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가 되고 난 후

– 기댈 곳이 생겼다

by 겨울이


“***님에 관한 알림이 3개 있습니다.” “***님이 친구로 추천되었습니다.”

오늘도 이메일을 열자 페이스북 알림이 주르륵 뜬다. 오래전 ‘친구’ 초대를 받아 가입만 하고 실제로는 거의 방문하지 않는 페이스북이다. 심지어 프로필 사진조차 유령으로 남아 있다. 그러니 당연히 새로운 ‘친구’ 초대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저 부지런히 날아오는 알림으로만 나의 ‘페친’이 얼마나 활기차게 살고 있는지 추측할 뿐이다.



처음에는 계정을 만든 후 가끔 로그인해 올라온 게시물을 확인하던 때도 있었다. 나의 ‘페친’과 친구들은 서로서로 경조사와 문학 활동과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다와 같은 일상의 소소한 소식들을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서로를 격려하고 축하하는 다정한 인사들이 이어졌다.

나는 그곳에 차마 ‘나는 오늘 대출 상담하러 은행에 다녀왔다’ 거나 ‘이번 한 달은 온통 진료 예약과 검사 예약으로 가득 찼다. 부모님이 안 아픈 곳이 없다’와 같은 동정을 알릴 수 없었다. SNS를 활용하는 다양한 목적과 이유들이 있는데 나는 그중 어느 것에서도 동기나 흥미를 가지지 못했다.



그러던 내가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고 첫 번째 글을 올린 지 어느덧 2달이 됐다. 그동안 열 편의 글을 발행했고 총조회수는 2백이 조금 넘는다. 한 글 당 스무 번 정도 읽혔다는 뜻이다. 정독을 해준 분도 있겠고 스쳐 지나가거나 뒤로 가기를 누른 분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소중한 조회수다.

사실 몇 해 전에 네이버 블로그, 다음 티스토리도 개설한 후 몇 달 운영하다 방치한 적이 있었다. 블로그가 수익성을 노리는 플랫폼이라는 사실을 알고서는 아예 의욕을 느끼지 못했는데, 뒤늦게 그 대열에 뛰어들어 볼까 생각했을 땐 꾸준함이 따라주지 못했다.



사실 내가 원하는 것은 경제적 수익이 아니라 작가로서의 인정과 관심이었다. 나는 흥미를 유발하거나 생활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가 아니라 순수한 창작물을 올릴 공간이 필요했다. 순전히 누군가 읽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응모와 투고를 계속해 온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런 면에서 사생활을 과시하거나 공유하는 SNS는 내게 맞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여전히 내가 하지는 않지만, 그런 SNS에 대한 인식도 조금 달라졌다. 누군가는 SNS를 인생 낭비라고 하지만 SNS를 통하면 세상과의 연결고리가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었다. 수년간 회의적으로 바라보던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드디어 입성하게 된 것도 바로 그런 생각의 변화 때문이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누군가 라이킷을 누르면 휴대폰에 알림음이 울린다. 그 전에는 휴대폰으로 통화나 문자 정도만 하던 내가 이제는 그 알림음에 동요하고 글의 조회수를 확인하며 라이킷이 올라갈 때 감사함과 기쁨을 느낀다. 사람들이 왜 타인의 관심에 목말라하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브런치에 올린 글 속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현실 속의 지난 내 두 달은 하루하루가 벼랑 끝에 선 듯 힘든 시간들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중심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브런치에 글을 올려야 한다는 의무감이었다. 하루 종일 황폐화된 나 자신을 다독이며 내게 뭔가 할 일이 있고 그 일이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려 애썼다.



순전히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브런치에 글을 올린 후 운도 따랐다. 전세를 내놨는데 나가지 않고 현 세입자의 이삿날은 다가와 초조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 직후 운 좋게도 새로운 세입자를 찾아 부족하나마 문제가 해결됐다. 그 바람에 포기할 뻔했던 공모전 작품도 완성할 수 있었다.

브런치 덕분에 마치 직장이 생긴 것 같은 소속감을 갖고 지켜야 할 마감이 늘 기다리는 기분으로 살게 됐다. 글쓰기가 나를 살리고 브런치가 기댈 언덕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