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같은 일상을 살아내기 위해서

바바라 크루거_당신의 몸은 전쟁터다

by 책선비

전형적으로 예쁜 얼굴. 정확하게 반으로 나눈 상태에서 검정 부분은 하얗게 하얀색은 검게, 상반된 얼굴 반쪽이 나란히 놓여 있다. 명확하게 무언가를 노려본다. 하나의 목표점을 향해 서로 반대인 내가 주시하고 있다.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쳐다보고 있는가.


분명 익숙한 쪽은 왼쪽 얼굴이다. 곱게 화장된 아름다운 얼굴. 매력적인 여성이다. 그 옆의 얼굴은 거친 남자 같고 눈만 쳐다보면 괴물 같기도 하다. 왠지 나의 평온한 일상을 뒤집어엎을 것 같은 공포심을 준다. 그런데 그건 나다.


지금 나는 읽고 쓰기를 위한 아름다운 공간, 작업실에 와 있다. 여기에서 내가 꼭 하기로 한 일을 향해 달려 나가는 중이다. 이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나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 위해 나는 새벽에 수영을 다녀오고 아침 식사를 준비하였고 아이들을 케어하고 나왔다. 이때 나의 모습은 어떠했나.


긴 방학 동안 나무늘보가 되어버린 아이들을 향해 나는 오른쪽 얼굴이 되었다. 재깍재깍 움직이지 않는 아이들을 향해서 용트름하듯 소리를 질렀다. 좋은 말은 나무늘보를 더 나무늘보답게 만든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기로 했다. 엄마가 괴물이 되어야 아이들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인정하였다.


좋은 엄마 되기는 더 이상 나의 목표가 아니다. 양쪽 얼굴을 오고 가다가 중간 어디쯤 머무르기만 바랄 뿐이다. 두 개의 얼굴, 두 개의 심상을 견디려면 내 몸은 전쟁터가 될 수밖에 없다. 일상을 살아내기 위한 선택이라면 이 또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전쟁의 상흔을 어루만져 줄 달달한 무엇을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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