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맞이하게 될 내 모습
그림출처 : 제이디차_미래의 우리들
강렬한 주인공 모습! 그 뒤 배경은 그저 어둡지만은 않다. 하지만 파랑 분홍 노랑 등 색들이 골고루 섞인 채 탁하기만 하다. 우울한 기운이 서서히 느껴진다.
주름 투성이 얼굴.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과 공허한 눈동자. 어디를 보고 있는 걸까. 긴 흰머리가 온 어깨를 감싸고 몸을 휘두르고 있다. 머리 위 우뚝 솟아 있는 동물 귀. 충격적이다. 나의 미래 모습이라고 하는데 수긍이 가는가? 저 멀리 새가 두 팔을 쭉 뻗고 허공을 가르며 날아간다. 뒤돌아 보지 못하는 새의 운명처럼 세월을 앞만 보며 나아가고 나는 늙어간다.
흰머리를 기른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리 곱게 빗고 관리해도 흰머리가 예뻐 보일 수는 없다. 최대한 짧게 자르고 뿌리 염색하기 바쁜데. 긴 흰머리를 보면 자신의 늙음을 더 확인하는 일이다. 하지만 반대로 늙어가는 내 몸에서 흰머리든 뭐든 생성되고 자란다는 건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당당하게 우뚝 솟아 있는 두 개의 귀. 너무 기괴하다. 늙어가는 일은 동물에 가까워지는 일인가. 이성을 잃어가고 남아 있는 본능에 의지하며 생을 이어가는 생... 누구나 맞이할 미래의 내 모습. 보면 볼수록 이상하고 서글프다. 하지만 더 들여다봐야 한다. 남아 있는 나날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나만의 답을 찾기 위해서.
도서관 수필공방, 시공간에서 만난 선생님들은 모두 60세를 훌쩍 넘기고 손주를 본 어르신들이었다. 학당 서평 쓰기 수업을 하고 계신 선생님도 70대 중반이다. 그분들의 공통점은 모두 읽고 쓰기를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배우고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왕성한 활동을 하는데 여러 방해 요소와 한계점도 있을 텐데.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도통하지 않는다. 자신의 가능성도 한계도 다 똑같이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머리 위 이상한 두 귀는 늙어가는 내 모습에도 도저히 용납이 안 되는 어떤 부분을 형상화한 것이 아닐까. 너무 기괴한데 나의 일부이기에 같이 품고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다. 늙음은 이렇듯 적응할 수 없는 어떤 상태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