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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은동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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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란지 Jan 04. 2023

검도 재도전

1/3

1.

나에게는 무술에 대한 로망이 있다.

첫째 아이를 낳은 후에 처음 시작한 운동은 복싱이었다. 살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나도 아기들도 보호할 수 있겠지? 상상하며 호신이 되는 운동으로 선택했다. 둘째 아기가 들어서기까지 정말 신나게 쨉을 날렸다.

새해에 다시 운동을 할까 하니 이제는 헐벗고 하는 무술 말고 ㅋ 뭔가 도복을 입고 예를 갖추는 무술을 배우고 싶었다.

2.

동네에 검도장에 4개가 있었는데 유일하게 점심시간 수련이 있는 곳으로 상담을 갔다. 다른 선택의 여지 같은 것이 없었기에 편했다. 애들 어린이집에 넣고 운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집합금지 명령으로 점심시간 수련이 사라졌었는데 거기도 마침 이제 다시 점심시간대 운영을 해보려고 한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시작한다면 나만...?

3.

배웠다고 하기 부끄럽지만 대학 입학 직전 방학 3개월간 검도를 배웠다. 머리! 머리! 머리! 를 외치며 미친 듯이 죽도를 흔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 신나는 기분을 이어 당연한 듯이 대학교 검도동아리에 들어갔다. 한국 운동 동아리의 무섭고 폭력적인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피멍과 눈물과 함께 도망치듯 나왔다. 그래서 내가 검도장에 스스로 걸어 들어간 것은 재도전의 의미가 있다. 내가 못한다고 생각하고 포기했던 것. 그렇지만 아직까지 마음속으로 흠모하는 것.

4.

왜 검도를 선택했냐는 관장님께 그런 것들을 가볍게 털어놓았다. 관장님이 좋아하셨다. 재도전이라는 말을 좋아하시는 것 같았다. 감상충임을 숨기기 위해 대학 시절 공부하고 기숙사로 돌아가던 밤길, 하얗게 빛나는 동아리 창문에서 새어 나오는 죽도소리를 너무 좋아해 가만히 듣고 있었다 따위의 말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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