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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lie n Tahoe Jan 27. 2023

왜 밴쿠버로 왔어요?

I am new to Vancouver - 01


캐나다로 오기 전 도시 선택에 큰 공과 시간을 들이지 않았다. 다양한 사람들과 문화를 접할 수 있고, 시골은 아니지만 자연과 가깝고 일자리가 풍성한 곳. 시리게 추운 토론토 보다 조금 더 따뜻한, 모든 조건이 밴쿠버를 가리키고 있었다. "토론토는 서울이 아니라 부산이고, 밴쿠버는 부산이 아닌 강원도에 가깝습니다." 수많은 도시 비교 콘텐츠 중 눈에 때려 박힌 한 문장. 이게 사실이라도 시골 라이프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터라 꽤 괜찮은 경험이 될 거라 생각했다. 커다란 British Columbia 주 안에 North/East Vancouver, Burnaby, Coquitlam, Langley, Surrey 등 많은 도시가 있고, 나는 2존에 속하는 도시 New Westminster에 임시 숙소를 잡았다. 다운타운까지 40분 거리. 딱 3주간 머물 줄 알았던 이곳의 삶은 단순한 이유로 무기한 연장되었다.


워홀러들이 거쳐야 하는 몇 가지 필수 관문이 있는데 은행 계좌 개설, SIN 발급, 면허증 교환 등의 서류 작업들은 짧은 영어로도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진정한 첫 번째 미션은 바로 집 구하기다. 타이밍과 운이 따라줘야 하는 이 미션은 현실 몽둥이가 되어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연말은 이사 시즌이 아닐뿐더러 혹독한 날씨 덕에 마음껏 발품 팔기 어려운 시기고, 내게 필요한 펫프렌들리 옵션은 10가지가 될 수 있었던 선택지를 2가지로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언제쯤 일을 시작하게 될지 모르는 상황과 터무니없이 비싼 밴쿠버의 렌트비. 초기 자금을 믿고 잠시나마 안주했던 나는 곧바로 셀프 채찍질 모드에 들어갔다.


색안경인지 현실 감각인지 모르겠지만, 밴쿠버(혹은 뉴웨스트민스터) 서민들은 최소한의 삶을 사는 것 같다. 잦은 외출, 외식, 폼 나는 패션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이 진정으로 원해서 이렇게 살아가는 것인지, 버겁도록 비싼 물가와 세금에 자신들의 하루하루를 끼워 맞추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미니멀 라이프와는 묘하게 다른 느낌이다.



Young, work hard, play hard, hectic but never boring 한 다운타운의 삶을 포기하고 이 조용한 동네에 머물기로 한 단 한 가지 이유는 '돈'이다. 또다시 그것이 나를 장악했다. 밖에서, 사람에게서 에너지를 얻는 나에게 오후 5시가 오후 11시 같은 기나긴 밤의 계절과 한적한 거리는 너무한 처사다. 계획보다 이른 시기에 구직을 시작하는 게 아쉽지만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보고 느끼는 1년이 되기 위해서는 일을 구하고, 이사를 가야겠다.



여전히 한국과 너무나 다른 문화와 인종, 삶의 태도를 가진 이 도시를 강원도에 비유하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 시간을 가지고 탐구하다 보면 나만의 방식으로 이 도시를 정의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때는 나도 타호도 이곳에 잘 스며들어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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