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그립지 않은 이유

존재는 존재 자체만으로 존중받을 수 있을까. 그런데 존재는 사라졌고

by 책선비

엄마를 그리워하지 않았다. 한 존재가 사라졌는데 일상이 아무런 변화도 없고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만큼... 존재감이 없었다는 반증이리라. 엄마는 이런 자신의 존재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실까. 20년도 훌쩍 지난 지금에서야 나는 갑자기 궁금해졌다. 왜? 모르겠다. 그냥 존재에 대해, 존재만으로도 존중하고 존중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나만의 언어로 설명하고 싶어졌다. 그건 나의 존재감과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의 엄마는 어디있어?"


4남매중 셋째 딸이 물었다. 1, 2호 아들 키울 때는 직면하지 않었던 질문이었다. 엄마를 너무 사랑하는 딸은 엄마의 엄마가 궁금해졌고 엄마의 엄마도 엄마를 사랑했는지 궁금해진 것일까? 외할머니는 예전에 돌아갔고 지금 계시지 않는다고 무미건조하게 대답하는 나를 딸은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외할머니는 어떤 사람이야?"


말문이 막혔다. 어떻게 말해야할까. 사실대로 솔직하게? 아니면 체면도 있으니 거짓말로? 그냥...... 정말 뭐라고 말해야할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말 그대로 머리가 백지상태. 뭐라고 얼버무렸는지 기억도 나지 않고 아이의 의아한 눈빛만 남아 있다.


엄마가 돌아가신지 20년이 넘었고 아이 넷 키우며 남편과 알콩달콩 재미있게 살면서도 한번씩 악몽을 꾸었다. 초등학교 시절 대문 앞에서 밤12시 지하철이 끊기기 전까지 엄마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서 있었던 나를 향해 내가 소리친다.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데 왜 그러고 있냐고~ 엄마는 이미 돌아가셨다고~ 외치지만 꿈 속에 나는 너무 슬픈 표정으로 지하철 역 입구를 쳐다보고 있었다. 단 한 번도 엄마는 기다리고 있는 나를 향해 달려온 적이 없었다. 그 공허함, 뭐라고 설명해야할까? 무거운 공기 속에서 허덕이다 잠에 깨면 행복한 나날 속에 이런 악몽이 이해되지 않아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곤 했다.



수필공모를 해본다면 나는 엄마 이야기를 써야할 것 같다. 이미 사라진 엄마의 존재를 지금에라도 존중하고 싶은 내 마음은 7살 딸이 던진 질문 때문이다. 2년이 지나서야 그 답을 찾으려고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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