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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Aug 07. 2024

사냥하듯, 음악하듯, 미술하듯,
이야기하듯 공부하기

시대와 세대는 변해도 공부법은 변치 않는다

사람들은 세대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하여

사일런트 세대(1925-1945), 베이붐 세대(1946-1964),

X세대(1965-1979), 밀레니얼 세대(1980-1994),

Z세대(1995-2012), 알파 세대(2013-)로 구분하는 것이 정설이다.

나는 1983년생으로 밀레니얼 세대에 속한다.


각 세대는 그 세대의 성장기(10대-20대)에

어떤 정보통신(IT) 기술이 발전했는지에 따라

경험하는 것이 달라지고,

이에 따라 사고방식, 태도, 행동, 가치관 등에서 차이가 생긴다.

사일런트 세대는 포드 자동차를 타고 흑백TV를 보며 자랐고,

베이붐 세대는 에어컨, 세탁기, 냉장고를 집집마다 들여놓고,

컬러TV를 보며 자랐다.

X세대는 컴퓨터로 업무를 보기 시작했고,

밀레니얼 세대는 인터넷을 사용한 의사소통을 시작했다.

Z세대는 i-phone(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면서 자랐고,

알파세대는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태어났다.


세대별 경험이 이렇게 다르다보니

각 세대가 공유할 수 있는 가치관과 경험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전 세대에 속한 사람이 최근 세대에 속한 사람에게

자신의 세대에 통용되던 사고방식을 이야기하면

꼰대 취급받기 십상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밀레니얼 세대에게

'나때는 말이야'라고 하는 순간

'오케이 부머'가 날라오는 일들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렇게 차이만 강조하다보면,

세대와 관계없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한 가지 진실을

외면하게 되기에 주의해야 한다.

세대 차이가 어쩌구저쩌구하는 것과 상관없이

전 세대가 공통적으로 가진 특징,

결코 외면해서는 안되는 인류 공통의 특징 말이다.

바로 우리 모두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세대와 관계없이 같은 호모 사피엔스고,

구석기 시대의 뇌를 가지고 있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해도

이 사실이 변하지는 않는다.

물론 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 1만년 후에 신인류가 가능할 수 있겠으나,

지금은 어림없다는 뜻이다.


그럼 우리 모두가 '호모 사피엔스'라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시대가 달라졌고, 기술은 달라졌지만,

개인별 성취를 이끌어내는 방식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베이붐 세대가 사일런트 세대보다 더 편리한 생활을 하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개인적 성취를 위해 공부를 덜해도 되는 세대인 건 아니다.

X세대보다 밀레니엘 세대가 더 나은 기술을 경험하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개인적 성취를 위해 공부할 것이 적어진 것은 아니다.

실상은 그 반대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공부할 것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세대가 바뀔수록 공부할 것의 종류와 양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IT 기술의 발달은 집안일이나 이동에

할애하는 시간을 줄여줌으로써

공부에만 집중하고, 개인별 과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분야별로 더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요구하게 되다보니,

이제는 모두가 석사과정 정도는 공부해야 하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사일런트 세대가 어떻게 성공했는지 아는가?

공부 열심히해서 성공했다.

베이붐과 X세대가 어떻게 성공했는지 아는가?

공부 열심히해서 성공했다.

밀레니얼 세대라고 다를까?

Z세대, 알파세대라고 공부를 피해갈 수 있을까?

시대가 달라졌으니, 성공하는 근본적 법칙 마저 달라졌을까?

'1'도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고,

상상력의 사람, 지적인 존재, 호모 사피엔스는

공부해야 성공한다.


세대에 따라 효과적인 공부법은 다르지 않겠냐고?

옛날 사람들은 종이로 된 책이나 신문, 논문을 볼 때 효과적이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거나,

챗GPT에게 물어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헛소리다. 전부 말도 안되는 소리다.

우리 뇌가 구석기 시대의 뇌라는 것을 잊어버린 모양인데,

우리 뇌는 스마트폰을 보는 것을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러분은

스마트폰으로 필기를 하고, 영상을 보고, 전자책(e-book)을 보는 것을

공부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리 뇌는 이걸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흥미로운 시각적 자극이 제공되는 정도로 생각하고,

시각회로인 후두엽만 발전시킨다.

후두엽은 우리 머리의 뒷부분(뒤통수)를 말하는데,

스마트폰으로 뭔가 공부해봐야 뒤통수만 커진다.

우리가 성공하려면 해마가 발전해야 하고,

좌우의 측두엽과 전두엽이 발전해야 하는데,

스마트폰으로 공부하는 것은 이런 효과가 거의 없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종이책이 필요하고, 종이신문이 필요하다.

종이책과 종이신문으로 공부하는 사람은

높은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고, 기억력도 높아지지만,

스마트폰만 계속 보는 사람은 아무리 공부해도

집중력을 발휘하기 어렵고,

기억하기가 어려운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우리 뇌에게 있어 공부는 여전히 사냥이나 채집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구석기 뇌는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이 많고,

여전히 사냥과 채집이라는 공부를 가장 좋아한다.

현대 사회의 생산성에 아무런 영향력이 없는

스포츠가 왜 그렇게 인기 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우리 뇌의 사냥 본능, 채집 본능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축구를 보면서 사냥이라는 공부에 대한 욕구를 채우고,

정글의 법칙을 보면서 채집이라는 공부에 대한 욕구를 채운다.

낚시 프로그램을 보면서 물고기 잡기라는 공부에 대한

무의식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우리 뇌는 가만히 앉아서 글을 읽고, 외우고, 쓰는 것을

공부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조선시대 양반들처럼 책상 앞에 앉아 글공부라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고, 우리 뇌를 거스르는 일이다.

세종대왕과 황희 정승, 퇴계 이황, 율곡 이이같이

글공부를 좋아하는 사람 정말 드문 일이다.


우리 뇌는 음악을 좋아하고, 동굴 벽화 그리기를 좋아하고,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고, 이런 걸 공부로 인식한다.

그래서 공부하면서 그렇게 음악을 들으려고 하고,

수업들으면서 공책에 그렇게 낙서를 하고,

수업에서 들은 이론은 잘 기억 못하면서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한 재미있는 이야기는 그렇게 잘 기억하는 것이다.

시대가 달라지고, 세대가 달라져도

이런 우리 뇌의 근본적 특성은 그대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새로운 세대니까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공부를 시켜줘야 한다고?

교과서를 태블릿PC 하나에 다 넣고 다니라고?

이런 식으로 새로운 기술만 계속 추구하는 교육은

인간의 뇌와 인지 심리학적 이론과는 완전히 다른 길로 가는 것이다.

교육을 담당하는 분들이

새로운 세대에게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많다.

교육을 담당하는 분들은 누구보다 뇌과학 전문가여야 하고,

인지심리 전문가여야 하는데,

이런 전문가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기준도 없이 기술의 발전에 휩쓸려가는 교육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교육은 기술과 관계 없이 인간의 근본 특성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 뇌가 여전히 구석기 뇌라는 것을 알고,

어떻게 우리 뇌가 사냥이나 채집이라고 느끼게 만들면서

공부를 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교육이다.

어떻게 우리 뇌가 동굴 벽화를 그리고 있다고, 음악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생각하고 적용해야 교육인 것이다.


발표 수업, 토론 수업, 프로젝트 수업 등등은 다 본질이 아니다.

본질은 우리 뇌가 그걸 공부라고 느끼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뇌가 사냥을 공부라고 느끼니,

책 보는 것을 사냥으로 느끼게 만들어줘야 하고,

암기하는 것을 채집으로 느끼게 해줘야 하며,

강의 듣는 것을 이야기 듣는 것으로 느끼게 해줘야 한다.


개인적 공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책을 보기 전에 5분 간 팔굽혀펴기를 하면서

우리 뇌에게 지금 나는 사냥을 준비하고 있다고 얘기해주라.

그리고 나서 일어서서 책을 보자.

이런 식으로 책을 보면,

혈액 순환이 되면서 뇌에 산소 공급이 활발해지고,

책에 대한 집중력과 기억력이 올라간다.

일어서서 책을 보면, 허리 건강에도 좋다.

앉아서 허리에 자꾸 압력을 주기에 디스크가 생기는 것인데,

일어서서 책을 보면 디스크 안 생길 수 있다.


뭔가 외울 것이 있다면,

랩 가사처럼 만들어서 외워보라.

우리 뇌에게 음악을 하고 있다고 느끼게 만들어 줘야 한다.

교과서 내용은 기억도 못하는 사람이

노래 가사는 기가 막히게 외우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것이 음악의 힘이다.

음악 들어면서 공부하라는 것이 아니다.

공부를 음악으로 만들어보라는 것이다.


여러분이 공부해야 하는 것을 그림으로 그려보라.

인포 그래픽이라고 할까.

우리 뇌에게 지금 나는 동굴벽화를 그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라.

여러분이 공부해야 하는 것을

이야기로 만들어서 누군가에게 들려주거나 글로 써보라.

개인적 경험을 담은 이야기로 아니면,

다른 사람의 경험을 담은 이야기로 만들어서 말하고, 써보면

기억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지만 기억하게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공부 잘하고, 성공하는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그렇다.

Z세대라고 알파세대라고 이런 공부의 기본 원리가 달라지진 않는다.

백날 스마트폰만 붙잡고 있어보라. 공부가 되나.


사냥하듯 공부하고,

음악하듯 공부하고,

미술하듯 공부하고,

이야기하듯 공부하는 원리는

인류가 망하는 날까지 변하지 않는 진리다.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세대는 없으니,

밀레니얼 꼰대의 말이라고 무시하지 말자.


거기 학생!

스마트폰 내려 놓고.


*참고문헌

이국희. (2019). 메모리 크래프트: 내 미래를 지배할 기억의 심리학. 이너북스.


*표지 그림 출처

사진: Unsplash의 Giulia Squil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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