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레시피1
우선 이 공간에서 서평은 간단한 북리뷰나 나열식 책내용을 소개하는 글이 아니다. 여기서 서평이란 책소개,작가소개, 책의 장점, 아쉬운 점, 추천대상과 그 이유 등 서평의 요소를 갖춘 글을 말한다. 6-7문단으로 기승전결 구성되어 완성도가 높다. 독후감과 북리뷰 글에 만족하는 사람은 그렇게 쓰면 된다. 블로그나 브런치에 꾸준하게 책 읽고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낄 수 있다. 나는 그것보다 통찰력 있는 서평을 쓰고 싶었다.
이런 서평을 쓰려면 단련의 시간이 필요하다. 읽는 것보다 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한다. 그런데 자기도 모르게 책 읽기에 에너지를 쏟게 되고 정작 쓰기를 할 때는 힘이 들었다. 사실 서평이니 책을 꼼꼼히 잘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평은 읽기가 아니라 쓰기이다.
이 사실을 깨닫는 데 3년이 걸렸다. 나는 서평 수업에 참여하여 글을 썼었다. 책을 겨우 다 읽고 몇 줄 겨우 쓰다 말다 결국 마감 전에 제출 못했던 적이 많았다. 책이라도 읽었으니 괜찮다고, 시간만 더 있었다면 글을 썼을 것이라고 다음 번에는 꼭 기간 내에 제출하리라다짐했다. 그러나 매번 허겁지겁 책을 읽고 글 진도는 더디었다. 독후감에서 서평으로 넘어가지 못했다. 책을 잘 읽은 만큼 더 잘 쓰고 싶은데 그럴수록 더 쓰지 못했다. 쓰지 못하는 이유가 책을 잘 읽지 못해서라고 생각하고 더 꼼꼼히 책읽기에 전념했다. 그럴수록 서평쓰기와는 점점 멀어져갔다.
숭례문학당에 다른 형태의 서평 수업이 생겨서 다시 참여하게 되었다. 서평기초 수업에서는 매주 단편이나 짧은 비문학을 읽고 5주 동안 서평을 써내는 것이 과제였다. 수업 직전까지 글을 붙들고 있다가 제출하여 겨우 5번을 다 채웠다. 성취감이 컸다. 빨간줄 피드백이 가득했지만 시간 내 제출이라는 과제를 수행했다는 사실에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강사님이 말씀하셨다. "초고를 빨리 써라"
초고를 빨리 쓰려면 어떻하지? 고민을 거듭한 끝에 진리에 도달했다. 서평은 "쓰기"이다. 그동안 읽기에 너무 공을 들였다. 이제는 쓰기에 공을 들여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 읽는 동시에 "쓰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우선 서평은 쓰기라는 것을 먼저 기억하자. 책 읽기도 물론 중요하지만, 일단 쓰면서 다시 책을 들춰보며 보충한다고 생각해야한다. 무조건 쓰고 봐야하니깐.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독후감이 독자에게 치유의 경험을 제공한다면, 서평은 독자에게 통찰의 경험을 선사합니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양자가 서로 통한다고 해야 옳겠습니다. 한편으로 마음이 치유되는 만큼 책을 더 깊이 통찰할 수 있기 대문이고, 다른 한편으로 책에 대한 통찰은 책을 읽는 나 자신에 대한 통찰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