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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고은 Apr 09. 2017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라면!(1)

전시와 체험 모두 만족한 '미호 박물관'

본래 가만히 집에서 앉아 놀지 못하는 성격이다. 퇴사를 하고 둘째 아이가 얌전히 카시트에 앉을 수 있게 된 후부터, 우리의 놀이터 유랑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엄마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종종 새로운 놀이터를 찾아 이곳저곳으로 모험(?)을 떠난다.


대한민국에 이렇게 아이와 함께 갈 만한 곳이 많은 줄 몰랐다. 찾아보면 양질의 좋은 기관, 시설들이 많다. 일할 때 그 사실을 몰랐던 건 그저 시간이 부족해서였다. 이미 유명한 곳들도 많을 테지만, 관람 정보보다는 직접 보고 경험하면서 느낀 바들을 위주로 정리해두려 한다. 나뿐만 아니라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는 다른 모든 이들에게도 유용한 기록이 될 것 같다.



'자동차파' vs '공룡파'. 남자아이들은 이렇게 두 부류로 나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바퀴가 달린, 그것도 움직이는 기계 덩어리에 빠지지 않는 남자아이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아들인 첫째 아이는 쭉 자동차와 동물좋아하다가 5세가 되면서 비로소 공룡과 사랑에 빠졌다. 공룡에 빠지는 시기는 아이들마다 조금씩 편차가 있는 것 같다.


티라노사우르스, 트리케라톱스, 스테고사우르스 등 인기 최고 3종 공룡의 이름을 터득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안킬로사우르스, 파라사우롤로푸스, 에드몬토니아 등 나는 서른일곱 해를 살면서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공룡들의 이름을 줄줄이 꿰기 시작했다. 엄마들은 보통 이 시점에 "우리 아이가 천재가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덩치도 엄청나게 크며, 심지어 지금은 사라져 볼 수 없는, 미지의 동물인 공룡을 좋아하지 않을 방법이 없을 것이다. 남자아이의 경우는 더욱 그런 듯하다. 사자, 호랑이 등 맹수만 좋아하다가 결국엔 공룡으로 관심이 옮겨가는 걸 보면, '강함'에 대한 천착은 타고나는 것인가 싶다. 성역할을 굳이 가르치지 않더라도 우리는 애초부터 타고 나는 본능을 따르며 사회화되는 것일까.


공룡과 사랑에 빠진 지 몇 달이 지나는 사이 우리는 공룡 전집이며 공룡 애니메이션, 공룡 영화 등을 두루 섭렵했다. 그러다 실제와 가까운 공룡을 보여주면 좋겠다 싶었다. 공룡의 뼈 화석이나 대형 공룡 피규어를 볼 수 있는 곳들을 찾아보았다. 의외로 국내에서도 공룡의 흔적들을 살펴볼 수 있는 곳들이 꽤 많았다.


1. 남양주 '미호 박물관' http://mihomuseum.org/

남양주 '미호 박물관'. 꽤 세련된 건물이어서 마치 미술관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공룡을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말에 지인의 추천으로 다녀왔다. 다녀본 공룡 관련 시설 중 최고로 꼽을 만하다. 페이스북에 추천글을 올렸더니, 그 뒤 너무 잘 다녀왔다고 인사를 건넨 이들도 여러 명이다. 화석이나 광물 등 다른 자연사 전시물들도 있지만 역시 가장 인기가 좋은 전시물은 공룡.


실내 전시실에는 울음소리나 움직임이 꽤 실감 나게 구현된 대형 공룡 피규어들이 있고, 실외 정원에도 다양한 종류의 공룡 모형들이 여럿 전시되어 있다. 이곳은 단지 공룡을 관람하는 차원이 아니라, 아이들의 시선에서 경험하고 체험할 수 있는 요소들을 흥미롭게 배치하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직접 올라타 볼 수 있는 공룡 놀이 기구라던가, 공룡뼈 화석 발굴 체험을 하는 공간처럼 말이다. 특히 화석 발굴 체험존은 흙이 아니라 편백나무칩으로 덮여 있는데, 놀이 후 뒤처리(!)가 걱정인 엄마들을 배려한 센스가 돋보였다.


화석 발굴 체험존. 편백나무로 뒤덮여 있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이곳이 더 매력적인 건 한강이 보이는 탁 트인 야외 정원이 있어서다. 실내에서 공룡을 실컷 관람한 아이들은 야외 정원에서 또 한 번 공룡을 마음껏 체험한다. 그리고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신나게 뛰놀 수 있는 잔디밭을 만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은 공룡을 구경한 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박물관 앞 정원에서 뛰놀며 보냈다. 함께 간 엄마도 휴식을 선물 받는 느낌이었다.


이곳은 사설 박물관인데도 관람객의 동선과 편의를 세심하게 배려한 성의가 엿보인다. 최광동 박물관장은 홈페이지 인사말에 "취미로 시작되었던 유물 수집이 어느새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많이 모이게 되었고, 여러 사람들에게 공개를 하였으면 하는 지인들의 조언을 받아 원래는 조그마한 집을 짓고 살고자 했던 곳에 박물관이라는 큰 집을 짓게 되었다"라고 적어두고 있다. 아마도 자신이 살 집을 꾸미듯 정성을 쏟은 모양이다.


- 교통 : 

경기도 남양주시 고산로 126번길 15-2에 위치해 있다. 서울에서 강변북로를 타고 동쪽으로 달려가다가 남양주 방면으로 접어든 지 얼마 안 돼 도착할 수 있다. 운전 경로가 복잡하지 않아 교통이 좋은 편이나, 자가용을 이용할 수 없다면 접근성이 낮다.

- 관람료 :

대인 7000원, 소인 6000원(24개월 미만 무료). 다른 공공시설들에 비하면 살짝 비싼 편 같지만, 사설 공룡 체험전이나 박람회 등에 비하면 합리적인 관람료다. 참고로, 몇 달 전 다른 지역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한 공룡 박람회의 입장료는 1만 5000원에 달했다.

- 총평 :

가족 모두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박물관이다. 아이들은 공룡과 자연을 함께 만나 좋고, 엄마 아빠는 풍광 좋은 정원에서 여유를 누릴 수 있어 좋다.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라면!(2) 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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