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하기 싫구나...
너무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 말하는 편이다. 천천히 설명하고 설득할 여력도 없다. 아니, 싫어할 것 같으면 처음부터 물어보지도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 입에서 "하기 싫어, 안 하고 싶어" 이런 말을 별로 듣지 못했다. 아이들은 학교 다녀오면 피아노 학원 갔다가 태권도에 다녀왔다. 학교도 학원 생활도 모두 무난했다. 가기 싫다는 말을 들은 적이 거의 없다. 5시쯤 모두 집에 오면 좀 쉬었다가 저녁을 먹었다. 이후 시간은 아이들끼리 놀거나 가끔 수학 문제집 조금 풀고 유튜브 영상을 봤다. 가끔 남편이 일찍 오면 아빠표 놀이를 하곤 했다. 딱히 아이들이 싫어하는 것을 제안하거나 억지로 시킨 적이 없었다.
첫째가 중학교에 들어가고 2학년 되기 전 겨울 방학 때 이제 공부를 해야 되지 않냐고 말했다. 1호는 하기 싫다는 말 대신에 공부 안 해도 된다, 왜 해야 하는지 이유를 제대로 말해 달라는 식으로 저항했다.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최대한 잘 설명하려고 애를 썼다. 좋은 말로 시작했다가 고함소리로 끝났던 시간을 거쳤다. 1년 넘게 실랑이 한 끝에 깨달았다. 하기 싫구나. 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는 말은 지금 통하지가 않는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어떻게 할지 나도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하는 줄 미리 알아야 한다는 생각도 내려놓았다. 모른 채 부딪히고 뒤늦게 깨닫고 후회하는 게 내 삶인가 보다.
엄마표 공부를 알아본 적이 있다. 책도 빌리고 영어 도서관도 오고 갔다. 1,2호는 별로 흥미가 없었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재촉했다. 3,4호 케어하던 중에 겨우 겨우 잠수네 미션을 수행했다. 결국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자 불같이 아이들에게 화내는 내 모습을 직면하고 모두 그만두었다. 한 마디로 대실패. 제대로 해 보지도 못한 채 아이들에게 공부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만 남겼다. 엄마표는 나 같은 다둥이맘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엄마와 아이 간의 평소 관계나 기질적인 면에서 합이 맞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한참 뒤에 알았다.
둘째도 첫째처럼 태권도와 피아노를 배웠다. 3년 전에 태권도 대신 축구를 시작했고 피아노는 최근에 그만두었다. 엄마표 영어수학 대신에 EBS 강의와 책으로 바꾸었고 나는 확인만 한다. 매일 듣지도 못하고 1주일에 2-3개 정도하고 있다. 그리고 주 1회 영어도서관 독서프로그램인 AR 수업에 참여한다. 학년에 비해 낮은 레벨에서 천천히 시작하고 있다. 토요일 오전 수업 직전에 급하게 영어책 한 권 읽고, 몇 문장 적어서 간다. 이렇게라도 하는 게 나은지, 그냥 하지 말지 늘 갈등이다.
"아, 하기 싫어"
2호는 하기 싫다고 노래를 부른다. 대놓고. 남자답게 생기고 축구소년답게 듬직한 아이가 하기 싫다고 운다. 예전에는 귀엽기라도 했지 지금은 솔직히 감당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화를 내거나 다른 친구들을 비교하는 건 아이에게 큰 상처를 준다는 것을 1호 때 뼈저리게 깨달았기에 가만히 그 불편함을 견딘다. 싫다는 말도 그저 듣고 우는 모습도 찬찬히 바라본다. 그러다 "너무 싫으면 안 해도 된다"라고 말한다. 억지로 하는 건 아무런 효과도 없고 공부에 대한 안 좋은 기억만 쌓이게 만드니깐. "아니, 그냥 할게" 아이는 눈물을 닦고 책상에 앉아서 책을 펼친다. 다음 날 다시 메아리치는 "아, 하기 싫어"
무한 반복. 사춘기 초입이라 더 그런 것 같다. 축구하느라 힘들고 또 그게 핑계가 되어 더 하기 싫은 모양이다. 아직은 '하기 싫어'가 '그냥 할게'로 넘어가곤 있지만 언제 하기 싫어에 멈출지 모른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것들이 있어."라는 말이 잔소리라도 아이 귀에 들어가는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언제라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왜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해야 하냐고" 자기만의 논리?로 반박해 올 수 있다. 각오한다. 배움에 대한 좋은 기억과 추억을 쌓는데 내가 조금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다. 나머지는 자기가 알아서 개척해 나가겠지. 지금 그저 무한 반복, 하기 싫다는 말을 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