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레시피2
초고를 빨리 쓰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출판사 서평을 읽는다.
2. 책의 주제를 확인하고 관련 키워드를 5개 뽑는다.
3. 키워드가 들어간 주제문장을 3-5개 쓴다.
4. 책을 읽으며 각각의 주제문장을 뒷받침하는 장면이나 결정적인 문장이 나오면 멈춘다.
5. 장면을 요약하거나 발췌 문장을 쓴다.
출판사 서평은 책의 주제와 주요 내용을 매우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책마다 이 서평의 길이는 다르다. 내용이 많으면 뽑을 키워드가 많다. 하지만 두 세 문단으로 끝나는 짧은 글의 경우에는 책 출판과 관련한 뉴스기사를 참고해도 좋다.
블로그에서 쓴 책 리뷰나 다른 저자가 쓴 서평을 읽으면 책의 내용과 해석을 미리 알게 된다. 여기서 키워드를 찾아도 괜찮다. 하지만 문장 전체를 베껴쓰면 곤란하다. 책을 다 읽기 전에 미리 내용을 알면 흥미도 떨어질 수도 있다. 다른 이의 해석에 공감하여 비슷하게 주제문장을 가져오더라도 관련 발췌문이나 나만의 경험과 사례를 붙여서 차별점을 두어야하겠다.
'밀란 쿤데라'와 '토니 모리슨' 작품을 읽을 때 해석이 어려워서 이런 방법을 사용하였다. 논문을 참고하기도 했지만 서평 도서 읽고 글 쓰기 바쁜데 논문까지는 권하고 싶지 않다. 출판사 서평이나 관련 기사 정도만 참고해서 자기 생각대로 써도 된다. 해석이 좀 이상하고 틀려도? 괜찮다. (맞고 틀리는 게 있을까) 해석한 근거를 충실하게 쓴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는 건 그만큼 작품으로 소통할 가치가 크다는 말이니깐. 서평을 쓸 이유가 된다.
키워드를 5개 정도 뽑고 주제문을 쓴 다음 책을 읽기 시작한다. 관련된 장면이 나에게도 의미있다면 키워드를 살려서 본문 한 문단을 작성하면 된다. 그러나 책의 다른 부분이 인상적이면 거기서 키워드를 뽑아 주제문을 쓴다. 또는 내 관점을 세울 수 있는 새로운 키워드를 떠올릴 수 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원래 뽑은 5개의 키워드 중에 1-2개만 쓰일 때도 있고 2개를 버리고 3개만 남을 때도 있다. 최종적으로는 3개의 키워드가 들어간 주제문장 3개가 나와야 한다.
위화의 <원청>으로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다. 다음은 출판사 서평을 읽고 인지한 내용이다.
1. 주제 : 청나라가 망하고 중화민국이 시작하는 대격변기 때, 절망스러운 상황속에도 포기하지 않고 삶을 살아내는 인간 군상의 모습
2. 키워드 : 중국의 20세기 지형도, 불행을 받아들이고 운명을 개척하는 평범한 인간, 시대 앞에 개인은 어떻게 살아야할까. "모든 사람의 가슴에는 원청이 있다"는 작가의 말의 의미(희망 또는 공명), 인간 존중을 실현하는 공동체 등
위의 키워드를 통해 이런 주제문장을 쓸 수 있다.
1. 작품은 20세기 중국의 지형도를 보여준다.
2. 작가는 불행을 받아들이고 운명을 개척하는 평범한 인간들을 드러낸다.
3. 원청의 의미는 희망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1번의 경우 주제 문장을 쓰고 책을 읽으면서 뒷받침 문장을 작성한다. 중국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고, 소설에서 청나라에서 중화민국에서 넘어갈 때 혼란스러운 장면을 발췌문으로 넣어준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토비들의 극성과 관군들의 무능력, 부패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실제 서평에서는 1번과 2번 문장을 묶어서 이렇게 썼다.
소설에는 시대적 고통 속에 신음하는 백성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청나라가 무너진 뒤 수많은 전란이 발생했다. 그 와중에 부유한 사람들을 납치하여 고액의 몸값을 요구하는 토비들이 극성이었다. 마을을 약탈하고 인징들을 고문하는 그들의 악행으로 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거나 죽음을 당했다. 토비를 소탕해야할 관군들은 도리어 그들의 돈을 받고 총과 탄약을 파는 형국이었다. 린샹푸의 딸 '린바이자'도 납치되었다가 친남매처럼 자란 '천야오우'가 대신 끌려갔다. 그는 토비에게 귀를 잘리고 모진 고문을 당했다. 그러다 토비 중에 덜 악한 스님에 의해 모습을 건지게 되었다.
글을 쓰면서 책을 정리하고 생각을 다듬으며 서평을 쓴다고 생각하자. 생각과 사유는 글을 쓰면서 더 구체화되고 심화된다. 한 문단씩 생각의 덩어리가 정리되면 그 다음을 고민하게 된다. 즉, 현실의 모습과 비교하며 어떤 점과 비슷한지,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통찰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들이 뻗어나간다.
책 읽으랴 글을 쓰랴 오히려 더 분주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씩 초고가 진행되는 상황은 자신감을 주고 활기를 느끼게 만든다. 그 다음 문단을 쓰는 원동력이 된다. 어떻게든 해석해 낸 문단을 읽고 더 발전시키려는 과정 속에 책의 깊은 맛을 느끼게 된다. 본문이 완성되면 초고를 바로 끝낼 수 있다.
좋은 서평은 서평자의 독창적인 해석이 담긴 서평이라 할 수 있다. 독창적인 해석이란 책의 내용을 요약해서 전달하는 것에 그치는 서평이 아니라 책이 담고 있는 내용들을 현실에 적용하여 사유하고 그 결과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또 나아갈 방향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글이라 할 수 있다. 책의 내용이 우리의 삶과 결코 동떨어진 것이 아닌, 책을 통해 지금 현재를 사유하게 하는 서평이 좋은 서평으로서의 자격에 부합한다.
<독서의 궁극, 서평 잘 쓰는 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