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북쓰다가 딴짓 중

내 경험을 믿고 쓰다

by 책선비

내일까지 전자북 초고 마감일이다. 33만원이라는 거금 들여서 40-50페이지 전자북을 내기로 했다. 서평을 꾸준하게 썼기 때문에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목차를 쓰면서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갔다. 남아아이 독서법이라고 하니 뭔가 전문가적 내용을 담아야한다는 부담을 느꼈다.


3년 동안 아이들과 독서수업한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놓고 내가 경험하고 생각한 것을 적으면 되는데 과욕을 부렀다. 세상에는 수많은 독서법이 있고 다양한 사례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중에 하나의 예시처럼 남자 아이 5명과 독서동아리처럼 운영해온 독서모임을 소개하고 나름 배웠던 내용을 쓰면 되는데 그게 잘 안됐다. 왜냐면 나는 내가 참고한 독서법책처럼 쓰고 싶었다. 있어보이고 싶었던 거다. 그렇게 한달을 끙끙거리며 한 줄도 못쓴 채 시간을 보내고 말았다.


한편으로는 서평썼던 습관처럼 객관적이고 신뢰를 줄만한 글을 써야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또한 다른 책을 읽거나 토론, 글쓰기 수업을 병행한 것도 초고쓰기에 집중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욕심이 과한 인간인가보다. 도서관 수업이 없는 시기에 맞춰서 전자북 신청을 한 건데 왜 또 책읽기 모임을 신청한 것인지. 진짜 책에 미친 사람이다. 읽고 싶은 책모임 신청이 들어오면 모두 수락하고야 만다. 그냥 미친 듯 읽고 쓰련다.책으로 흔들린 자 책으로 다시 일어섰다는 말인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답답한 마음에 에세이 작법서를 읽었다.


에세이 작법서 책을 읽으며 다시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리고 마감일도 코앞으로 다가왔으니 빨리 뭐라도 써야한다. 33만원을 날릴 수는 없었다. 에세이 작법서는 말한다. 자기 경험에 충실하고 솔직하게 써라고. 물론 유익한 정보도 있어야 한다. 재미가 있고 표현력이 좋으면 더 완성도 높은 에세이가 될 것이다. 나는 그냥 경험에 충실, 정보 약간쓰기 이 정도만 해도 된다. 하루 아침에 재미와 표현력을 잡을 수도 없다.


남들 독서법과 비교하지 말자. 독서논술학원에서 책읽고 토론하는 것도 좋지만 꼭 독서동아리처럼 이루어진 이런 독서모임도 있다고, 이런 사례도 있고 어떤 과정으로 지금까지 수업을 이끌고 있는지에 대해 과장하지 말고 그럴 듯하게 꾸미지 말고 있는 그대로 부족해보여도 써보자. 실제로 토론을 했던 책목록도 제시하고 아이들의 반응과 효과도 내가 보이는 만큼 쓰면 되는 거 아닌가.


포기하지 말고 무조건 쓰기. 부족해도 욕들어 먹어도 괜찮음. 내 돈 주고 내가 쓰고 기록한 글인데 누가 뭐라고 할 것임? 그냥 쓰자. 내 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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