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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Sep 25. 2024

당신의 공부를 플레이(Play)하라

놀듯이 공부하고, 공부하듯 놀아보자

우리 말에도 그렇고, 영어에서도 그렇고,

생각할수록 흥미로운 표현이 하나 있다.


"뭔가를 가지고 놀다"는 표현이 그것이다.

보통 누군가를 어떤 과업을 엄청 잘할 때 이런 표현을 쓴다.

여러분도 분명 이 말을 써봤을 것이고,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들어봤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이런 말을 쓴다.

-이야. 저 친구는 공부를 가지고 노네.


내가 대학원생 시절일 때는 데이터 분석을 잘하는 동료들이나

논문을 잘 쓰는 동료들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캬. 저 선생님은 진짜 분석을 가지고 노네.

-키야. 저 박사님은 글쓰기를 정말 가지고 노네.


어느 날 NBA 농구 경기 중계를 시청하다보면,

캐스터나 해설자가 이 말을 하는 경우가 꼭 있다.

-저 선수는 공을 가지고 노네요.

-상대 선수를 완전히 가지고 노네요.


야구 경기 중계 방송을 시청할때도 마찬가지다.

캐스터나 해설자가 투수가 공을 잘 던질 때 이 말을 꼭 한다.

-저 선수는 다양한 구종을 가지고 노네요.

-저 선수는 제구를 가지고 노네요.


뛰어난 신인 가수를 발굴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들도 이 말을 곧 잘 쓴다.

-저 친구. 리듬을 가지고 노네요.

-저 친구. 박자를 가지고 노네요.

-저 친구. 음악을 완전 가지고 노네요.


이렇게 보면, '뭔가를 가지고 논다'는 말은

'뭔가를 잘한다'는 것보다 높은 수준을 표현하는 말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그냥 잘한다는 말로 부족할 때, '가지고 논다'고 말하고,

그냥 뛰어나는 말로 모자랄 때, '가지고 논다'라고 말하니 말이다.


사람들은 왜 이런 말을 쓰게 된 것일까?

진짜 뛰어난 역량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하고 많은 표현들 중,

'그 일을 가지고 논다'는 표현을 쓰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던 나는

'어떤 일을 가지고 노는 사람들'에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의 깨달음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


핵심은 이거다.

이 사람들은 어떤 과업에 대한 연습, 훈련, 공부를

'놀이처럼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 연습해야 한다는 것, 훈련해야 한다는 것,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들에게 부족한 것은 공부해야 한다는 인식이 아니라,

실천이다.


그러나 실력있고 능력있는 사람들은

매일 연습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실제로 매일 실천한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인내심이 대단한 걸까? 아니다.

이들은 어떤 연습이나 훈련, 공부를 시작할 때 느껴지는

불편한 정서를 교묘하게 피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 뿐이다.

인내심을 쓰지 않고,

공부를 시작하는 법을 알고 있다고 할까.


바로 여기서 '놀이'가 등장한다.

매일 연습하여 출중한 실력을 갖춘 사람들은

그래서 그 일을 가지고 놀게 된 사람들은

'어떤 일을 놀이하듯 시작한다'

일이 아닌 놀이로 접근하여 그냥 쉽게 시작해버린다.

공부가 아닌 놀이로 접근하여 심리적 불편감을 제거해버린다.

훈련이 아닌 놀이로 접근하여 정서적 불편을 날려버린다.


예를 들어 보자.

3점슛 연습 1000개는 굉장한 심리적 불편감을 준다.

그런데, 20초 안에 3점 슛을 10개 성공시키는 게임을 한다면 어떨까?

그리고 이 게임을 될 때까지 반복한다면 어떨까?

일단 연습을 시작하기가 좋아진다.

연습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논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수 없이

3점 슛을 연습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는 내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다.

NBA 농구 스타 스테판 커리가 실제로 이런 식으로 연습했고,

농구를 가지고 놀게 되었다.


대학에서 전공 과목 공부를 힘들지 않게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공부한다는 느낌을 지우고 논다는 느낌을 만들기 위해

여러가지 임시적 장치를 개발하여 사용한다.

전공 교과서의 내용으로 짧은 유튜브 동영상을 찍어보는 놀이를 만들기도 하고,

전공 교과서의 내용으로 공상과학 소설을 써보는 놀이를 하기도 하며,

전공 교과서의 내용으로 자기 스스로 객관식 문제를 만들어본다.

전공 교과서의 내용으로 네 컷 만화를 그려보는 학생도 있고,

전공 교과서의 내용으로 랩 가사를 만들어서 불러보는 학생도 있다.

전공 교과서의 내용을 카드뉴스로 만들거나,

인포그래픽으로 표현해보기도 한다.

뛰어난 학생들은 이런 식으로 공부를 하고,

공부를 가지고 놀게 되었다.


내 분야의 일을 놀이로 바꿀 수 있는 건 결국 나 밖에 없다.

여러분은 여러분 분야의 일을 어떻게 놀이로 바꾸고 계신가?

여러분이 놀듯이 공부하고, 자기계발할 수 있게 된 만큼

여러분이 해야하는 매일매일의 반복을 실천하는 빈도가 늘어날 것이고,

여러분의 실력도 늘어갈 것이며,

실제로 그 일을 가지고 놀게 될 것이다.


물론 모든 일을 놀이로 바꾸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동기부여가 잘 되는 일을 그냥 하면 된다.

습관적으로 하는 생산적인 일도 그냥 하면 된다.

꼭 해야 하는 일이고,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의미 있는 일인데,

그 일을 시작하기 전에 느껴지는 귀찮음과

각종 심리적 불편함을 극복하기 어렵다면,

그것을 놀이로 바꾸는 것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귀찮은 일을 도전으로,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을 규칙이 있는 게임으로 만들어

일에 진입하기 쉬워진다면, 성공이니 말이다.


우리가 매일매일 해야 하는

연습과 훈련이라는 것이 그렇지 않은가.

해야 하는 것은 알지만

막상 하려면 심리적 부담과 진입장벽 같은 것이 느껴지는 것들이 많다.

운동이 그렇고, 독서가 그렇고,

글쓰기가 그럴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그림 그리기가,

누군가에게는 코드 짜는 것이 그럴 수 있다.

교수들에게는 논문 쓰기나 데이터 분석이 그럴 수 있고,

강의 콘텐츠 준비도 그 중 하나일 수 있다.

그러나 그걸 놀이로 바꿀 수 있다면,

그걸 우리 뇌가 놀이라고 인식해서 시작하게 만들 수 있다면,

시작하기가 쉬워지고, 지속하기가 쉬워지고,

실력이 늘고, 생산성 있는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악기를 연습하는 것을  영어로 'play'라고 한다.

농구나 야구를 연습하는 것도 영어로 'play'라고 한다.

실제 공연에서 악기 연주를 하는 것도 'play'고,

실제 경기장에서 야구나 농구를 하는 것도 'play'다.

그리고 그 일을 잘하게 되는 것도 'play'다.

'play'가 놀다라는 말도 되지만,

그 일을 연습하다라는 말도 되면서,

동시에 일을 잘한다는 말이 것은 우연이 아니다.


즐기는 자는 이길 수 없다는 말은

일을 놀이로 만들면서

매일 노력하고, 매일 연습하는 사람이

결국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어낸다는 말일 것이다.


놀듯이 공부하고,

공부하듯 놀아 보자.


당신의 공부를 play하라.


자. 오늘도 썼다 지웠다 하면서 좀 놀아볼까?


*표지 이미지 출처

사진: UnsplashXavier Mouton Photograph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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