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자주 가던 포장마차 떡볶이집이 있었다. 그 집의 영향으로 지금까지도 밀떡보다 쌀떡을 선호하고, 남들이 떡튀순이라 부르는 분식 조합을 떡순튀라 부르고, 집에 가는 길에 어묵 냄새가 나면 잠깐이나마 걸음을 멈추고 고민한다. 맛있는 떡볶이를 먹었을 땐 옛날에 자주 먹었던 그 집 떡볶이 생각이 난다. 지금은 사라진 그 집 쌀떡볶이가 아직까지도 내 ‘최애’ 떡볶이다.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운 겨울밤, 떡볶이 사오라는 심부름 가는 걸 그렇게 좋아했다. 어묵 끓는 열기 때문에 김이 서린 비닐 천막, 사람 세 명이 겨우 들어설 수 있는 가게 안을 가득 채운 각종 분식 냄새, 지나가는 차들이 천막을 비추며 가게 안이 밝아졌다 어두워지기를 반복하는 와중에도, 고작 내가 살아있음을 알릴 수 있을 정도의 힘없는 빛으로 가게를 밝히는 전구 하나, 아직도 그 집 내부의 장면이 눈에 선하다.
할머니께서는 항상 라디오를 틀어놓고 장사를 하셨다. 추위에 벌개진 손을 어묵 국물로 녹이며 음식이 포장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할머니의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들었다. 지직거리는 라디오에서 유재하, 조용필, 이문세, 김현식 님이 노래를 불렀다. 주변 소음과 잡음 탓에 음질이 좋지 않았지만, 외려 그때 그곳의 분위기와 참 잘 어울렸다. 그리 좋아하는 단어는 아니지만, 살면서 처음으로 감성에 젖어본 순간을 꼽으라면 그때 그 순간인 것 같다.
유독 유재하의 음악을 많이 찾아 듣게 되던 올겨울, 한동안 잊고 있었던 그때 생각이 났다. 특히 CD 플레이어로 <사랑했기 때문에>를 들으면 옛 생각이 많이 난다. 유재하의 음악을 들으며 분식집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다니, 생각해보니 참 웃기다. 그래도 몇 안 되는 유년 시절 기억 중 그때가 가장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좋아진 음질로 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가끔은 오래된 라디오에서 나오는 낡은 소리가 참 그립다. 이듬해 겨울이 오기 전에 오래된 CD 플레이어를 구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