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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전 Jun 01. 2023

대구에서

이틀간 홀로 떠난 대구 여행에서 느꼈던 감정들에 대해 생각하는 데에 일주일, 정제하는 데에 또 일주일, 그렇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보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일상 속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이면서 동시에 낯설었던 대구는, 여행도 쉼도 필요했던 차에 아주 좋은 여행지였다.

행복했다. 좋은 곳에서 잘 쉬었고, 돈 걱정 없이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다. 하지만 밝은 빛이 내리쬘수록 그림자는 더 짙어진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얻어가는 슬픈 감정 또한 있었다. 차분히 돌아보면 언젠간 들여다보았을, 그랬어야 했을 감정이긴 했다. 혼자 있고 싶다는 충동에 떠난 여행 도중에 다다른 그늘은, 아이러니하게도 여태껏 혼자 보내왔던 시간 탓에 멍들어 있었다.

나만을 위한 시간을 주는 것과 홀로 방치된 것에는 분명한 차이를 두고 싶다. 뒤를 돌아볼 틈도 없이 소란한 시간을 보내다 스스로에게 선물한 아주 귀한 시간, 그 끝에서 결국엔 사무친 외로움을 맞이했다. 오랜 시간 홀로 방치되어왔음에도 그 시간이 자의에 의한 것이었다고 굳게 믿어왔던 착각은, 그 주제에 내비쳤던 당당함은, 결국에 맞이한 동공 안에서 큰 대가로 다가왔다.

좋은 곳에 가고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시간을 보내며, 당신과 함께 왔으면 정말 좋았겠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다음엔 꼭 당신을 데려가리라 다짐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당신께 함께 가자고 손을 뻗었지만, 손에 닿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손을 잡아줄 당신이 없다. ‘당신’이라는 빈칸을 채워줄 사람이 아무도 떠오르지 않는 것, 그 공허는 스스로 방치된 시간의 당연한 끝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놓고 또다시 방치되어 있던 그 자리로 돌아갈 것을 안다. 그때의 슬픔을 이야기하는 건 결코, 당장 누군가를 곁에 두고 싶다는 요지가 아니다. 이 감정을 초석으로 누군가를 만나려 하면 절대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없음을 그 누구보다도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그 순간 가장 깊었던 걱정을 외면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 지금이야 쭉 뻗은 손끝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정도에 그치지만, 언젠간 이 공허함이 사무치게 싫어지면 어쩌지. 누군가 이 손을 잡아줄 때 이미 손끝에 감각이 사라져 있으면 어쩌지. 실은 이미 저릿해져 있는 손끝을, 나도 모르는 새 거쳐간 사람이 있었다면 어쩌지.


심장이 저미고 호흡이 멈추는 그때까지도

나를 구해줄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


그러면 정말 어쩌면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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