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차락-차락- 쉐이커 속 얼음이 공중에서 부딪힌다. 칠링한 잔을 올려 완성된 술을 붓는다. 가니시를 장식한다. 손님과 잔의 입맞춤을 본다. 올라오는 향이 눈썹의 각도를 만든다. 기물을 씻는다. 약간의 긴장감도 함께. 나는 칵테일을 흔든 지 3년째다. 세상 모든 술의 종류보다 많은 합. 그것들이 만나 완성되는 한 잔. 이 일에 매료된 건, 회사원 시절 다니던 BAR에서 지금의 사장님을 알게 되고부터였다. 국제 대회 우승 같은 화려함은 없었다. 하지만, 이곳엔 단어에 담을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매일 밤 12시부터 새벽 5시. 이끌리듯 들어온 손님은 또 다른 손님을 데려왔다. 도심 속이지만 간판이 없었고, 구석진 골목 지하에서 홀로 빛을 내고 있었다. 초록빛 조명의 가게는, 밝지도 어둡지도 않았다. 벽에 걸린 모니터들에서는, 글라스에 칵테일이 부어지는 영상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주문하신 사이드카 나왔습니다.” 코스터 위에 잔을 내려놓았다. 손님은 사진을 찍은 뒤, 한 모금을 마셨다.
“음- 좋네요. 고마워요.” 손님은 잔을 든 채로 향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기물을 씻었다. 그건 나의 작은 습관이다. 손님의 눈썹이 오를 때에만 움직였다. 그게 나만의 예의였다.
“바텐더님도 한잔하실래요?” 종종 손님들이 술을 권유하곤 한다.
“마음만 받겠습니다. 감사해요. 손님.” 손님과 맞술을 마시지 않는 것도 예의다. 더러 서운해하시는 분도 있다. 하지만 일정한 맛과 향을 위해서 지켜내야 하는, 일종의 직업적 윤리다. 이 일을 시작하면서 고수해 온 원칙을 쉽게 깰 수 없었다.
“맨날 안 드시네... 오늘은 친구도 안 와요. 저랑 놀아 주세요.” 밝은 스웨터를 입은 손님은 턱을 괴어 나를 바라봤다. 때때로 대화를 유도하거나, 받아 주는 관계에 놓인 직업이다. 나는 말을 하는 게 괴로워서 바텐더를 시작했다. 세상의 일은 대화로 이루어진다는 걸 매번 잊었다. 나름대로 빠져나가는 길은 있었다. 청소한 곳을 또 청소한다든지, 술병을 하나씩 꺼내어 닦는다든지 말이다. 그럴 때면 손님들은 한 잔을 들이킨 후, 또 다른 칵테일을 시켰다. 매장은 잠시 고요해졌다. 문에 걸어 둔 종이 울렸다. 띠링- 문 앞을 맴돌던 시린 공기가 매장을 파고들었다. 문은 닫히지 않고 머물러 있었다. 잠시 후, 닫혔다. 종은 울리지 않았다.
“어서 오세요, 손님. 몇 분이세요?”
“저희 두 명이 다예요. 오늘은 사장님 안 나오세요?”
“네, 당분간 휴가세요.” 사장님은 가게를 맡겨 두고, 다른 매장의 오픈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곳의 메인 바텐더는 나다. 두 명이 일하지만, 사업가와 바텐더는 장르가 달랐다.
“에헤이, 사장이 탄 마티니가 최고인데. 바텐더님도 잘하세요?”
“네. 그야 물론이죠. 두 잔 준비해 드릴까요?” 바 테이블에 앉은 두 손님은 같은 정장을 입고, 각기 다른 무늬의 넥타이를 맸다. 왼쪽 라펠에는 근처 대기업의 브로치를 하고 있었다. 크리스털 비커에 얼음과 진, 그리고 드라이베르뭇을 나만의 레시피로 붓는다. 스터링. 스푼이 중지와 약지 사이에서 서른 바퀴 정도 돌면, 비커 표면에 냉기가 얹힌다. 손끝이 기억하는 온도를 찾는다. 잔에 거름망을 대어 얼음을 걸러준 뒤 쏟아붓는다. 그리고 올리브 두 개를 스틱에 꽂아 넣는다. 간단한 재료, 어려운 칵테일. 난 이 술을 신뢰한다. 노력에서만 나오는 맛이었다.
“손님, 주문하신 마티니 두 잔 나왔습니다.” 나는 입꼬리를 살짝 들어 보였다. 3년간 매일 같이 연습했기 때문이다.
“오. 생긴 건 같네요... 하하. 농담.” 투명한 술에 올리브. 나의 레시피가 눈썹을 올릴 수 있을까, 보이지 않는 침을 살짝 삼켰다. 그들은 한 모금 마신 뒤 서로의 얼굴을 살폈다. 그러고는 술을 내려놓았다. 내려둔 마티니의 향, 그 진동이 멈췄다.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나는 기물을 씻지 못했다.
“손님, 입맛에 안 맞으세요?” 뒷짐을 진 채 앞으로 다가갔다.
“그게 말이죠. 사장님이 탄 건, 도쿄에서 맛본 거랑 똑같은데. 이건 좀 다르네요.” 도쿄에는 가본 적이 없었다, 사장님도 마찬가지로 알고 있었다.
“그건 제가 서비스로 드릴게요.”
“내가 그러자고 그런 건 아닌데, 뭐 아무튼 잘 마실게요. 땡큐.” 그들의 표정을 외면한 채 물을 틀었다. 기물과 함께, 쓰라림도 씻었다. 가끔 받는 표정의 거부가 익숙해지지 않는다. 얼음물을 한 컵, 들이켰다. 잠시 먼 벽을 바라보며 음악을 들었다. 네오 재즈가 흐른다. 처지지 않는 템포 덕에 만취한 손님은 드물었다. 주로 만취해서 오거나, 오면 술이 깨서 나갔다. 첫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나에게도 이른 퇴근이 필요한 것 같았다. 영업을 종료하고 집에서 홀로 맞이하는 아침 술. 오늘은 마티니를, 날 위해 섞어야겠다. 시선을 떼어 내려고 해도, 정장들을 흘깃 보게 된다. 모니터에서 다른 장면들이 깜빡였다. 오픈 한 시간 반. 아직 난 영업 중이다.
“바텐더님. 같은 걸로 한 잔 더요.” 사이드카를 드신 손님의 주문을 받았다. 매장은 얼음 부딪히는 소리로 채워졌다. 쉐이커 안에는 보이지 않는 올리브가 떠돌았다. 손님은 이번에도 눈썹을 올렸다. 정장들은 아직도 삼십 분째 대화만 하고 있다. 나는 돌아서서 병을 들었다. 수백 병을 만지다 보면 그들도 갈 시간이 오겠지. 진과 럼, 보드카와 데킬라, 몰트와 코냑을 차례대로 닦았다. 반 정도 닦았을 때, 바 테이블 구석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곳에는 아까 손님이 없었다.
“사장님.”
“네? 네, 잠시만요.” 문에 걸린 종소리가 울리지 않았다. 나는 소리를 놓쳤나, 손님에게 인사를 못 하고 등을 보이고 말았다. 한 잔이 필요했다. 물에 술을 타서 마실까 생각했다. 구석진 자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두운색 더플코트, 밝은 니트 비니를 쓴 손님이 앉아 있었다. 앞치마에 손을 올렸다. 손님이 가진 공기가 차가웠다.
“저기 혹시 여기 사과주스도 있나요?” 옷 스타일 때문인지, 성인치곤 약간 앳돼 보였다. 그렇다고 어리다고 하기에 애매모호한, 그런 나이처럼 보였다. 비니를 푹 눌러쓴 탓에, 머리카락도 눈썹도 가려져 있었다. 나는 마른기침을 삼켰다.
“저기, 혹시 미성년자는 아니시죠?”
“아핫. 네, 아니죠. 여기는, 모르는 사람은 몰라요. 전 알죠. 간판도 없는데.”
“하긴, 그렇긴 하죠. 하지만, 신분증은 한 번 보여주셔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손님을 처음 뵙거든요.”
“사장님. 저 오늘 기분이 안 좋거든요?”
“예?”
“근데, 덕분에 좋아졌어요. 그러니까. 합격.”
“네? 그게 무슨...?”
“주스 마시는데 무슨 신분증 검사를 해요. 어려 보이긴 하지만, 인정.”
“법이 그런 거죠. 제가 어쩌겠다는 게 아니고요, 손님. 하하...”
“네, 알아요. 근데, 있어요? 없어요?”
“음료가 있기는 한데, 콜라랑 탄산수, 오렌지, 파인애플만 있네요.”
“흠...” 비니를 쓴 손님은 입술을 좌우로 움직이며 눈동자를 굴렸다. 음악이 다음 곡으로 바뀌었다. 나를 보면서 손뼉을 작게 한 번 쳤다.
“그럼, 제가 나가서 사 와도 되죠?”
“손님, 영업장에서 이러시는 건 좀 곤란해요. 차라리......”
“저기 바텐더.” 아까 그 정장을 입을 손님들이 손을 들었다.
“아무튼 곤란해요. 손님, 잠시만요.” 나는 비니를 쓴 손님에게 정중히 말한 뒤, 자리를 비웠다.
“네, 손님, 뭘 더 만들어 드릴까요?” 돌아서서 마티니의 향이 멈춘 그 자리에 섰다.
“같은 거 한 잔씩 더 줘. 돈은 낼게. 마실 줄 아는 게 그것밖에 없어서.” 두 잔은 반 정도 비어 있었다. 테이블에는 올리브가 굴러다녔다. 자리에서 벗어난 올리브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바뀌는 건 없었다.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손님.” 크리스털 비커, 또 한 번의 스터링을 했다. 돌아가는 바스푼을 따라 손님들의 눈도 움직였다. 나는 잠시 그 구석 자리를 흘겨봤다. 아무도 없었다. 정말 주스를 사 올 생각인지, 아니면 그냥 간 건지. 궁금했지만 알고 싶지는 않았다. 올리브를 빼고 완성된 마티니를 손님들에게 드렸다.
“음- 깔끔하네. 사장님보다 잘 타네. 내 혀가 이상한 건지, 하여튼 맛있어. 땡큐.” 정장을 입은 손님들. 아까 문을 열었을 때, 바람에 느꼈다. 막창과 소주의 냄새를 품고 있었다. 그리고 반쯤 풀린 눈에 말이 꼬여 갔다. 그래서 맛을 모른 걸 거야. 맞아.
“입에 맞는다니 다행입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손님.” 인사치레했다. 밝은 스웨터를 입은 손님은, 추가한 사이드카를 반 정도 드셨다.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 삼매경에 빠졌다. SNS에 올라온 가게의 모습은 늘 초록도시였다. 어느 색이든 자신만의 색으로 흡수시키는, 어두움 또는 밝음. 그런......
“사장님! 왜 불러도 대답이 없어요?” 비니를 쓴 손님이 나를 불렀다. 테이블에는 아무것도 올려져 있지 않았다.
“어, 손님? 언제 다녀오셨어요? 분명 종소리가 안 났는데.”
“곤란하다면서요. 저 그래서 그냥 바닥에 쪼그려 앉아서 휴대폰 했는데.”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의자를 두고서요?”
“네. 그것도 불법인가요? 그냥 그 자세가 편해요. 한 번 해보세요 집에서.”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처음 봐서 그래요, 처음 봐서. 그럼 뭘 준비해 드릴까요, 손님?” 나는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사과주...”
“손님, 그럼 혹시 무알코올 칵테일은 어떠세요?”
“저 술 못 마신다고 한 적 없는데요? 저는 단지 취향이 확고한 거라고요. 하핫.” 밝은 비니는 조명에 빛이 났다. 가까워진 얼굴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뭐로 준비해 드릴까요?”
“흐음- 나는 사과 향이 나는 게 좋은데...”
“애플마티니 어떠세요?” 사실, 나는 이 술에 마티니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를, 머리로는 알았다. 가슴으로는 거부하며, 진이 아닌 보드카로 만드는 마티니는 마티니가 아니라고 믿었다. 그리고 애플푸커라니. 마티니는 달콤함을 위해 마시는 술이 아니다. 진정한 어른의 술. 그것이 마티니다. 아무튼 이 말을 뱉어 놓고, 나는 더 이상 오늘의 내가 아니었다. 난 3년간 애플마티니를 만들지 않았다. 그리고 사과칩도 없다. 젠장. 가니시 없는 칵테일은 상상할 수 없었다.
“오호? 이름이 뭔가 확- 끌리는데요? 좋아요. 해주세요. 많이요.” 비니에 가려진 눈썹이 움찔했다. 껍질을 벗긴 사과의 향을 상상했는지, 침을 여러 번 삼켰다. “사과 말린 게 다 떨어져서요... 그래도 괜찮으시다면요.” 그냥 돌아서서 문을 열기를, 종소리를 내지 않고서 계단을 오르기를. 그리고, 그냥 그대로 집으로 가기를. 밝은 지하, 어두운 지상. 시간의 명암이 뒤섞였다. 나는 지금 지하에 있었다. 얼음이 채워져 있는 인내심에 술을 붓지 못했다. 아침이 오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앞치마를 살짝 구겼다. 초록색 조명이 비니에 번지고 있었다.
“네. 라면도 건더기 수프 빼고 먹는데요 뭘. 좋아요. 그냥 주세요.”
“네,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손님.” 나는 돌아서서 걸어갔다. 대략적인 옛날 레시피를 떠올렸다. 어떤 에센스를 하나 넣었었는데. 하고, 턱을 만졌다. 그러다 밝은 스웨터를 입은 손님이 찾았다.
“바텐더님. 여기 계산이요.”
“네, 손님. 벌써 가시게요? 아직 세 시 반인데, 일찍 가시네요, 오늘은.”
“네, 피곤하기도 하고, 내일은 재택이 아니라서요. 잘 마셨어요.” 손님은 바 의자에 걸어둔 외투를 입었다. 가까이 다가와, 작게 물었다.
“그런데, 아까부터 구석에서 뭐 해요?”
“아- 처음 오신 손님이신 것 같아요. 특이한 메뉴를 찾으셔서요.”
“그렇구나, 나는 혼자 뭐 하나 했어요. 안녕히 계세요.” 고개를 돌려 코너 자리를 봤다. 의자는 비어 있었다. 쪼그려 앉아 핸드폰을 하는 것일까. 화장실에 갔을까. 아니면, 정말 종소리를 내지 않고 집에 갔을까.
“네. 감사합니다. 손님. 안전히 귀가하세요.” 손님 한 분을 보내 드렸다. 근처에 앉은 정장들을 흘깃, 스쳐 지나갔다. 반도 안 마신 잔에는, 물방울마저 사라지고 있었다. 향이 멈춘 마티니를 보냈다. 나는 애플마티니를 만들어 내야 했다. 애플푸커, 보드카, 라임주스, 그리고 그 에센스. 기억이 나지 않았다. 빼고 만들어도 모르겠지만, 나의 3년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칵테일을 만드는 것도. 나는 잠시 사무실에 들어갔다. 예전에 쓰던 수첩을 들었다. 모서리가 닳아, 뜯어질 것 같았다. 차르륵- 코에 대고 종이를 넘겼다.
마티니, 애플마티니. 혼자 중얼거렸다. 3년 전. 근처 월세방에서 살며, 가끔 새벽 산책을 했다. 계단에서 새어 나오는 초록 불빛, 그리고 음악 소리가 들렸다. 간판은 없었다. 남의 집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계단을 내려왔다. 문에 달린 작은 유리창 너머, 기다란 바 테이블이 보였다. 한 명의 바텐더, 세 명의 손님. 문을 열었다. 나무에 배인 술의 향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나는 끝 쪽에 앉아 바텐더를 기다렸다. 병에 반사된 초록빛에 눈을 감았다.
“어서 오세요, 저희 가게 처음 오시죠?” 물을 주고 내 주변을 천으로 닦았다.
“네, 어떻게 아셨어요?”
“이 동네 분들은 잘 안 오시거든요.” 바텐더는 살짝 내 옷을 봤다.
“아- 편의점을 찾다가, 이상하게 여기로 발이 끌려왔네요.”
“대부분이 그러세요, 밖에 간판이 없어서요.”
“그건 왜 그런 거죠? 간판요.” 나는 턱을 살짝 긁었다. 바텐더는 단순명료한 답을 주었다. 건물 주인이 간판을 달지 못하게 해서라고.
“시그니처가 되었네요.” 입가에는 미소 자국이 남았다.
“저 그럼, 술 한 잔 하고 갈게요. 추천 좀 해주세요.”
“마티니를 추천해 드립니다. 진정한 어른의 술이죠.”
“그 007 영화에서 나오는 술 맞죠? 궁금하긴 했는데.” 잠시 후 나온 술은 코를 찔렀다. 남는 향이, 머릿속 잔상들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 어른의 술. 그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술이 당기는 날이면 마티니를 마셨다. 입과 다르게 머리는 개운해져 갔다. 나는 이 술에 빠졌다. 일 년을 단골로 지내다, 이곳의 사장님이자 바텐더와 함께 일하기로 했다. 회사 모니터에서도 마티니 향이 났기 때문이다. 2년의 수련과 자격증까지, 마스터가 되기 위해, 모든 칵테일을 섭렵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레시피들을 적어 두었던 수첩을 넘겼다. 애플마티니. 이것은 마티니가 아니다. 맥주와 아로마 호프가 다르듯, 다른 건 다른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내가 적어 놓은 줄 알았던 비법 에센스는 없었다. 애플마티니의 향을 잃었다. 나는 다시 BAR로 향했다.
“똑똑- 손님, 잠시 시간 괜찮으세요?” 테이블에 노크했다.
“바텐더님 다 된 건가요?” 비니가 솟아올랐다. 자리에 앉으며 톤을 높였다.
“아뇨, 그게 문제가 좀 있네요. 사과칩 말고도 하나가 더 없어서 만들기가 어렵겠어요.”
“그게 뭔데요, 그냥 사과 맛만 나게 해 줘요.”
“그럼, 그건 제가 만든 칵테일이 아니라서요.”
“......” 손님은 테이블에 엎드려 고개를 돌렸다. 영업시간은 한 시간 정도가 남아있었다. 정장을 입은 두 사람은 여전히 잔을 비우지 않았다. 나는 그들에게 발을 옮겼다.
“저기, 손님. 혹시 마티니에 문제가 있나요?”
“그게 뭔 소리야? 사장님 나오라 그래.” 손님은 딸꾹질을 멈추지 않았다. 옆에 있던, 다른 타이를 맨 손님은 고개를 저었다. 카드를 꺼내 주었다.
“오늘은 계산을 받지 않겠습니다. 다시, 들러 주시면마티니의 정수를 느끼실...”
“야. 사장님 왜 안 나오냐고. 마티니가 씨. 어?” 딸꾹질의 흔들림은 느리게 섞는 쉐이커 같아 보였다. 취하지 않은 사람이 일어났다. 취한 사람을 부축했다. 초록색 조명 아래, 어두운 발걸음은 휘청거렸다. 문이 열리고, 그들이 가져온 냉기가 함께 빠져나갔다. 바 테이블을 정리하며 구석을 바라봤다. 모니터의 깜빡임이 멈췄다.
비니를 쓴 손님은 다시 쪼그려 앉은 것 같았다. 음악은 느린 템포로 바뀌었다. 나는 쉐이커에 얼음을 채워 넣었다. 애플푸커와 보드카, 약간의 라임주스를 넣었다. 뚜껑을 순서대로 닫고 흔들었다. 차락-차락-, 얼음과 술이 서로의 향을 찾고 있었다. 다시, 차락-차락-, 나와 손님이 서로의 온도를 찾아내고 있었다. 탁- 마지막. 쉐이커를 내려치는 소리, 잠시 시간이 멈췄다. 뚜껑을 열었다. 사과 향이 뿜어져 나왔다. 나는 침을 삼켰다. 구석진 자리, 애플마티니를 올려 두었다. 코스터 없이. 아마 손님이 없다면, 이 잔을 비울 것이다.
초록빛의 사과주스를 마시고, 내일은 어른의 술을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