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천천히

내 몸을 의식하라

by 책선비

"천천히 천천히"

오늘 새벽 수영반 강사에게 들었던 말이 지금까지 머리 속을 맴돌고 있다. 왼팔 돌리기를 하는데 너무 빨리 한다며 천천히 하라고 강조했다. 머리는 천천히로 가득찼지만 몸은 조급함으로 넘쳐났다. 그가 천천히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지적?당한 탓에 긴장하여 더 빨리 팔을 휘저었다. 얼마나 아이러니인가! 나를 위한 말인데 내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천천히 하고 싶은데 잘 안되는 내 몸을 가만히 느껴본다. 조급한 기운에 휩싸여 있는 내 몸. 천천히라는 재촉에 더 움찔하고 도리어 모터는 달고 마는 내 몸. 왜 그럴까. 여전히 물이 무서운 건가? 이제 더 이상 무섭지는 않은데 내 몸은 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나 보다.


작년 목표 중에 하나가 수영을 배우는 것이었다. 더 구체적으로 자유형만 해도 좋겠다 싶었다. 아니 내 몸을 물에 던질 수만 있다면, 물이 더이상 무섭게 느껴지지 않기만을 바랬다. 심각한 물공포증자. 이런 나를 극복하고 시었다.


체육센터 새벽수영반 추첨에 계속 떨어져서 할 수 없이 사설 수영장에 등록했다. 7,8월 2개월 동안 주2회 강습을 받았다. 4-6명 소수정예로 하나씩 차근차근 배웠지만 자유형을 완벽하게 소화하지는 못했다. 아이들과 수영장에 놀러가서 처음으로 새우뜨기를 하게 되었고 그때 부력을 처음 느꼈다. 아 물에 내 몸을 맡겨도 빠져 죽지 않구나를 몸으로 익힌 것이다.


체육센터 수영반에 당첨은 되지 못했지만 간간히 자유수영 시간에 가서 유아풀에서 자유형을 연습을 해보았다. 차츰 물공포증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1월부터 새벽수영반에 다니게 되면서 기초부터 다시 배우고 있다. 물에 대한 두려움이 없으니 그저 강사가 하라는 대로 몸을 움직였고 일주일 내내 즐거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팔돌리기를 시작하면서 몸이 고장난 것처럼 허우적거리고 있다.


내 생각과 달리 내 몸은 여전히 물이 낯설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빨리 팔을 돌리려고 한다. 팔 돌릴 생각에만 집중하니 또 발차기가 잘 안된다. 강사샘이 천천히 하라며 팔을 잡아주다가 호흡이 차서 결국 물을 마시게 된다. 생각하지 말고 내 몸의 말을 들어볼 생각!을 이제야 한다. 이런 생각은 환영이다~ 내 몸에 귀를 기울이고 내 몸 생각부터 하도록 하자. 내 몸이 천천히를 받아들일 때까지 다독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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