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람을 알려주는 다섯 가지 표현
누구나 그렇듯 나도 자라면서 주변 어른들에게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야기의 종류는 다양했지만,
형식은 대부분 비슷했다.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와
'그 이야기가 주는 교훈'이라는 형식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대개 이런 식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국희야. 사람을 가려 사귀어야 한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어른들이 나에게 주려고 했던 교훈의 99퍼센트는
사회적 관계에 대한 것이었다.
친구를 믿었다가 사기를 당한 이야기,
이웃을 믿었다가 배신 당한 이야기,
동료를 믿었다가 뒤통수를 맞은 이야기,
친구 따라 투자했다가 재산을 날려버린 이야기,
이성 친구를 잘못 사귀었다가 상처를 입은 이야기.
내 주변의 어른들은 행복 심리학 분야에서
행복의 비결로 가장 중요하게 뽑은 요인이
'사회적 관계'라는 것을 아는 것처럼
관계의 문제가 어떻게 인생을 파괴할 수 있는지
나에게 알려주려고 애썼다.
그럼 어떤 사람들과 사귀어야 할까?
아니면 어떤 사람들과 사귀지 말마야 할까?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계속 느끼는 것이지만,
어떤 특성을 가진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밝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비교적 쉬운 방법이 하나 있으니,
어떤 특성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밝히는 것이다.
이런 게 있으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런 게 없으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기는
상대적으로 쉽다.
이런 걸 하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런 걸 안하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기는 평이하다.
그래서 나도 후자의 방법으로 접근해보고자 한다.
그중에서도 이런 언어적 특성이 없는 사람과 사귀시라고,
말씀드리고자 한다.
반대로 말하자면,
이런 언어적 특성이 자주 나타나는 사람은 멀리하시라고,
할수만 있다면,
이런 사람들에게서 멀리멀리 떨어지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본격적으로 시작해보자.
언어심리학적으로 나쁜 사람이라는 신호를 주는 다섯 가지 표현이다.
이름하여
'이국희 교수가 뽑은 최악의 헛소리 베스트 파이브'다.
1위. 내가 이 말은 안하려고 했는데
안하려고 했던 말은 계속 하지 않으면 된다.
그런데 이렇게 말을 시작해서 결국 하는 사람은
자기 절제가 안되는 사람이다.
자기 통제력이 부족한 사람, 필터링이 안 되는 사람 말이다.
이런 사람이 주변에 1명이라도 있으면,
사건-사고에 휘말릴 수 있고,
괜히 피해볼 수 있으니 멀리하시라.
특히 술자리에서 술만 먹으면 이런 말로
사람 상처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같이 술먹지 마시라.
2위.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들어
이 말을 듣는 순간 기분이 나쁘다.
기분 나쁘게 할 말을 이미 하기로 정했으면서
뭘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라는 것인가.
이 말은 윗 사람이 아랫 사람을 훈계할 때
자주 쓰는 말인데,
위계질서가 없는 동등한 관계에서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자신이 위라고 말하고 있는 것과 같다.
나는 위이고, 너는 아래이니,
너는 내가 기분 나쁘게 하는 말도
참고 들어야 한다는
암묵적 심리가 숨어 있는 표현인 것이다.
지나치게 자기애가 강해서
자신은 특별한 지위에 있어야 하고,
남들은 나를 특별하게 대해줘야 한다는
건방진 나르시시스트들이 이런 말을 많이 쓴다.
3위. 나니까 해주는 이야기야
마치 나를 생각해서 해주는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아니다.
나를 조종하고, 나를 지배하고,
나를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사람들이
꼭 이런 말을 쓴다.
가스라이팅을 잘하는
마키아벨리스트들이 쓰는 말이라는 뜻이다.
조언으로 포장했지만,
그 안에는 나를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종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고,
배려해주는 것 같지만,
그 안에는 나를 그 사람이 생각한 대로 움직이게 만들려는
계략이 숨어 있다.
4위. 오해하지 말고 들어
또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저러나 싶은 말이다.
듣는 사람을 긴장하게 하고,
불안하게 하고,
예민하게 만드는 말이 시작된다는 뜻이니 말이다.
특히 누군가를 평가하는 말을 할 때
이렇게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글쎄. 그 사람이 과연 나를 평가할 자격이 있는가.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평가를 하는가.
이미 느끼셨겠지만,
좋은 평가를 할 때 이렇게 말을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
뭔가 나쁜 평가를 할 때, 부정적인 말을 할 때,
이렇게 시작한다.
결국 '네가 잘못했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말을 들은 사람이
'제가 잘못했다는 건가요?'라고 말하면,
이렇게 대꾸한다.
'아구. 이 사람. 내가 오해하지 말랬잖아.'
참네... 실컷 나쁜 말을 해놓고,
나쁜 말한 것 아니냐고 했더니,
시작 할 때 말했던 오해하지 말라고 했던 말로 방어한다.
이는 본인이 지금 자격이 안되는 말을 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 선을 넘었는데,
그것을 티내고 싶지 않으니,
오해하지 말라고 방어막을 친 것이다.
정말 야비하다.
책임질 수 없는 말을 하지 말던지,
정당한 자격을 가지고 말하던지 해야 할텐데,
그냥 본인 기분이 나쁘니까.
나 기분 나쁘게 만드는 일은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또 이런 무자격자가 평가하는 말을 한 것에 대해
나중에 누군가 문제를 제기할 것을 대비해
'오해하지 말라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5위. 너도 좀 문제가 있어
고민을 털어놓은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이렇게 말해서
2차 가해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공감도 안되고, 소통도 안되고.
그냥 '아구. 그랬구나. 속상했겠다' 하면 될텐데,
'아구. 많이 힘들었겠구나'라고 해주면 될텐데.
뭔가 해결책을 제시하고,
그런 힘든 경험하는 상황에 처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이런 말을 많이 한다.
독불장군.
자기만 옳고, 타인은 다 틀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말이다.
잘 난 척하기 좋아하고,
본인도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으면서
또는 본인고 그렇게 하지 못했으면서
남에게만 그렇게 하라고 강요하는 사람들.
멋있는 척하고 싶고, 쿨한 척 하고 싶은데,
사실 쿨하지 못한 사람들의 언어다.
진짜 멋있지 않은데, 그런 척을 하고 있으니 허세요.
진짜 쿨하지 않은데, 그런 척을 하고 있으니 거짓이다.
정말 실력 있고, 멋지고, 쿨한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 그냥 공감해주지.
어떤가?
여러분 주변에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없는가?
여러분은 이런 말 안하는 사람들과 사귀고 계신가?
그렇다면 여러분은 정말 사람 볼 줄 아는 분들이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여러분의 안목에 박수를 보낸다.
(이국희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직 다 정리하지 못했다…;;;)
*참고문헌
Frankfurt, H. G. (2005). On bullshit. Princeton University Press.
*표지 그림 출처
사진: Unsplash의Alan Quirv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