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전과 성장의 기쁨
3년 전 넷째를 어린집에 보내고 매일 도서관에 다녔던 도백(도서관 백수) 이 도서관에서 수업을 하게 되었다. 집 앞에 멋진 도서관이 세워졌고, 문화강좌 기획서를 제출하여 올해 상반기부터 일을 하고 있다. 예전에 도백으로 활동했던(?) 건너편 도서관에서도 수업 요청이 왔다. 동네 도서관 두 군데에서 도백이 아닌 도강(?), 도서관 강사가 되었다.
몇 년 전에 햇빛 가득한 창가의 신간 코너 책상에 앉아 즐겁게 책 읽고 놀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10년 네 아이 육아에서 벗어나 마음껏 읽고 쓰고 싶어서 도서관 백수를 자처했었다. 하지만 주변 엄마들은 바로 일을 하거나 안정적인 직장을 위한 새로운 도전을 했다. 나는 '한량같이 눈에 보이는 성과 없이 이렇게 책만 읽어도 될까'라는 불안도 있었지만 육아와 병행하기에는 일단 도백이 최고라며 나를 챙겼다.
도서관에 기획서를 내기까지는 아주 큰 용기가 필요했다. 솔직히 용기를 내고 싶지 않았다. 편하게 책만 읽고 마음 당기면 글 좀 쓰며 지내고 싶었다. 하지만 수많은 책 모임에 참여하며 토론하고 글 쓰는 재미와 의미를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내가 내 입으로 이 일의 가치와 소중함을 떠벌리고 있었다. 말한 만큼 행동할 때가 온 것이다.
지인의 강권에 의해 등 떠밀려 기획서를 제출했고 채택되었다. 새 도서관이어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수업이 개설되었지만 등록률이 저조했고 이를 본 친한 엄마가 주변에 홍보를 시작해서 인원이 다 채워졌다. 고마웠다. 곁에 있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상반기에 했던 수업은 '인성 창의력을 위한 미디어 리더터시' 이었다. 이후 독서토론 수업은 다른 도서관에서 방학 특강으로 하고 있다.
매주 수업 준비하느라 날밤을 샜다. 아이들의 반응을 받아주며 수업을 진행하느라 진땀을 뺐다. 어떻게든 시작했으니 배워보자는 마음과 '나랑 안 맞으니 안 해야지'라는 마음이 매주 싸웠다. 그렇게 8주를 보내고 방학 특강과 하반기 수업 의뢰가 들어왔고 고민의 여지도 없이 하기로 했다.
왜냐면 실전에서 직접 겪었던 문제를 해결하려고 자료를 찾으며 하나씩 알아가는 보람을 느꼈기 때문이다. 조금씩 성장하는 내 모습도 보기에 좋았다. 아직 어설프고 자라나가야 할 부분도 많지만 나는 지금이 만족스럽다. '도백'의 자리에만 머물고 실전을 뛰지 않으려고 했던 내가 한 걸음 내디뎠다는 것만으로 의미 있다. 잘 하지 못해도 일단 도전했다는 이 경험이 앞으로 나를 더 성장시킬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