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점점 무너져가고 있었습니다.
잠을 잘 수 없고, 밥을 먹을 수 없고
몸은 끊임없이 경고음을 보내고 있었죠.
'이러다 진짜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정신과를 가보자는 결심은 쉽게 되지 않았어요.
병원 문턱 앞에 서는 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사실 지금은 정신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잖아요.
하지만 당시의 저는 여전히 "내가 정신과에 가는 사람이가?"
그 질문 하나로 한참을 머뭇거렸습니다.
마치 나 자신을 스스로 이정하지 못하고 부정하는 느낌이었죠.
그래도 용기를 내서 병원을 찾았습니다.
접수하고, 상담 전에 설문지를 받았는데
그 양이 어마어마했어요.
스트레스, 불안, 우울, 자존감...
모든 감정을 수치로 붇는 그 종이 앞에서 긴장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다양한 장비를 통해 몸의 긴장도와 반응도 측정했어요.
검사가 끝나고 며칠 후,
다시 결과를 들으러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지금 몸이 항상 전투 태세에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생각한 저는 나름 '긍정적인 사람'이었거든요.
힘들어도 괜찮다고 생각했고 버티면 다 지나간다고 여겼죠.
그런데 상담을 하면 할수록, 설문지 하나하나를 되짚을수록
제 안에 있는 무언가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저는 '나는 괜찮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나를 옥죄고 있었던 거예요.
힘들다는 감정을 느끼는 걸 약하다고 생각했고,
쉬고 싶다는 마음마저 게으름으로 치부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더라고요.
저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 자신에게 인정받기 위해
끝없이 달리고, 채찍질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더 무너졌고, 더 숨이 막혔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병원 문을 열었던 순간이 제 인생의 작은 전환점이었던 것 같아요.
마침내 진짜 제 감정과 마주하기 시작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