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아채스프는 따뜻하다는 것이 유일한 장점인데, 다 식어 버렸으니, 오늘은 그나마도 운이 없는 날이다. 그러나 슈호프는 맛을 음미하며, 천천히 먹기 시작한다. 설사, 지붕이 불탄다고 해도, 서두를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다. 수용소 생활에서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아침 식사 시간 십분, 점심과 저녁 시간 오 분이 유일한 삶의 목적인 것이다. p. 25
점호를 하러 가는 순간만큼 괴로운 순간도 없을 것이다. 어둡고, 춥고, 배는 허기진 데다, 오늘 하루를 또 어떻게 지내나 하고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 혀가 얼어붙어 서로 말하기조차 귀찮다. p.39
체자리는 내리갈고 있던 눈썹을 천천히 치켜올리며, 페추코프를 바라본다. 그가 평소에 파이프를 애용하는 것은 담배 꽁초를 달라고 자꾸 귀찮게 구는 녀석들 때문이었다. 그는 담배가 아까워서라기보다는 자신의 상념이 중단되는 것을 싫어했던 것이다. 담배를 피우게 되면 어떤 상념이 떠오르고 떠오른 상념을 통해 무엇인가를 발견하려 한 때문이었다. 그런데 궐련을 피워 물면, 불을 당기는 순간부터 “마지막 한 모금만 남겨 주게" 하는 주위의 게걸스러운 시선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p.43
죄수나 간수들은 말할 것도 없이 수용소 소장까지도 이 볼코보이를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는 소문이다. 볼코보이란 성을 주신 하느님도 꽤 재미있는 사람이다. 이름 그대로 그는 영락없는 늑대였다. 가무잡잡한 피부에, 기다란 얼굴, 험상궂은 표정, 재빠른 동작 등이 영락없는 늑대다. 막사 뒤에서 불쑥 나타나서는 벽력같이 호통을 치고는 한다….그의 눈을 피해 달아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p.45
1940년대 러시아 배경, 혹한 속에서 수용소 생활을 견디는 주인공 모습. 식사시간이 겨우 5분, 10분... 이 순간이 삶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한다. 열악한 그곳에서 제일 무서운 건 늑대 같은 간수들이다. 끔찍한 추위와 배고픔보다 인간은 인간 때문에 괴롭고 힘들다.
솔제니친 작가의 경험이 담긴 작품이다. 작가는 스탈린과 스탈린 체제를 비판한 편지가 적발되어 11년간 수용소 생활을 하게 되었다. 197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었지만 소련의 방해로 시상식에 참여하지 못한 채 1974년 스위스로 망명, 미국에서 20여년 간 칩거 후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 2008년에 사망했다.
작품은 스탈린 치하 노동수용소 실태를 적나라하게 묘사하며 한 개인의 불행하고 비극적인 일상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자유와 생각을 감금당한 채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최소한의 의식주로 견뎌야하는 하루하루. 인간다움을 논하는 건 사치일 뿐이다. 그럼에도 담배 한 모금을 품으며 상념을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인간이라는 것. 떠오른 상념을 통해 발견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광폭한 정치인의 행태는 지금도 목도하는 현실이다. 얼마전 '웃다가' 채널에서 한국을 좋아하는? 외국인 여성들에게 트럼프에 대해 물어보자, 한 프랑스 여성인 "저는 인간을 좋아합니다. 트럼프는 인간이 아니에요. 좋아할 수가 없어요." 통쾌하게 뼈때는 대답에 한참 웃었다. 그러나 일본 등 다른 국적의 여성은 트럼프를 좋아한다고 대답했다. 아무리 자국에 이익이 되더라도 기본적인 상식과 정의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그를 두고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 개인적인 선호도라고 치부하기에도 너무 씁쓸했다. 저런 반응 때문에 그가 아직도 횡포를 부리는 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