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을 향한 사랑

최재천 <최재천의 공부>

by 책선비

우리나라 사람은 공부를 참 좋아한다. 학생으로서 성적과 입시를 위해 하는 공부뿐만 아니라 도서관이나 평생 교육원에서도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배우며 익히고 있다. 최근에는 유명한 작가나 철학자, 교수 또는 소설가들의 공부법이 담긴 도서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 중에 <최재천의 공부>라는 책이 눈에 띈다.


최재천 교수는 동물행동학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생물학자로서 하버드대와 서울대, 이화여대에서 교수로 제직하면서 수많은 책을 썼다. 특히, 오랫동안 칼럼을 통하여 환경과 교육, 사회 여러 문제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그는 교육 현실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하거나 여러 정책을 제안했다가 반대에 부딪히며 홀로 싸우고 견디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런 경력의 소유자인 저자가 과연 어떻게 ‘공부’라는 주제를 풀어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최재천의 공부>(최재천 안희경, 김영사, 2022)는 재미 저널리스트 안희경 작가가 던지는 공부와 관련한 다양한 질문에 최재천 교수가 대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부의 뿌리, 시간, 양분, 성장, 변화, 활력이라는 소제목에 맞게 교육과 공부 전반에 대한 최재천 교수의 명확한 주장들이 인상적이다. 이는 저자의 생생한 경험과 과학적 실험과 데이터를 근거로 전달하고 있어 설득력이 매우 높다.


“교육 핵심 전략으로 초등, 중등 교육에서 환경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응용 분야 연구는 기업이 담당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한 연구비는 온전히 기초 분야 연구에 투자하라.”, “시험을 치루지 않고 성적을 내는 방법이 분명히 있습니다.”, “저는 구태여 대학에 갈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싶습니다.”등등.


특히 그는 대학을 가기 위해서 공부하며 성적에 연연하는 시절은 저물고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학생들에게 직접 “요즘 세상에 뭐하러 대학 오냐!”고 말하며 “저는 구태여 대학에 갈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하고 싶”(p.265)다고 한다. 이어서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있는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개혁이 필요한지도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즉, 각 세대를 위한 별의별 대학을 많이 만들어서 누구나 배움이 필요하면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 중에 진짜 성공해서 꿈을 이루는 아이들이 많아졌습니다. 여기 저기서 툭툭 튀어나오기 시작하면 세상이 바뀔 수밖에 없겠죠?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가 나오고 나서 하버드대학교 학생들의 목표가 중퇴가 됐습니다. (…) 저는 대학을 일곱 번, 여덟 번 다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피터 드러커 선생님이 배워서 써먹고, 또 배워서 써먹는 시대가 온다고 하신 말과 맞물립니다. 지식의 유효 기간이 짧아지고 있어요. 20대 초에 배운 알량한 전공 지식으로 95세까지 우려먹는 것이 기본적으로 불가능해졌습니다.”(p.263~p.266)


이제는 경쟁이 아닌 공생을 위해 공부하는 시대가 열렸다. 우리는 흔히 약육강식 세계에서 ‘적자생존’해야했다. 하지만 적자생존은 틀렸다. 실제 자연에서는 “손을 잡은 자들이 미처 손도 잡지 않은 독불장군을 몰아내고 함께 사는 곳(p.10)”이다. 즉, 꼴찌만 아니면 살아 남을 수 있고 풍요로운 시대에는 아무도 낙오되지 않는다.

특히 앞으로 첨단과학이 발달하고 더 복잡해진 미래는 혼자 능력으로 일을 완성하기 어려운 사회이다. 더 이상 독불장군을 우대하며 공부를 강조하는 교육으로는 미래를 열 수 없다. 이에 최재천 교수도 “MZ 세대라 부르는 우리 아이들은 이미 함께 살아갈 준비를 하고 있”(p.10)다며 이들에게 맞는 교육을 준비해야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다양성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동질의 것들만 공생할 수 없다. 다양성은 생태계가 살아남는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은 목적이 있는 없는 다양성 자체를 고려조차 하지 않”(p.247)는다고 최재천 교수는 비판한다. 그는 서울대학교 교수 시절, 입학정원의 10% 정도를 비 보이와 같이 다양한 분야의 재능 있는 학생들도 뽑아서 모범생들에게 자극도 주고, 각자가 사회에서 각각 독특한 역할을 하도록 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공정’이라는 단어가 더 민감해지고 있는 요즘에는 그의 제안이 더 수용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일부 색다른 짓을 하는 아이들까지도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게 제가 바라는 가장 바라는 점에요. 시스템을 다양화해서 일부는 그냥 좀 괴짜로 클 수 있게 해주면 참 좋겠습니다.”(p.244)
“저는 무엇보다 앎이 가져오는 사랑이 소중하다고 여겨요. 우리 인간은 사실을 많이 알면 알수록 결국엔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p.39)


답답한 교육 현실에 실망한 사람들이나 아이들의 공부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할지 고민하는 학부모들, 나이와 상황 상관없이 다시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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