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대화/마셜B.로젠버그 지음, 캐서린 한 옮김/한국NVC/2017
비폭력대화는 판단, 비난 그리고 폭력이 들어가지 않은 말로 서로 대화하는 것을 말한다. 대화방법은 1.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구체적 행동을 관찰한다. 2. 그 관찰에 대한 느낌을 표현한다. 3. 그러한 느낌을 일으키는 욕구, 가치관, 원하는 것을 찾아낸다. 4.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을 부탁한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 상대방과 갈등이 있을 때 관찰보다 바로 평가를 한 뒤 비난과 분노를 표출한다. 관찰과 느낌을 표현하고 욕구를 발견한 뒤 정중하게 부탁하는 과정이 없다. 저자인 로젠버그는 심각한 갈등 상황에 있는 사람들과 기업 내 분규나 국제분쟁 현장 등에서 이 대화방법을 적용하여 많은 갈등을 해소하는 일을 하였다. 그 예들이 정말 많이 나온다. 읽고 있다 보면 해결 못할 문제가 없을 만큼 놀랍기도 했다.
한마디로 나를 자극하는 상대방의 불편한 행동에 집중하여 지적하고 분노하지 말고, 그 이면에 있는 자신의 욕구에 초점을 두라고 말한다. 그것을 발견하고 해결의 문이 열린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의 욕구를 인지하고 표현하는 데 서툴고 어렵다. 특히 한국사회는 욕구를 표현하기보다 참아야 된다는 교육을 더 많이 받았다.
“사람들이 상대방을 탓하기보다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말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모두의 욕구를 충족할 방법을 찾을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는 것을 나는 여러 번 경험했다.”(106쪽)
“자신의 욕구를 스스로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도 그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을 것이다.”(108쪽)
“다른 사람에 대한 비판, 판단, 분석, 평가 등은 우리 자신의 욕구나 가치관의 왜곡된 표현이다. 사람들은 비판을 받으면 자기 방어나 반격에 힘을 쏟는다. 우리 느낌을 자신의 욕구에 더 직접적으로 연결해 표현할 수도록 상대방은 더 쉽게 연민으로 반응한다.”(115쪽)
최근의 갈등관계에 있었던 사람들을 떠올려보았다. 그 사람을 비난하고 싶은 그 마음 이면에는 분명한 욕구가 있었다. 또한 그의 행동을 관찰하기보다 바로 평가를 내리고 판단했다. 사실과 평가가 뒤섞이고 충족되지 못한 욕구불만까지 겹치면서 심각하게 비난했던 일이 있었다. 이 책을 읽고 사실과 평가를 구분해보니 문제가 쉽게 풀렸다.
남편에게 갑작스럽게 분노가 치솟는 순간이 있다. 과거 일까지 다 끄집어내서 비난하고 싶었다. 욕구가 해결되지 않아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내가 원하는 것을 선명하고 구체적으로 그리고 상냥하게 말했다. 원하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남편이 알아서 해줄 것이라는 기대도 내려놓았다. 비난과 분노의 감정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반대로 남편이 툴툴거릴 때, 아이들이 울거나 떼를 쓸 때, 누군가 가끔 냉소적인 태도를 보일 때에 똑같이 불평하고 비난했는데, 요즘에는 그들의 욕구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물어보게 되었다. 그 욕구를 안다고 해도 내가 다 채워줄 수는 없겠지만 이 과정이 큰 갈등의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 같다. 서로의 욕구를 표현하고 절충하는 방법을 같이 고민하는 일은 결국 해결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저자는 각자의 욕구가 해소되는 지점을 찾을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존중을 유지하는 것이 갈등을 성공적으로 해결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이다. 우리가 부탁을 했을 때 상대가 우리의 부탁에 동의하든 안 하든 그들의 반응을 존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중략) 우리는 갈등 해결 과정에, 즉 모두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데에서 우리의 초점을 둘 수 있다.”(295쪽)
욕구를 마음껏 표현하라고 해서 상대방을 나의 욕구대로 변화시키려고 하면 안 된다. 해결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고 듣는 태도가 필요하다. 어쩌면 다 아는 내용일지도 모르지만 이 책에는 실제적인 지침과 대화 방향을 잘 설명하고 있다. 아주 유용하다.
책을 읽은 만큼 실생활에서 얼마큼 적용하며 살아갈지 잘 모르겠다. 적어도 비난과 판단, 협박 등이 담긴 대화도 폭력적일 수 있고 심각한 갈등을 일으킬 수 있음을 기억하려고 한다. 앞으로 어떤 불편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두고 그 행동은 관찰하되 판단과 평가는 최대한 미루고 나의 느낌과 욕구에 집중해보려고 노력해보고 싶다.
가까운 사람과 갈등관계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한다. 크고 작은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