는데,

이런 것을 평정심(calm and peaceful)이라고 부른다.


어떤가?

기분, 정서, 감정에 대해 조금은 잘 알게 되었는가?


심리학자가 아니더라도 이 세 가지를 조금이라도 구분해본다면,

내 삶이 좀 더 다채롭게 보이고,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참고문헌

Alpert, M., & Rosen, A. (1990). A semantic analysis of the various ways that the terms “affect,”“emotion,” and “mood” are used. Journal of Communication Disorders, 23(4-5), 237-246.


Batson, C. D., Shaw, L. L., & Oleson, K. C. (1992). Differentiating affect, mood, and emotion: Toward functionally based conceptual distinctions. In M. S. Clark (Ed.), Review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No. 13. Emotion (p. 294–326). Sage Publications, Inc.


Ekkekakis, P. (2013). The measurement of affect, mood, and emotion: A guide for health-behavioral research. Cambridge University Press. https://doi.org/10.1017/CBO9780511820724


Ketai, R. (1975). Affect, mood, emotion, and feeling: Semantic considerations. The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132(11), 1215–1217. https://doi.org/10.1176/ajp.132.11.1215


Schmid, P. C., & Mast, M. S. (2010). Mood effects on emotion recognition. Motivation and Emotion34(3), 288-292.


*관련 홈페이지: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http://happyfinder.co.kr/


*표지 그림 출처

Photo by Husna Miskandar on Unsplash


*행복을 읽어 주는 남자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xpwfINPyNYaSKJX7Io2B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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