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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읽는 여자

지워진 이름, 드러난 비극

양주연의 <양양>(한겨레출판, 2025)

by 책선비

<양양>은 가족 안에서 금기시 되었던 고모의 죽음을 추적한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양양이라는 제목은 '양주연'와 그녀의 고모인 '양지영'의 두 성을 붙인 말이다. 고모의 존재를 전혀 몰랐던 대학생 조카는 우연히 그녀의 죽음과 그로 인해 지워진 고모의 인생을 다시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새롭게 돌아보게 된다. 수많은 친가 친척들이 모이던 명절, 고모에 대한 이야기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것은 어떤 사연으로 가능했을까.


대학 졸업을 앞둔 2015년 겨울, 저자는 아빠로부터 전화를 받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주연아, 너는 고모처럼 되지 말아라." "자살했어... 대학 졸업식 전에." "양씨 집안의 여자들은 모두 불행했으니까." 아빠의 술기운에 얹혀 강렬하게 존재감을 드러낸 고모. 저자는 고모의 존재가 '여자, 자살, 불행'이라는 세 단어 안에 갇혀 지워지는 것을 저자는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끊임없이 생겨나는 궁금증과 의문들은 마치 고모가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느꼈다고 저자는 말한다. 폭격처럼 쏟아지는 질문들 속에서 결국 하나의 문장 앞에 이르렀다. "고모처럼 되지 말라는 말은 무슨 의미지?" 이 답을 찾기 위해서는 저자는 고모가 누구이며 어떻게 살았는지, 왜 자살을 했으며 가족들에게 지워졌는지를 밝혀내게 된다.




책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눠진다. 하나는 40여 년 전에 벌어진 한 여성의 자살 사건을 증거와 단서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오랜 시간 취재와 자료 조사 끝에 사건의 전모를 드러내고 일부는 추리하고 해석하는 이야기이다. 또 다른 하나는 고모의 인생과 죽음을 알아가면서 아버지와 자신의 관계를 재인식하고 재조정하게 되는 과정이다. 과거의 일이 현재의 삶을 새롭게 해석하고 다른 차원의 관계로 발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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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넷 엄마, 매일 읽고 쓰는 책벌레, 독서토론 강사, 서평쓰기 애호가, 이야기 수집가. 나다운 매력으로 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는 만족자. 작은 일의 가치를 아는 의미부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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