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도, 밥도, 이유도 없이 무너져갔습니다.

by 이기영

2022년 어느 날이었습니다.

늘 그렇듯이 바쁘고 정신없이 회사 업무에 쫓기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어요.

야근은 당연했고 점심은 대충 때우고 밤엔 업무 생각에 뒤척이기 일쑤였죠.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잠이 안오기 시작했어요.

'그냥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가 보다'하고 넘겼죠.

하루 이틀 그러다 말겠지 싶었는데

그게 몇 주, 몇 달로 이어지더라고요.


그러면서 식욕도 같이 사라졌습니다.

처음엔 입맛이 없는 정도였는데 어느 날부턴 밥을 먹으면 토하고, 심지어 물만 마셔도 구역질이 나기 시작했어요.

운전 중에도 식은땀이 흘렀고 속이 울렁거려서 차를 갓길에 세운 적도 많았죠.

몸은 점점 가벼워지는 게 아니라 기운이 빠지고 나락으로 끌려가는 느낌이었어요.


'아, 이건 정말 아니다'

결국 회사에 휴가를 내고 병원을 찾았죠.

그때까진 정말 소화기관에 문제가 생긴 줄 알았어요.


내시경까지 받았는데 "아무 이상 없다"는 말이 돌아왔어요.

의사 선생님도 너무 깨끗하다고 위장약을 일단 처방해 주셨지만

증상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는 죽 한 숟갈을 조심스럽게 떠먹으며 버티는 생활이 시작됐어요.

'일단 스트레스를 줄이면 나아지겠지' 싶어서

업무량도 줄이고 가급적 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어요.


하지만 몸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정말 이유도 모른 채 서서히 무너져가는 느낌이었어요.


그게 공황장애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때는 전혀 몰랐습니다.

그게 정신적인 문제였을 거라고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