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남자 아이들과 <파란도시>를 읽고 독서토론
2학년 둘째 친구들과 독서토론. 남자아이 4명이 한 시간 동안 앉아서 책 이야기를 한다. 끝나고 몇 분이라도 같이 노는 것이 더 큰 목적이라도 이건 놀라운 일이다. 마음껏 칭찬한다. 물론 수업 중에 보이는 산만한 태도가 약간 아쉽기도 하다. 그래도 마음은 힘껏 격려해 주고 싶다.
<파란 도시>는 모든 것이 파란색으로 이루어진 도시에 사는 파란 늑대들의 이야기다. 이들은 '아주 질서 정연해서 계획에 없는 뜻밖의 일이 벌어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휘파람을 부는 빨간 늑대의 등장으로 파란 도시는 혼란에 휩싸인다. 시간이 흐른 뒤, 빨간 늑대에게 다양한 버전의 휘파람을 배운 파란 늑대는 파란색만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색깔을 사용하며 편하게 행동하게 되었다. 그러다 갑자기 사라진 빨간 늑대 대신에 킥보드를 타며 물구나무 서기를 하는 노란 늑대가 나타난다.
♬ 아이들이 준 별점
4점, 3.5점, 3점, 4점.
♬ 아이들의 소감
"파란색만 있으니 지루해 보였어요."
"딱딱한 삶을 을 살던 파란 늑대들은 갑자기 나타난 빨간 늑대가 가르쳐준 휘파람을 배운 뒤로 행복해져서 보기에 좋았다"(공통된 의견)
♬ 아이들의 질문들
파란 늑대는 콧구멍까지 파란색이었을까?
빨간 늑대와 노란 늑대는 어디에서 왔을까? 왜 왔을까?
그런데 파란 늑대들은 휘파람을 불지 못했어요. 한쪽 다리로 깡충깡충 뛸 줄도 모르고 숨바꼭질을 할 줄도 모르고 나무에 올라갈 줄도 몰랐어요. 한 손만으로 자전거를 탈 줄도 모르고 풀밭에서 낮잠을 자거나 하늘을 나는 꿈을 꿀 줄도 몰랐지요 멀리 침 뱉기 시합이나 물수제비뜨기 시합이 뭔지도 몰랐어요. 그런 걸 배우려면 시간이 필요했는데 파란 늑대들은 어릴 때부터 일분일초 쓸모없이 낭비하지 않았답니다.
그런 일들은 아무 데도 쓸모가 없어 보였어요. 그러나 사실은 뭔가에 쓸모가 있답니다. 휘파람을 불 줄 아는 늑대와 그렇지 못한 늑대는 아주 큰 차이가 있지요.
휘파람을 배웠다고 해서 삶이 이렇게 바뀔 수 있을까?
휘파람을 배운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친구들에게 휘파람 같은 사건, 휘파람 같은 존재가 있었을까?
한 아이들의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지금 만나는 이 친구들이 저에게는 휘파람 같은 존재예요."
빨간 늑대나 노란 늑대처럼 나와 너무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면 어떻게 반응할 것 같냐고 물었더니 모두들 "친하게 지낼 거예요."라고 대답했다.
아직 사회 통념과 경직된 태도가 없는 아이들 대답을 들으며 내가 배우게 된다. 파란색이 익숙한 나에게는 빨간색과 노란색은 너무 튀는 색깔이다. 또한 물구나무 서는 노란 늑대가 좀 어색하다. 아이들은 별 편견 없이 오히려 재미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모두가 똑같지 않아도 불안해할 필요 없다. 익숙한 패턴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롭고 다양한 것을 받아들인다면 인생은 더 여유롭고 풍요로울 수 있다. 휘파람 불기처럼 쓸모없는 것처럼 보이는 놀이도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고 소소한 것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다.
파란 늑대들은 노란 늑대에게 물구나무 서는 것을 배우고, 킥보드도 타게 될까?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빨간 늑대와의 경험 때문에 시도해볼 것으로 예상된다. 파란 도시가 알록달록 빨갛고 노란색이 덧칠해져, 한 아이의 말처럼 '다채로운 무지개 도시'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