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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Jan 17. 2024

공통 기반 다시 세우기

불안, 불확실, 혐오, 분노, 갈등, 공격성을 부추기는 다름의 정치

사람들 중에는 자신과 매우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이성에게 끌리는 사람이 있고,

자신과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이성에게 끌리는 사람도 있다.

자신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이성에게 끌리는 사람은

자신과 닮은 사람에게서 편안함과 익숙함을 느끼고, 심리적인 안전감을 경험하면서 그 사람이 좋아진다.

자신과 다른 성향을 가진 이성에게 끌리는 사람은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서 스릴과 신기함(신비함, 새로움, 참신함)을 느끼고,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느낄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그 사람이 좋아진다.

이렇게 이성에 대한 각기 다른 매력을 느끼면서 어떤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이성과 사귐을 시작하고,

다른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이성과 사귐을 시작한다.

서로 비슷한 성향을 가진 커플과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커플이 탄생한 것이다.


이 두 부류의 커플은 모두 3개월 정도 열정적인 사랑을 한다.

그리고 열정적인 사랑을 하는 동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모든 것이 자신들의 예상대로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성향의 커플은 자신의 파트너에게서 편안함, 익숙함, 안전감을 느끼며

자신의 선택이 맞았다고 확신한다.

다른 성향의 커플도 자신의 파트너에게 스릴과 신비함, 참신함을 느끼며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확인한다.

그리고 이 두 분류의 커플에게 운명의 시간이 찾아온다.

바로 3개월이 지나 열정애가 식는 순간이다. 심리학적으로 열정애는 딱 3개월 정도 간다.

대부분의 커플은 딱 3개월 동안 뜨겁게 사랑하지만, 그 다음에는 그 열정이 다 식어버린다.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가 벗겨지는데 딱 3개월이 걸린다는 뜻이다.


커플간의 문제는 바로 이때부터 시작된다.

과연 이 두 종류의 커플 중 어느 커플이 열정애가 끝난 다음에도 건강한 관계를 지속하며, 결혼까지 갈까?

그리고 두 부류의 커플 모두가 결혼까지 갔다면, 어느 커플이 더 오래도록 서로를 존중하며 행복하게 살까?

열정애가 끝난 뒤에도 비슷한 성향은 여전히 편안함과 안정감으로 다가올까? 아니면 지겨움(지루함)이 될까?

열정애가 끝난 뒤에도 이질적 성향은 여전히 참신함과 스릴로 다가올까? 아니면 유난스러운 불편함이 될까?


심리학은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제시한다.

유사성은 커플을 오래도록 행복하게 만들지만, 이질성(차이점)은 커플을 오래도록 불행하게 만든다.

유사한 성향을 가진 커플은 열정애가 끝난 후에도 돈독한 관계를 맺고, 우정어린 관계로 발전한다.

그러나 이질적인 성향을 가진 커플은 열정애가 끝난 후에 다툼이 시작되고, 서로에 대한 존중이 사라진다.

유사한 성향의 커플은 계속 서로에게 편안함과 안정을 느끼면서 서로를 의지하며 지지해주는 관계가 된다.

하지만 이질적 성향의 커플은 서로에게 불편함을 느끼면서 상대방에게 불확실성과 거리감을 느낀다.

결국 유사한 성향의 커플은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며, 자녀도 낳고, 행복한 삶을 유지한다.

그러나 이질적 성향의 커플은 결혼하지 못하거나, (아이를 가지는 바람에) 결혼을 하더라도 이혼한다.

유사한 성향의 커플은 나이가 들수록 서로에 대한 우정과 의리가 더 강해지고 서로를 지켜주지만,

이질적 성향의 커플은 이런 단계까지 가지 못하고, 헤어지거나, 살더라도 각방 쓰면서 각자 산다.


유사성이 이렇게 중요하다. 유사성이 가지는 긍정의 힘과 건설적인 힘은 이렇게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이질성이 가지는 부정의 힘은 굉장히 파괴적이다.

같음은 오래도록 건강한 관계를 가지도록 만들지만,

다름은 잠깐의 황홀함과 쾌락을 제공한 후, 불행과 저주로 돌변한다.


유사성을 좀 더 멋진 말로 표현하면 공통 기반(common base, common ground)이라고 할 수 있다.

공통 기반의 존재은 사람들에게 편안함과 안전감, 신뢰를 주지만,

이질성, 공통 기반의 부재는 사람들에게 거리감, 혐오, 짜증, 분노, 신경질을 준다.


나는 커플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에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본다.

공통 기반이 존재하는 커플은 건강하게 오래가는 것처럼 공통 기반이 존재하는 사회는 건강하게 오래간다.

공통 기반이 부재하는 커플이 불행하게 단명하는 것처럼 공통 기반이 부재하는 사회는 불행하게 단명한다.

난 지금의 현대사회가 공통 기반이 부재함을 느낀다.

공통 기반이 부재하기에 불안하고, 불확실하고, 늘 거리감을 느낀다.

공통 기반이 부재하기에 소속감도 없고, 발디딜 곳도 없고, 의지할 곳도 없다고 느낀다.

공통 기반이 부재하기에 서로에게 적대감을 느끼고, 혐오를 느끼고, 분노와 공격성이 커진다.

포스트 모더니즘 사회니까 어쩔 수 없는 걸까?

포스트 모더니즘이니까 그냥 다 해체해버리고, 다 제갈길 찾아가고, 다 각자도생하면 되는 걸까?

글쎄... 그런 사회가 혐오, 불신, 분노, 공격성, 범죄를 양산하면서 파멸로 가고 있다면,

다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정치도 어느 순간부터 국민들에게 공통 기반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정당들이 각자의 색, 각자의 차이점만 강조하면서 다툼과 혐오, 갈등, 공격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정치인들이 있는 사회가 어찌 건강할 수 있을까?

정치인들이 국민들 싸움을 부채질하고 있는 사회가 어찌 건강하길 바랄까.

10개 중 8개를 비슷하게 만들고, 즉 공통기반을 확고하게 만들고,

2개를 다르게 해서 정쟁을 하고, 조율해가야 건강한 정치 아닐까?

지금처럼 10개 중 10개가 다 다르고,

다수당은 10개 중 10개가 다른 걸 억지로 밀어붙이고,

정권을 잡은 측에서는 10개 중 10개가 다른 걸 또 억지로 밀어붙이고,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이전에 했던 것들을 싹 다 부정하고, 바꿔버리고,

10개 중 10개가 다 바뀌어서 국민들은 또 불안하고, 혼란하고, 힘들어하고,

언제까지 이런 정치인들이 장난질에 국민이 놀아나야 하는지 모르겠다.


공통 기반이 없는 어두운 사회, 유사성을 다 말살해버린 어두운 사회.

언제 새벽이 올까? 언제 빛이 올까?

포스트 모더니즘? 해체주의? [ X (삐~) ] 먹어라.

공통 기반을 다시 세우기 시작할 때다.

공통 기반을 세워야 사회가 살고, 정치가 살고, 국민이 산다.


*참고문헌

Boysen, G. A., & Vogel, D. L. (2007). Biased assimilation and attitude polarization in response to learning about biological explanations of homosexuality. Sex Roles, 57(9), 755-762.


*표지 그림 출처

사진: UnsplashMarco Oriole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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