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국희 Jul 14. 2021

정서 범주화와 이름 붙이기: 내가 느낀 정서의 정체는?

정서 일기 쓰기를 통해 정서 부자가 되어 보자!

우리는 일상에서 다양한 정서를 경험한다. 기쁨, 즐거움, 신남, 흥미진진함 등의 긍정적인 정서를 경험하는가 하면, 슬픔, 걱정, 근심, 분노 같은 부정적인 정서를 경험할 때도 있다. 물론 이런 다양한 정서에 중에는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것들도 있다. 그냥 좋은 정서 혹은 나쁜 정서를 경험했다는 것을 알 뿐이다.


뭔가 배가 근질근질한데, 말로 표현하자니 잘 모르겠을 때도 있다. 뭔가 이름을 붙이고 싶은데, 애매모호하다. 정서는 '인간은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는 폴라니의 역설이 잘 들어맞는 영역이다. 분명 다양한 정서가 있는데, 말로 표현하자니, '기분 좋아' 아니면 '기분 나빠'로 끝날 때가 많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가? 다양한 정서의 정체를 잘 파악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내가 지금 뿌듯하구나, 내가 지금 충만하구나, 내가 지금 감사함을 느끼는구나, 내가 지금 흥분했구나, 내가 지금 몰입했구나, 내가 지금 흥미진진하구나 등으로 긍정적 정서들에 대해 다양하게 알고 표현하는가 하면,


내가 지금 슬프구나, 내가 지금 피곤하구나, 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 내가 지금 짜증이 났구나, 내가 지금 걱정을 하는구나, 내가 지금 예민하구나, 내가 지금 불안하구나, 내가 지금 우유부단하는구나 등과 같이 부정적 정서들에 대해 다양하게 알고 표현하기도 한다. 누군가가 '기분 좋아, 기분 나빠'로 끝내는 것들을, 이렇게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니 신기할 수도 있다.


필자는 이렇게 정서를 다양하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들을 정서 부자라고 부른다. 사실 필자는 정서 부자는 아니다. 그냥 이론적으로 알고 있는 것을 여러분에게 소개하면서, 나 자신도 정서 부자가 되어보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그냥 살던 대로 살면 되지, 굳이 정서 부자가 되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중에도 있을 수 있다. '굳이 저렇게 까지 해야 하나'라고 말이다.


'굳이'라고 말하면, 나도 할 말이 별로 없다. 그럼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굳이' 뭐하러 일하고, '굳이' 뭐하러 숨 쉬고, '굳이' 뭐하러 밥 먹고, '굳이' 뭐하러 살까? 살다 보면, '굳이'라는 말을 쓸 때가 있지만, '굳이'라는 냉소적인 태도가 우리 인생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서 부자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굳이 왜 정서 표현을 다양하게 할 줄 알아야 하냐?'는 냉소적인 태도는 우리 인생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심리학자들이 정서 범주화(affect categorization)라고 부르는 능력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도움이 되었지, 피해를 주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정서를 범주화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에게 피해를 준다.



정서를 제대로 범주화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똑같은 일에서 스트레스를 더 크게 받고, 무기력해지고, 죽고 싶다는 충동도 크게 느낀다[1]. 반면 정서를 제대로 범주화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은 정서 조절을 잘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우울증도 덜 경험하고, 평정심 유지를 잘한다[1].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일단 다양한 정서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좋겠다. 알아야 범주화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긍정 정서의 이름들부터 살펴보면,

정신이 맑은, 집중하는, 적극적인, 감사하는, 평온한, 기쁜, 뿌듯한, 강인한, 황홀한, 흥미진진한, 관심이 가는, 열정적인, 영감을 얻은, 짜릿한, 결단력 있는, 충만한, 신난, 즐거운, 감동적인, 웃긴, 재밌는, 몰입되는, 황홀한, 날아갈 것 같은 등이 있다.


이어서 부정 정서의 이름들도 살펴보면,

적대감이 느껴지는, 거부감이 느껴지는, 화나는, 혐오스러운, 짜증 난, 부끄러운, 죄책감 느끼는, 고충이 있는, 고통스러운, 혼란스러운, 두려운, 공포스러운, 걱정하는, 염려하는, 불안한, 조마조마한, 예민한, 신경이 곤두서는, 날카로워진, 우울한, 슬픈, 먹먹한 등이 있다.


어떤가 평소에 이런 다양한 정서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가? 꼭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여러분 스스로 여러분의 머릿속에서 이런 다양한 정서의 이름들이 나타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Affect labeling).


익숙하지 않다고? 맞다. 이해한다. 필자도 아직 연습 중이고, 익숙하지 않다고 말했듯이 말이다.

그래서 연습이 필요하다. 일단 평소에 어떤 정서가 느껴지지 시작할 때, 잠깐 멈춰서 내 정서의 정체를 파악해봐야 한다. 긍정 정서이던 부정 정서이던 내 정서에 구체적인 이름 붙이고 어디서 온 정서인지를 생각하는 활동을 해보자. 삶의 속도를 다소 늦추고 정서를 음미해본다고 할까.


특히 부정 정서일 때 이런 활동을 꼭 해보기 바란다. 이 부정 정서의 이름은 무엇이며, 어디서 온 것인지 파악하는 것이 좋다. 부정 정서의 정체를 파악한다고 부를 수 있는데, 이런 활동을 하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스트레스의 원인을 찾고 제거하는 것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쉽게 말해, 부정적 정서의 정체를 찾게 되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내가 경험한 정서를 풍부하게 담은 일기 쓰기를 써보는 것도 좋다.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시간대별 경험을 기록하고, 그때 느낌 정서를 메모해보라. 그리고 그것이 부정적 정서라면, 어떻게 하면 이 정서를 느끼지 않았을 수 있겠는지도 생각해보라. 당신의 스트레스도 줄여주고, 사회생활의 활력도 더해줄 것이다. 심리학자들이 일상재구성법(day reconstruction method)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매일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2].


[1] Torre, J. B., & Lieberman, M. D. (2018). Putting feelings into words: Affect labeling as implicit emotion regulation. Emotion Review, 10(2), 116-124.


[2] Kahneman, D., Krueger, A. B., Schkade, D. A., Schwarz, N., & Stone, A. A. (2004). A survey method for characterizing daily life experience: The day reconstruction method. Science306(5702), 1776-1780.


*관련 홈페이지: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http://happyfinder.co.kr/


*행복을 읽어 주는 인지심리학자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xpwfINPyNYaSKJX7Io2BUA

작가의 이전글 기분, 정서, 그리고 감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