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태초에 빛이 있으라던 말, 내 등에서는 언제나 빛이 났다. 친구들의 플래시는 터졌다. 그렇다. 나는 신의 아들과 이름이 같다. 이예수. 내 이름 때문인지, 사람들은 뚫어지게 내 명찰을 쳐다봤다.
박해. 그것은 성인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할,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예수님께서 로마군의 괴롭힘 때문에 돌아가셨듯. 나는 휴대폰 속에 박제되어 매 순간 죽어갔다. 하교 후, 방문을 던지기 전에 엄마에게 물었다. 내 이름이 왜 예수냐고. 아빠 없이 널 낳아서, 엄마는 동정녀가 되었다고 했다. 마리아처럼 살고 싶었으나, 실패했다고 했다. 크고 가치가 있는 삶이길 바란다는 의미랬다. 그래서 그렇게 지었다고 했다. 나는 방문을 쾅 던졌다. 부딪히는 소리는 그녀의 가슴에 못을 박았겠지. 내 몸에 박힌 못 하나를 던진 거라고 위로했다. 집안 어디에도 십자가는커녕, 성경책도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늘 나 스스로가 신이 되어야 했다. 교과서 앞, 펜을 든 힘없는 신으로. 어른이 되기 전, 자신만의 성경책을 써내야 했다. 예수님은 목수였으나, 나는 학생이었다.
"야. 내가 가발 사 오라고 했어, 안 했어? 예수가 머리가 길어야지 등신아." 날 괴롭히는 일진짱이 말했다. 매일 뒤통수와, 배, 그리고 등은 그들의 소고였다. 푸른 흔적이 남지 않는 은밀한 곳. 나는 골리앗을 이길 수 없었다. 나는 다윗이 아니었다. 두 팔로 얼굴을 안거나, 가슴으로 그들을 안아야 했다. 12명의 일진회 친구들. 그들의 이름은 AS로마회였다. 축구를 좋아해서 그런지, 발길질하는 힘이 좋았다. 가끔 운동화 끝에 갈비뼈를 잘못 맞으면, 몇 달은 숨쉬기가 불편했다. 허파에 바람이 찬 소리가 나면, 불려 나가지 않았다. 축구를 하는 날. 주전자로 라인을 그렸다. 물컵을 준비해 대기했다. 코피가 자주 떨어졌다. 그들을 향해 따르는 물은, 피 섞인 포도주 빛이었다.
쌕쌕거리던 폐의 숨소리. 천사를 부르는 나팔소리 같다가, 곧 신음으로 바뀌어 들렸다. 학교 뒤편, 재활용장의 종이대신 찢겨나갔다.
"살려줘... 그만해.... 우린 친구잖아." 침을 튀기는 웃음이 들렸다. 짱돌 같은 주먹, 각목 같은 다리가 날아왔다. 녀석들은 담배를 내 양손에 지졌다. 예수는 모든 걸 참는다며 담배빵 성흔을 남겼다. 집에서는 손등만 보이며 지냈다. 내가 진짜 예수인 걸 알면, 엄마는 놀랄 것이기 때문이다. 나흘 뒤엔 하늘로 가야 하니까.
태어나서 처음으로 땡땡이를 쳤다. 어디 갈 곳은 없지만, 박해를 피하고 싶었다. 동네의 골목 여기저기를 맴돌았다. 가방에는 책이 없었지만, 죄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웠다. 그들의 죄가, 내 죄인 것 같았다. 내가 약하지 않았다면, 똑똑했다면, 그들은 죄인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게 나의 탓인 것 같았다. 붉은 십자가가 높게 솟아있는 건물을 봤다. 한 번만 물어볼까. 나는 예수가 아닌데, 당신처럼 살아가야 하는지. 발을 옮겼다. 못 박힌 모형 앞에 섰다. 두 손을 들어 내 흉터를 보여주었다.
"예수대 예수로 묻습니다. 나는 그들을 용서할 수 있습니까?" 나는 물었다. 그리곤 무릎이 내려갔다. 아물지 않은 가슴뼈가 폐를 찔렀다. 기괴하면서 처연한 숨소리의 폭포가 흘렀다. 교복에는 작은 웅덩이가 만들어졌다. 마른땅에 축복을 주는 기적을 행하는 듯했다. 벽에 걸린 예수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곳에 나의 신은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스스로 나의 예수가 되기로 했다. 누군가가 놓아둔 성경책을 훔쳤다. 그리곤 뛰었다. 어느 돌계단에 걸터앉았다. 처음 펼쳤을 때 나오는 구절이, 나의 미래가 된다.라고 예언을 했다. 책을 펼쳤다.
"예레미아 10장 2절 : 내가 말한다. 너희는 다른 사람의 풍습을 배우지 말아라. 다른 사람이 하늘의 온갖 징조를 보고 두려워하더라도..." 한 동안 이해가 가지 않아, 읽고 또 읽었다.
"헛소리." 그러나 이상하게 곱씹어졌다. ㅡ내가 신이다, 다른 것들을 두려워하지 마라.ㅡ 요점은 자신을 믿으라는 이야기였다. 아들이 찾아와도, 십자가 앞에서 부르짖어도, 아버지는 다정하지 않았다. 엄마와 나를 버려둔 채, 자신만의 왕국에서 신도들과 행복해 보였다. 오늘 이예수는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를 버렸다.
"너, 오늘 학교 왜 안 갔니?" 엄마가 물었다. 현관에 서서 성흔을 꽉 쥐었다. 마리아께서 부르시는데, 나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빠 보고 왔어." 형광등이 깜빡이다가, 이내 꺼졌다.
"납골당 다녀왔어?" 내게 다가오셨다.
"아니, 다른 곳. 아빠는 죽었으니까, 부활해서 신 비슷한 게 되셨겠지. 나는 예수니까 그 아들이잖아."
"......" 엄마는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나를 껴안으셨다.
"예수야, 요새 무슨 일 있어? 엄마한테 말해봐"
"... 없어 그냥 아빠가 보고 싶었어. 엄마 미안해, 걱정하지 마." 학교 밖의 이예수는 선의의 거짓말쟁이, 학교 안의 이예수는 관대한 거짓말쟁이였다.
8시 1분 전, 교문의 철골을 잡은 지옥의 케르베로스 학주. 나무 빠따를 들고 있었다.
"자, 문 닫는다! 5, 4, 3, 2, …" 학주가 카운터를 새며 짖어댔다. 폐가 찢어질 정도로 달렸다. 그러나 문은 닫혔다. 엉덩이에 지옥의 불이 떨어졌다. 몸은 천국에 있어야 하는데, 왜 매번 지옥으로 잘 못 떨어질까. 육신의 고통과 영혼의 고통이 비례한다. 매나 다구리를 맞을 때마다 느끼는 것 중 하나였다. 별이 보이고 구름, 달, 꽃, 엄마, 아빠도 보였다.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학교는 맞으러 왔다가 맞고 가는 곳이었다. 선생도 학생도, 필연적인 폭력으로 엮인 예레미아였다. 언젠간 심판을 받을 그들, 내가 정말 예수인지 몰랐다. 그러나 오늘도 용서를 했다. 내가 또 용서를 했다.
"어이, 빙신아. 어제 왜 쨌냐? 죽고 싶냐?" 사악한 12회의 일진 무리들이 말했다.
"아버지를 만나고 왔어."
"지랄하네, 아빠 없잖아."
"맞아. 하늘나라에 계신 우리 아버지, 그리고 너희들을 용서하고 사랑하기로 한, 나. 이예수." 내가 말했다.
"뭐라냐 이 새끼?" 그들은 나를 밟았다. 귀에서는 이명이 울렸다. 하늘이 부르는 나팔소리처럼. 그리고는 발길질이 멈췄다. 나는 일어섰다. 쥐고 있던 종이를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하늘나라에 계신 나의 아버지,
당신의 기도가 저와 이들을 보호해 주시고,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깨달음을 주시고,
예수에게 잘못한 이들을 용서할 테니,
우리를 제발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나는 이것을 읽었다.
"덜 맞았네" 그들은 또 나를 밟았다. 다시 불러본 아버지는 또 나를 버렸다. 그리고는 나를 하늘에서 관망했다. 학교라는 디오라마 속 피규어일 뿐이었다.
"너희들을 용서해, 너희들을 사랑해." 찢긴 입술과 잇몸사이, 흐르는 피의 강물을 뿌리며 말했다. 지친 걸까. 포기한 걸까. 그들은 발을 거두었다. 축복이라도 하는 듯, 성수 같은 침도 뿌렸다. 나의 용서와 사랑을 받은 것일까. 말없이 사라졌다.
몇 달간 병원 신세를 졌다. 갈비뼈를 포함, 안와골절과 치아파열, 장기 몇 개가 손상되었다. 다행인 건,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정말 아버지께서 나를 보우하셨나 보다. 기도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예수도 결국 부활을 해냈다. 로마인들의 박해 속에서 살아남은 예수님. 나는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그는 백성들에게 돌아갔으나, 나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신이 된다는 건 외로운 일이었다. 나를 버려야 한다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AS로마회의 12명. 그중, 한 명이 그들을 배신했다. 학폭위 조사 때 홀로 자수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모두를 용서한다. 그 마음은 그대로다.
자퇴서를 내고 가는 길. 돌아보지 말자, 돌아보지 말자, 그러다가 실수로 돌아보고 소금기둥처럼 굳어버렸다.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지 않기 위해, 신은 탄생했다고 생각했다. 인간은 예수를 통해 믿게 되었다. 2000년 전. 예수의 시간이 멈췄듯, 나의 시간이 멈췄다. 나는 도망가는 걸까. 아니면 나시 태어나는 걸까.
오늘도 세상 어딘가에서는, 고모라 같은 학교가 생겨나고 무너진다.
멸망은 또 다른 멸망을 낳지만, 용서는 또 다른 용서를 낳는다.
"어리석은 자를 용서하라. 또 용서하라."
-이예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