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책 모임에 간다> (김민영, 2020)
대단한 독서가들의 책모임에 즐겁게 참여만 하고 있다가 이제 곧 책모임 진행을 하게 된다. 한 달 전에 2주 간격 4권의 책으로 ‘독서교육 관심자를 위한 책모임’ 광고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6-7명 정도가 참여 신청을 했다. 원래는 숭례문 학당 독서토론 리더과정을 마치면 독서교육을 위해 사둔 책을 읽을 겸 모임을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러다 주위의 권고로 진행하게 되었다. 손사래 치며 거절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올해 목표 중에 ‘자신감 없는 소리는 하지 않는다’를 지키려고 침묵했다가 일이 성사되었다.
<나는 오늘 책 모임에 간다>의 저자는 15년 동안 다양한 책모임을 인도하며 독서토론을 이끌고 있다. 토론 책에 대한 소개와 함께 토론을 준비하는 과정과 마음 가짐, 실제 독서토론 분위기와 인도자로서 느꼈던 즐거움과 어려웠던 순간들이 잘 나타난 책이다.
저자가 운영하는 북클럽에 자주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책이 나오 마자 바로 구입했다. 처음에는 책모임 참여자 입장에서 다양한 책과 사람들 반응 중심으로 봤다. 이번에는 전적으로 책모임 인도자 관점에서 살펴보게 되었다. 책을 선택하고 사람을 모으는 과정, 독서토론의 여러 분위기, 인도자의 역할은 어디까지인지 등. 책의 부제처럼 ‘북클럽 운영자의 기쁨과 슬픔’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기쁨과 슬픔은 무 자르듯 나눠지지 않았고 책과 책모임,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섞여 있다.
“한 회원에게 편향된 마음을 노골적으로 보이면 다른 의견을 지닌 이가 자유롭게 말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으니까. 책 모임을 하며 나는 균형을 연습하는 중이다.(중략) 왜 이 책을 추천했는지 알 것 같다는 한 두 마디를 들으면 심장에 보글보글 기포가 올라오는 것 같다. 마치 나란 존재가 환대받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 19쪽
“미연 님의 솔직한 말에 놀란 나는 소수의 입장을 묵살했던 기억이 떠올라 머리를 쥐어뜯고 싶었다. 쉽게 깰 약속이라면 쉽게 해서도 안 된다는 것. 연기나 취소의 이유에 전원이 공감할 때까지 운영자는 기다려한다는 깨달음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47쪽
“고심해서 고른 책이었다. 어떤 반응이 나오더라도 감수할 각오로 갔는데, 위로와 용기를 얻고 왔다.” 92쪽
모임 인도자로서 조심해야 할 부분이 가장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지금 상황이 절박(?)해서 그런지 운영자의 어려움과 고민이 담긴 문장에 밑줄을 긋게 된다. 아무리 이론과 경험이 탄탄하더라도 매번 새로운 실전의 모임에서 능숙하게 진행하는 일은 말처럼 그리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저자만의 경험에서 나오는 책모임의 정의와 의미가 담긴 문장들이 무척 인상적이고 여운을 준다. 책모임의 방향성과 태도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내가 막연하게 누려던 책모임의 유익도 생각하게 된다.
“하나의 책 모임은 열 모임의 뿌리가 된다. 난 책 뿌리를 심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25쪽
“견해가 엇갈린다는 점, 책 모임 대화의 큰 매력이다.” 51쪽
“넓이도 깊이도 풍성한 만찬을 차리고 싶은 난 오늘도 다음 독서 토론 생각에 푹 빠져 있다.” 96쪽
“추천받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편견의 동굴에 새로운 창을 내는 일이다. 추천자의 삶이 내 삶의 안쪽 구석으로 들어와 자리 잡은 작은 방이다.” 100쪽
“한 작가의 인생도, 어떤 회원들을 만나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이니 내게 책 모임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과 닮은 또 하나의 세계다.” 122쪽
책을 좋아하고 책모임을 즐기는 입장에서 저자가 소개해주는 책, 모임의 분위기, 책친구들에 대한 묘사 등 모든 부분에서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장바구니에 추천 책을 담아두기도 하고, 책모임 노하우가 담긴 문장에는 밑줄을 긋고, 여러 책친구들 중에 나와 비슷한 사람은 누구인지 체크도 하면서 연휴 동안 신나게 읽었다. 책모임 진행자로서 기쁨과 슬픔은 아직 나에게 먼 내용이지만 함께 했던 진행자의 입장을 생각하게 되었고, 그들의 수고와 어려움도 돌아보게 되었다.
“책의 유일한 단점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물론 그 망망대해에 빠질 수 있어 행복한 순간이 더욱 많다. 설렘과 부담 사이를 오가는 책 모임 진행자의 하루가 저문다.” 159쪽
‘행복한 순간이 더 만’ 았다는 저자의 고백이 다행스럽고 감사하다. 앞으로 계속 책과 함께 살아갈 나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된다. 여러 모로 든든한 책이다.
추천 : 책모임이나 독서토론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 좋은 책을 추천받고 싶은 사람, 책모임 인도자가 되고 싶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