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도 안아줘...

둘째의 절박한 외침

by 책선비

초6 둘째는 듬직한 축구소년이다. 다부진 몸에 까만 얼굴, 항상 축구복을 갖춰 입고 언제 어디든 공차러 나갈 태세다. 남편을 많이 닮았다. 무얼 하든 빠릿빠릿하다. 알아서 일찍 일어나고 시간 개념이 투철하다. 약속 30분에 모든 준비를 끝낸다.


늘 알아서 하고 투정이나 불만을 비춘 적이 없던 아이가 어느 날 울먹이며 다가왔다.

"엄마... 나도 안아줘..."


아, 그제야 3,4호만 양팔에 끼고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넷째가 태어나자 자연스럽게 자기 자리를 양보한 2호는 그 뒤로 쭉 큰 아이 취급을 받았다. 첫째와 3살이나 차이 났고 5살이면 아직도 어린데 말이다. 하기사 8살이었던 1호도 다 컸다고 생각했다. 겨우 8살, 5살였는데ㅠ


그동안 2호가 엄마의 한 팔을 그리워하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안아달라는 말에 깜짝 놀라며 어색하게 허그를 했다. 단단한 어깨를 감싸며 어느새 나만큼 자라고 있는 아이 모습에 뭉클했다. 방치한 것 같아 미안함도 밀려왔다. 처음에 안아달라는 말할 때 나이에 맞지 않게 뭐지?라고 생각했던 내가 무척 어리석게 느껴졌다. 이 말을 꺼내기까지 얼마나 고민했을까. 중학교를 앞두고 진학에 대한 고민과 달라진 집안 분위기 속에서 마음이 무거워진 건 아닐까. 휘청거리기 전에 엄마에게 SOS를 친 것 같다.


아이가 축구 진학을 하겠다고 한 뒤 남편의 한숨소리는 깊어지고 나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뒤늦게 진학을 알아보느라 아이도 남편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실, 아이 한 명 예체능 지원도 버거운데 우리 같은 다둥이네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아이에게 안된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약간의 재능과 적은 가능성을 무시할 수가 없다. 아직도 이 일은 진행 중이며 결정된 것이 없어서 막막하고 고민스럽다.


나는 둘째 축구 지원 때문에 온 가족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현실과 남편의 하소연(처지비관과 같은)을 견디는 일이 버겁다. 불가피한 사유가 생겨서 포기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너무 쉽게 포기 운운하는 게 부모로서 자격미달처럼 느껴진다. 지금 이 시점에서는 2호의 선택과 지원의 필요성에 동의했지만 자주 쓴 맛이 올라온다. 그럼에도 당장 다른 아이들의 특별한 요청이 없는 상황이기에 하는 데 까지 해보기로 하고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진학 경기와 테스트에서 아이의 평가는 보통이다. 장점은 태도가 좋고 가능성도 있지만 압도적인 실력자는 아니다. 아쉬운 점은 개인기와 체력 부족이란다.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건 새벽에 일어나 같이 운동장에 가서 축구 훈련을 돕고 함께 달려주는 일 밖에 없다. 그리고 안아주는 것뿐이다 충분히 차고 넘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