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벽을 뚫은 남자

우리들의 변호사, 박준영처럼 나도 나의 영역에서 벽을 넘어보자.

by 책선비

<우리들의 변호사> 책은 웅상도서관 책수다 모임에서 선정된 도서이다. 지난달에 강연 왔던 강원국 작가가 박준영 변호사를 다음 강연자로 적극 추천했다. 멤버들과 그의 책도 읽고 강연도 참여하기로 하였다.


얼마 전에 <방구석 1열>에서 재심 영화를 다루었다. 영화 주인공의 실제 인물인 박준영 변호사 나와서 영화와 자신의 삶을 나누었다. 왜소한 외모와 달리 표정이 밝고 농담도 잘 던졌다. 그런데 섬마을 출신에 고졸 학력, 비행청소년 시절 그리고 파산까지 과거사가 남달랐다. 그래서 '사법 살인'이라 할 수 있는 오판으로 인해 무고한 세월을 감옥에서 보낸 약자를 위해서 일하는 변호사가 될 수 있었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하지만 고생한 만큼 보상을 받고 싶었을 텐데, 자신의 안위를 포기한 채 신념대로 행동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 말처럼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삶과 재심 과정이 담긴 <우리들의 변호사> 책에는 거대한 법과 냉혹한 현실 앞에 무수히 넘어지고 갈등했던 시린 장면들이 가득했다.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의 속마음과 어려움도 토로하고 있다. 정의롭고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 마냥 멋있고 인정받는 것만 아니다. 경제적으로 파산하기도 하고 동기를 의심받기도 한다. 무료로 일을 하고 있음에도 보상금을 노리고 접근한 것이라며 오해를 받기도 했다. 왜 그는 그런 가시밭길을 가는 것일까.


책 서문에 자신의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내용을 보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지금보다 좀 더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가난하고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감옥에 살아야 하는 일이 없기를 소망하고 있다. 그런 바람이 있다면 다른 누군가가 해주길 기다리지 말고 바로 자신이 하면 된다고 말한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변호사들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뛰어난 정치인이 나타나서 여러 사회 문제들을 뚝딱 해결해주길 바라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모두가 박준영 변호사처럼 한다면, 내가 내 삶의 영역에서 주변을 돌아보고 변화의 필요를 깨달아 그 시작점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때로는 절벽 끝에 서야 한다고들 합니다. 처음에는 저도 이 말이 와 닿지가 않았습니다. 절벽 끝에 선다고 해 봐야 떨어져 죽는 거지, 뭐 새로운 길이 열리겠나 싶었지요. 그런데 이제야 그 말의 의미를 알 것 같습니다. 절벽까지 가는 상황만 잘 관리한다면 절벽에서는 가장 극적이고 강렬한 선택을 하게 될 것이고, 그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입니다." (69쪽)


"도대체,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을 어떻게 견디시나요?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제가 맡고 있는 사건 중에는 저지르지도 않은 죄로 21년이나 감옥에 갇혀 있었던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에 비하면 저야 뭐...’" (203쪽)


위의 두 구절은 기억해두고 싶다. 절벽에 서는 두려움과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 앞에 흔들리고 갈등했던 저자가 삶으로 보여준 대답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나도 대답할 날이 오게 된다면 포기의 단어가 아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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